▲ 오경석 원장
2017년 《플로스원(PLOS ONE)》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하버드 대학과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2106명의 의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지금 시행되는 의료행위의 20%는 불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재 미국 내 의료 비용은 미국 다음으로 지출이 많은 10개국의 의료 비용을 합친 것보다 높다. 미국이 의료비로 쓴 돈을 계산해보면 1인당 약 1만 달러(약 1000만 원※19년 현 시세 1,184만원)정도 된다.  

필자는 한의과대학에서 기초 서양 의학 과목을 강의하는데 아무리 여러 교과서를 뒤져봐도 극소수의 특별한 유전병을 제외하곤 병의 원인이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처방되는 치료약은 엄청 많다. 병의 원인을 모르면서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사실 제약 회사들은 병의 원인을 찾는데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약물로는 원인을 치료할 수 없고, 만약 사람들이 원인을 찾아 해결할 방법을 찾으면 제약업계는 근간부터 흔들리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의 근본적인 문제는 질병의 원인을 찾지 않고 무조건 증상을 없애는데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이런 발상은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확고해졌다.

왜 적이 생겼는지, 무력을 쓰지 않고도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고민하기보다 그냥 다 때려잡아 없애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이후 화학 무기가 농약으로 발전했고 농약이 약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발상이 결국 콜레스테롤은 무조건 낮추어야 하고 바이러스는 무조건 죽여야 하고, 암 덩어리는 무조건 제거해야 하는 현대 의학의  근본 개념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정작 환자의 존재는 무시되기 일쑤다. 급성 감염이나 응급병을 제외한,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생기는 대부분의 병은 결코 약과 수술로 해결할 수 없다.

영화 <패치 아담스>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어느 날 담당 의사와 인턴들이 회진을 돌고 있을 때 환자 상태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던 의사에게 인턴 중 한 명이던 패치 아담스(로빈 윌리엄스 분)가 갑자기 묻는. “환자 이름이 뭐죠?” 담당 의사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환자 차트만 뒤적인다. 환자를 소중한 생명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단지 병을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의료계 현실을 꼬집는 장면이다.

미국 내 의료 제도를 헬스케어라고 부르는데 정작 건강을 관리하는 경우는 없고 질병만 관리하기 때문에 질병케어라고 불러야 한다. 미국 선거 때마다 각 후보들은 더 나은 의료 제도를 실시하겠다고 큰소리치지만 나쁜 생활 습관은 그대로 둔 채 약과 수술에만 의존하는 현 체계에서는 답이 없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제약업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현실이 슬프다.

제약 회사가 태어나면서 현대 의학은 변질되었고, 제약 회사가 성장하면서 현대 의학은 괴물이 되었다.

약의 민낯

한자의 ‘약(藥)’은 백골(白)을 실(絲)에 묶어 나무(木)로 받쳐놓고 풀(艸)로 덮어놓는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무덤이란 얘기다.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는 “의사들은 자신들이 조금 알고 있는 약물을 거의 모르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혀 모르는 몸속에 주입한다”고 약물 사용의 문제를 비꼰 적이 있다.

미국이 경제, 과학, 군사 분야 등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세계 위를 차지하는 분야가 바로 약물 소비량이다. 미국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약 6%밖에 안 되지만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약의 50%를 소비한다. 진통제의 경우 전 세계 생산량의 80%를 미국인인 복용한다. 미국인 다섯 중 세 병은 한 가지 이상의 처방전 약을 복용하고 60세가 넘으면 대부분 혈압 약, 관정 약을 기본으로 수면제, 위산억제제, 항우울증제, 당뇨 약을 복용한다.

최근 전미지질협회(National Lipid Association)에서는 두 살부터 콜레스테롤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콜레스테롤 약은 판매 1위를 차지하는 블록버스터다. 머크 회장이 간부 회의에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평생 복용할 수 있는 약을 만들라”고 지시했다는데 곧 현실이 될 듯싶다.

현대 의학의 목적은 건강(Health)이 아니고 부(₩ealth)다. ₩에 쫓겨난 H는 병원 옥상의 구조 헬기장 바닥에 쓸쓸히 남겨졌다.
이렇듯 어마어마한 양의 약물을 복용하니 당연히 약물 부작용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선 의사가 적절히 처방한 약물을 복용하고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매년 약 25만 명에 달한다. 이 수치를 쉽게 설명하면 약 700여 명의 승객을 태운 초대형 점보 여객기 한 대가 매일 같이 추락하고 있는 셈이다. 약을 복용하고 사망한 숫자가 교통사고로 숨진 숫자보다 많다. 또 약의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약 1000억 달러(약 100조 원)가 넘는다. 2017년 통계에 의하면, 50세 이하 미국 성인의 1위가 마약성 진통제였다.

약의 아홉 가지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약은 자연적인 대사 과정을 차단함으로써 다른 부작용을 일으킨다. 예를 들면 안티히스타민 계통의 알레르기 약은 외에서 기억력에 필요한 콜린 생성을 억제해 기억력 감퇴나 문제 해결 능력을 떨어뜨린다. 이 약물을 장기간 복용한 환자 MRI검사를 실시한 결과 뇌 크기가 줄어들었고, PET 스캔 검사에서는 뇌파 활동이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둘째, 약이 간과 신장에 영향을 끼쳐 생기는 부작용이다. 모든 약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처방전이 필요한 약이든 환자가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약이든 마찬가지다. 모든 약물은 복용하면 반드시 간을 거친다. 처방 약물을 50%는 1단계인 간 해독 과정에서 처리되는데 약물 자체가 1단계에 필요한 효소 기능을 억제해 간의 해독 기능을 직접 방해할 수 있다. 특히 약물을 해독하는 처리 능력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큰데, 예를 들어 글루타티온이 많은 사람들은 해독 능력이 높다. 즉 약의 부작용에 심하게 시달리는 경우 글루타티온이 적다고 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약물 설명서에 적혀 있는 구토, 어지럼증, 두통 등은 간 기증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매우 비슷하다. 소염진통제는 신장을 파괴한다. 한 연구에서는 미국에서 신장 투석을 받는 환자의 약 15%가 약물 섭취로 인해 신장이 파괴된 경우라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셋째, 서로 다른 종류의 약을 같이 먹을 때 약성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 수 없다. 독성학에서 1 더하기 1은 10이 될 수도 있고 100이 될 수도 있다.

넷째,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처방이 내려진다. 효과 없거나 부작용에 시달리면 운이 없는 것으로 여긴다.

다섯째, 약물은 증상을 억제할 뿐 원인을 치료하지 않는다.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는 이유로 굴뚝을 막는 꼴이다.

여섯째, 약물 실험은 주로 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다. 당연히 타인종이나 여자들에게 효과가 약하거나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성이 높다. 최근 시장에서 유통이 금지당한 약물의 80%는 여성 복용자에게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호르몬 작용 때문에 남성과 생리학적으로 큰 차이가 있지만 약물 임상 시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한 아이들은 단지 ‘작은 성인’이 아닌데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나온 결과를 몸무게 비율 공식으로 계산하여 아이들에게 처방하기 때문에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일곱째, 약물 사용이 연구 논문에 근거한다 해도 그 논문은 고의적으로 선택됐을 가능성이 높다. 약물의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 연구논문은 학회지나 의학 저널에 실리지 않거나 아예 처음부터 연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여덟째, 약물이 특정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거나 과다 배출시켜 몸에서 결핍을 일으키는 경우다. 위산억제제는 비타민12,  C, 엽산, 철분을 방해하고, 혈압강하제는 아연, 마그네슘, 칼륨, 비타민B6를 방해하고, 변비완화제는 칼슘, 비타민B2, 비타민12, A, D, E, K를 방해하고, 콜레스테롤 저하제는 비타민A, D, E, K를 방해하고, 당뇨제는 비타민12를 방해하고, 소염제는 비타민C, 엽산, 칼슘을 방해하고, 항암제는 비타민12,엽산, 칼슘을 방해한다. 이처럼 약물 복용은 영양학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지만 실제 진료실에서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이 영양소 문제를 설명하거나 부족한 영양소를 섭취하돍 당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홉째, 제약 회사에서는 약물 임상 시험을 할 때 실험자나 연구자의 선입견이나 편견을 배제하기 위해  진짜 약 복용 여부를 알 수 없는 이중맹검을 쓴다. 그런데 이중맹검을 해도 진짜 약을 복용하는 실험자들은 약의 부작용을 경험하기 때문에 자신이 진짜 약을 복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그 약에 대한 믿음은 실제 약의 치료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럴 경우 당연히 didranf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그 약이 허가를 받아 대량으로 소비되면서 부작용 사례가 발생하고 심각한 경우엔 회수 조치되고 제약 회사는 법적 소송에 연루되기도 한다. 물론 그동안 제약 회사는 떼돈을 번다. 뛰어난 약의 임상 결과와 판매 승인이 전부가 아니다.

많은 의사들이 ‘무지’와 ‘편견’이라는 약에 중독되어 있다.
 
※ 이중맹검 : 연구에서 실험을 받는 사람도 실험자도 실제 변화가 사실상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르게 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가령 약의 효과를 연구할 때 실험자와 실험을 받는 사람이 위약이 투여되었는지 약효 있는 약이 투여되었는지 모르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 - 사회 복지학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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