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명수 창업경영아카데미 대표
아침에 일어나보니 작은 방에서 혼자 자고 있다.

어젯밤에 술을 먹고 들어 왔나? 하면서 버릇처럼 화장실로 향한다.

이제 술을 먹으면 필름도 끊기는군 하면서 치카치카 양치질을 하고, 샤워를 하고, 얼굴에 로션도 바르고, 부엌으로 향한다.

아내가 없다.

이 사람이 어디 아픈가 하고 방에 들어 가 보니 아내가 아직도 자고 있다.

내가 어젯밤에 실수를 많이 한 모양이군 하면서 조심스럽게 부엌으로 향한다.

식탁이 깨끗하다.

전기밥통을 열어보니 차디 찬 밥이 떡 덩어리라.

이 사람이 말야 내가 아무리 술을 먹고 실수를 했다손 치더라도 어디 그게 한 두 번이고, 한해 두해 일인가 야속한 생각이 들어 안방으로 쳐들어가 한 소리 해 줄까 하다가 어젯밤에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몰라 그냥 참기로 한다.

끓여 놓은 보리차를 냄비에 올리고, 밥을 말아 꾸역꾸역 먹는다.

갑자기 설움이 올라온다.

화가 나도 참긴 했지만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고, 가슴에서 뭔가 한웅큼의 덩어리가 치밀어 온다.

아무래도 한소리 해 줘야지, 남편이 출근하는데 말야 일어나지도 않고, 밥도 안줘....안방 문을 가열차게 열고 들어가니 아내가 이불 속에서 빼꼼히 얼굴울 내밀고는 왜? 하는 표정이다.

순간 무섭다.

아무 말 없이 양복을 챙겨입고 나온다.

그러는 동안 아내의 표정이 저 양반이 왜 저래 하는 표정이다.

대꾸도 하기 싫다.

화난 상태를 보이기 위해 문도 꽝 닫고 나오는데 애들도 역시 아무도 내다 보지를 않는다.

지 애미 닮아 애들 조차 나를 냉대 하는군 하면서 다시 현관문을 더 세게 꽝 닫고 나온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윗층의 아줌마를 만난다.

버릇대로 목례를 하는데 고개를 갸웃한다.

왜 그래 씨 하면서 1층을 나오는데 경비 아저씨가 아이구 지점장님 오늘 일찍 나가시네요. 어디 급 한 일 있으세요?

젠장, 급한 일은 무슨, 내가 몇 년을 이 시간에 나갔는데...저 노인네는 나이도 이제 환갑이라더니 벌써 노망끼가 있나? ㅆㅂ 인사도 받는 둥 마는 둥 ...... 마침 맞게 택시가 들어온다.

호기롭게 택시를 잡아 탄다.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순간, 아차....어디로 가지....아무런 생각이 안난다.

“손님, 손님. ......”

내가 어디로 가지? 맞아....퇴직 했지.

하! 이것 참.....말이 안 나와

“아, 예, 잠깐만요.....”

쪽 팔리기 싫어 은행 앞에 내렸지만 갈 곳이 없다.

이 시간에 어디를 가지?

그때 하필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을 냈던 대부계 김과장이 지나가다 인사를 한다.

“아이구, 지점장님.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

“아, 이 근방에 약속이 있어서......”

대강 얼버무리곤 종종 걸음을 한다.

살짝 김과장 표정을 보니 거 봐라 니가 아무리 용을 써 봤자 은행 그만 두니 별 볼일 없지? 하는 표정이라

불과 1년 전 내가 모셨다가 정년 퇴직으로 그만 둔 신지점장 생각이 난다.

딱 이런 경우처럼 은행 앞에서 만난 그분도

“아이구, 지점장님.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아, 이 근방에 약속이 있어서......”

라고 대강 얼버무리며 종종 걸음으로 뛰듯이 사라졌었지......

(2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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