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희 前 충주시장
"검찰개혁은 필요하다. 그런데 꼭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조국' 이어야 하는가?" 얼핏보면 명쾌하고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속기쉬운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위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대개 검찰 개혁을 지지하지만 조국 때문에 너무 시끄러우니 일단 다른 인물을 내세워 개혁하자는 온건론자들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조국을 교체하면 검찰개혁은 실패한다. 권력의 속성이 스스로 멈출 수 없다. 권력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권력은 권력으로 제어해야 한다. 그래서 권력분립이 생겨났다.

우리나라 삼권분립은 그저 교과서 이론일 뿐이다. 권력은 행정부, 검찰에 집중되었다. 사법부 권력은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 등 검찰권력에 가려져 빛을 잃었다. 입법부는 싸움질이 언론에 보도돼 권력기관처럼 보일 뿐 정치가 실종돼 입법권력도 제대로 행사 못한다. 국회선진화법으로 회기내 예산안 심의의결을 하지 못하면 정부안대로 확정된다. 행정부는 몸달게 없다. 툭하면 국회의원들은 고소 고발로 자기들 권력을 검찰에 맡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검찰공화국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공룡이 돼버렸다. 요즘 윤석열 검찰이 검찰권력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제어하지 못한다. 그것은 검찰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제도 때문이다. 검찰은 또 ‘검찰독립’이라는 명분으로 월권을 정당화 한다. 많은 사람이 부당한 논리에 속고 있다. 역시 제도의 힘 때문이다.

그럼 누가 제도를 개혁하여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할 수 있을까?

조국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감당하기 힘들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저항이 이리 심한데 과연 뚝심있게 밀어 붙일 수 있을까? 개혁은 기득권을 빼앗아 재분배하는 것이다. 기득권이 강하면 저항도 강렬하다.

단순히 생각하면 조국이 아니어도 개혁은 가능하다. 대통령의 의지만 확고하면 가능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개혁은 막연한 감성이 이니라 기득권 세력과의 투쟁의 산물이다.

정말 조국을 물러나게 하고, 더 도덕적이고 개혁적인 인사로 장관을 임명하면 검찰개혁이 가능할까?
과거 법무장관들은 비도덕이고 개혁적이지 못해서 검찰개혁을 못한 것이 아니다.

조국을 교체하자는 것은 검찰개혁을 포기하자는 것이다. 아님 순진한 생각이다. 개혁은 명분 못지않게 개혁주도세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득권세력을 제어할 수있다. 지금은 조국이라는 인물로 진보세력이 결집되었다. 이는 지난 두 달간의 조국정국이 그렇게 만들었다. 검찰의 반란과 한국당의 도를 넘는 정치행태가 조국을 개혁의 아이콘으로 띄워 버렸다.

개혁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집권 3년차에 큼직한 개혁이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지금 조국이 물러나면 문 정부는 개혁은 고사하고 남북문제를 비롯해 주요국사를 추진할 동력을 잃게 된다. 한마디로 식물정부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 조국을 지키는 것은 그가 좋아서가 아니다. 그를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는 순간 검찰개혁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진실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냉정한 권력의 속성부터 이해하고 다소 마음이 불편해도 “개혁의 아이콘”이 된 조국이 검찰을 개혁토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검찰이 흘린 기사에 현혹돼서는 곤란하다. 검찰은 조국을 흠집내 사퇴시키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왜 거기에 언론이 맞장구를 치는지 모르겠다.

현재 검찰과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졸지에 한 배를 탔다. 한국당이 원하는 그림은 검찰이 연말까지 조국을 강도높게 수사하다 윤석열이 짤리길 바란다. 그러면 윤석열은 정의의 사도, 영웅이 된다. 윤석열이 총선의 이슈 메이커가 된다. 한국당 총선전략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윤석열을 내칠 수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현 정부의 신뢰속에 등장한 윤석열이 한국당과 태극기부대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공수처법안 등 개혁법안이 통과된후 윤석열의 거취가 주목된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 검찰개혁에 동참할지, 아님 스스로 총장직을 사퇴하고 한국당의 선대위윈장이 될지 궁금하다.

윤석렬은 검찰주의자다. 자기가 총장시절 검찰권력을 빼앗기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은 가열차게 조국을 사퇴시키려한다. 조국의 사퇴는 곧 검찰개혁의 무산이다. 문 정부는 조국의 사퇴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는 진보정권의 몰락을 의미한다. 촛불전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이제 조국과 윤석열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개혁과 수구의 아이콘이 됐다. 윤석열은 물러설 수 있어도 조국은 물러설 수가 없다. 검찰이 짜집기한 부도덕성과, 조국 자연인의 이름은 이제 중요치가 않다.

조국이 못마땅해도 검찰개혁은 해야 된다. 대통령, 정권은 바꿀 수 있어도 한번 정착된 제도는 바꾸기가 무척 힘들다. 차제에 검찰개혁 못하면 검찰개혁은 요원하다.

보통사람들의 생각이 중요하다. 보통사람들이 검찰발 뉴스에 현혹되지 않고 힘을 실어주면 검찰개혁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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