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대한민국 대표논객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출연한 MBC '100분 토론' 20주년 방송이 큰 화제를 모았다.

23일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55분부터 방송한 '100분 토론'은 1부 6.6%, 2부 9.6%(전국 기준)를 나타냈다. 지난 15일 방송분이 기록한 1.4%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동시간대 방송한 프로그램 중에서도 압도적이었다.

KBS 2TV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키움 대 두산' 중계는 7.6%, KBS 2TV 월화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은 6.2%를 나타냈다.

MBC가 ‘100분 토론’ 20주년 맞아 정치 끝판왕이라 불리는 보수측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진보측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만나 설전을 벌인다는 사실로 시작 전부터 화제였다.

그러나 막상 오픈해보니 레전드라 불리는 이들보다 청년논객 장예찬씨가 방송 이후 국내 각 포털사이트 1위를 차지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첫 토론 주제인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두 사람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날 토론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주요 쟁점이 됐다. MBC와 세계일보에 따르면 이날 홍 전 대표는 "조국 씨가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법무부 장관을 간다고 떠들 때 내가 '나대지 마라. 나대면 칼 맞는다'라고 했다"며 "(그런데) 칼을 맞아도 그냥 맞은 게 아니다. 이건 가족 범죄단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 이사장이) 조국 쉴드(방어막) 치려고 법원을 야단치고, 검찰을 야단치고, KBS도 야단치고, 야당도 야단치고 너무 나대니깐 문제가 생기지 않나"라며 "'저 양반이 저러다가 또 칼 맞는다'라고 나는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 이사장은 "조국 교수의 가족을 가족 사기범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충분한 근거가 없고,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국 교수, 정경심 교수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본다"며 "근거들이 제 나름대로 있다"라고도 강조했다. 다만 조 전 장관의 자녀의 입시 특혜 논란과 관련해선 두 사람이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유 이사장은 "경쟁 과정이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을 심각하게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고, 홍 전 대표도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 모두 다 아니었다"고 했다.

반면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선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유 이사장은 "100여명의 특수부 인력을 동원해 샅샅이 가족의 모든 삶을 뒤지는식의 수사가 과연 공정한가"라고 지적했지만, 홍 전 대표는 정경심 교수와 조 전 장관의 동생이 검찰 조사를 받는 태도를 지적하며 "말하자면 수사방해"라고 비판했다.

두 사람은 검찰개혁을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홍 전 대표는 "특수부를 증원해 먼지털이식 수사를 해서 박근혜 정부의 행정관까지 다 잡아넣더니, 정권 중반기를 넘어가 자기들이 당하게 생기니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만들려 한다"며 "이건 민변 검찰청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삼권분립이 살아있어서 대통령 탄핵도 하고, 조기 선거도 한 전 세계가 놀라는 새로운 모범적 민주국가"라며 "홍 전 대표가 야인으로 너무 오래 계셔서 너무 심한 피해 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유 이사장의 대권 도전 여부를 두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홍 전 대표는 "유시민이 진영의 대표주자로 이번 기회에 옹립됐다"며 "일약 좌파진영의 대권후보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조국 옹호 논리로 참 많이 (지지율) 손해를 봤다"고 꼬집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저한테 '너무 일찍 움직였다', '이건 마이너스다', '집토끼 잡고 산토끼 잡으러 간다'라는 이야기를 한다"며 "제가 정치하고, 대권 도전할 생각이 있으면 홍 전 대표 말대로 한다. 이렇게 안한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전 바보가 아니다. 홍 전 대표와 선거판에서 볼 일 없다"면서 대권 도전론을 재차 일축했다.

경제 문제에 대해선 홍 전 대표는 "세계 경제 탓을 하더라. 핑계로 성공한 건 대한민국에 김건모뿐"이라고 했고, 유 이사장은 "국제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논란성 발언도 나왔다.

홍 전 대표는 조 전 장관이 정경심 교수 등 가족이 연루된 혐의에 대해 '몰랐다'는 입장인 데 대해 "여자에게 '너 감옥 갔다온나'라니 그런 법이 어딨나. 나는 내 각시를 그런 식으로 내몰지 않는다"라며 "내가 왜 조국에게 화가 났겠나. 쟤는 사내새끼가 아니라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토론의 질문자로 참여한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각시란 말이나 '사내가 가야지'란 말은 성인지 감수성에 떨어진다는 비판을 듣기 쉬울 것 같다"고 지적했고, 홍 전 대표는 "각시는 경상도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그 말을 못 하게 하면 전라도에 가서 살라는 것인가"라며 불편한 내색을 했다.

다만 토론 말미에 "아까 '사내새끼'라는 말은 취소하겠다"라며 "내가 방송이 아닌 줄 알고 이야기했는데 사과한다"면서 상황을 수습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전날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촛불 계엄령' 계획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유 이사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분이 모른다고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홍 전 대표는 "나는 그때 경남지사를 해서 계엄령을 하려고 했는지 알지 못한다"고만 언급했다.

한편 유 이사장은 지난 22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여전히 특수부장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직급은 달랐지만 제 경험으로만 하면 이명박 정부 때 특수부장으로 3년간 특별수사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이런 분들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재단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라이브'에서 "제가 윤 총장의 이 발언을 이해해보려고 했다"며 '피터의 법칙'을 소개했다. 피터의 법칙은 미국 교육학자인 로렌스 피터가 주장한 법칙으로 수직적 조직에서는 유능한 사람이라도 감당할 수 없는 직위까지 승진해 결국 무능해지는 것을 말한다.

그는 "'피터의 법칙'에 따르면 위계조직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무능이 증명되는 지위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며 "윤 총장은 대검찰청 특수부장의 경험과 그때의 시야를 대자(對自)적으로 자기 대상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총장이 특수부 시절의 자신에 대한 이미지에 갇혀 새로운 직책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장예찬, 과거 SNS에 “유시민, 물반 고기반 발언 서글프다”

한편 ‘방토왕(방송국 구석 토론왕)’으로 출연한 청년논객 장예찬은 유 이사장에게 “조국 딸 표창장 위조 의혹 등에 대해 거론하며 청년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에서 비롯된 분노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질문이 진부하다고 느끼지 않냐”고 되물었고, 장예찬 논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 이사장은 “나는 이 질문을 언론에서 무수히 많이 봤다. 석 달 동안 모든 언론이 도배했다”며 “세상엔 균형이라는 게 필요하다. 저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으면 나는 이쪽으로 당겨야 한다. 근데 왜 너는 그것만 하고 있냐고 묻는 거다”라고 꼬집었다.

유 이사장은 “제도적 불공정과 사회적 불공정, 국가권력 행사의 불공정을 나눠서 보자고 한 거다. 이걸 더 중요하게 보자는 말이지 그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며 “모든 언론이 석 달 동안(동양대 표창장 문제) 그 얘기를 했고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쪽도 중요한 문제인데 얘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내가 욕먹어가면서 하는 거다”라고 한 유 이사장은 “나보고 오른쪽으로 심하게 당기냐고 말하지 말고 지금 왼쪽으로 얼마나 기울어졌는지를 살피면 굳이 내가 일일이 답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장예찬 논객은 지난 8월 자신의 SNS에 “보수를 비판하는 청년들의 촛불시위에 빨갱이 집회라느니, 뒤에 민주노총이 있다느니, 그런 소리 좀 안했으면 싶었다. 설령 그게 사실이라도 청년세대의 자발적 참여와 분노에 귀를 기울이는게 정치권의 역할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국 후보자를 비판하는 여러 대학의 촛불집회를 두고 마스크를 벗고 나오라느니, 물반 고기반이라느니, 이런 소리를 다른 사람도 아닌 유시민이 했다는 게 참 서글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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