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숙인 조국
[김민호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전격 사퇴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조 장관 사의 표명 이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를 면담했다. 강 수석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장관의 결심이었다. 조 전 장관은 계속 촛불(집회)을 지켜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전격 사퇴 배경을 놓고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문재인정부를 비롯해 여권 전체의 급격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날 조 전 장관이 직접 특수부 축소 내용 등을 담은 검찰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1차 소명을 완수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비롯한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에 달하면서 `명예퇴진`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을 조 전 장관이 스스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미 개천절 집회 후 지난 4일 여권 수뇌부 움직였다

광화문 광장을 채운 인파가 '조국 퇴진'을 외친 다음날인 지난 4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소수의 여권 관계자들에게 "조만간 빨리 매듭지어질 거 같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정가에선 14일 오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전격적인 사퇴 발표에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여권 최고 수뇌부에선 조국 정국의 해법 모색이 적어도 4일부터 열흘 간 진행돼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설명이다.

난국을 풀기 위한 여권 수뇌부의 움직임은 광화문 집회 이후 빨라졌다는 후문인데, 첫 월요일인 7일 오후 2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절차에 따른 해결'을 강조한 것이 출발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7일 언급한 '절차에 따른 해결'은 같은 날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 총리 입을 통해서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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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가 권노갑·정대철·이상수 전 의원 등 정치원로 14명을 초대해 성사된 '막걸리 회동'에서 10여명이 '조국 블랙홀' 현상을 걱정하며 "정국 수습을 위해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이 총리는 경청한 뒤 "대통령과 의논해보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의 '절차에 따른 해결' 지시 이후 검찰개혁은 빠른 속도로 전개됐고, 또다른 검찰개혁의 축인 법무부 자체 추진 개혁안도 속전속결 양상을 보였는데, 민주당은 토요일이던 지난 12일 오전 11시께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검찰개혁 관련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다음날 오후 2시 연다는 소식을 알렸다.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이낙연 총리와 이해찬 대표,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등 여권 수뇌부가 총출동한 고위 당·정·청 회의가 일요일 오후 급히 잡힌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검찰 특수부 축소 및 '반부패수사부'로의 명칭 변경 등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논의된 검찰개혁안은 다음날인 14일 오전 11시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청사에서 마이크를 잡고 공식 발표했고, 이후 3시간 뒤 조 장관은 전격 사퇴했다.

사퇴 결정은 문 대통령과 이 총리, 이 대표 등 여권 수뇌부가 정국 수습의 밑그림을 그리는 와중에서 조 전 장관 스스로 택한 결과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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