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축구대표팀 손흥민이 오는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북한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 원정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김홍배 기자]오는 15일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응원단도 중계도 없이 29년만에 평양 원정 축구에 나설 전망이다.

13일 축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중계권 협상을 맡은 에이전트가 평양에 머물며 북한측과 막바지 대화에 임하고 있다"며 "경기 하루 전인 14일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정황상 한국 축구팬들이 안방에서 남북 대결을 시청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북한은 15일 오후 5시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을 갖는다. 남북이 평양에서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사적인 한 판을 앞두고 있음에도 북한은 시종일관 비협조적인 태도로 한국의 애를 태우고 있다. 최종예선과 달리 2차예선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아닌 해당 경기 홈팀 협회가 중계 권리를 행사한다. 북한은 국내 중계진과 취재진의 방북을 불허한데 이어 국제방송 신호 송출마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원인은 북한의 무리한 중계권료 요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다른 2차예선 중계권료보다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원하고 있다. 

끝내 북한측과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국내에서 해당 경기를 볼 방법은 없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 경우 현장에 파견될 협회 직원을 통해 결과를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선수단은 이날 오후 5시50분 중국국제항공을 통해 베이징으로 떠난다. 중국에서 하루 체류한 뒤 14일 오후 1시25분 중국항공편을 통해 평양에 입성한다. 방북 인원은 총 55명이다. 선수 25명에 코칭스태프, 지원 인력, 임원 등이 30명이다.

앞서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월드컵 생중계 관련 질문에 “북측의 반응이 없기 때문에 기다려 봐야 한다”며 “(중계 관련 협의에) 별다른 진전이 없고 물리적으로 경기까지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 쉽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월드컵 최종예선전은 중계권이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있지만 1·2차 예선전은 경기를 주최하는 쪽이 중계권을 가져 지난 5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레바논 경기도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이번 북한 원정에 앞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 수칙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번 수칙은 주로 유엔 대북제재에 따른 주의 사항으로 국내에서 가져가는 물건은 반드시 그대로 들고 나가야 한다. 특히 미국 브랜드 제품인 트레이닝복은 북한에 두고 오면 안 되고 휴대전화는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 일괄 맡겨야 한다.

다만, 디지털카메라는 들고 갈 수 있다. 이와 관련, 이번 남북전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응원과 중계가 없는 ‘깜깜이 원정경기’로 경기가 치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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