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앞에서 열린 조국수호 시민참여문화제
최동석 인사조직연구소 소장이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공유하고자 합니다.

다음은 해당 글 전문입니다.

프로이센의 장군이자 군사개혁가인 클라우제비츠는 자신의 책 《전쟁론》에서 “모든 전쟁은 정치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 전쟁 중에 있다. 상대는 〈부패한 검찰 = 부패한 자유한국당 = 부패한 조중동〉이라는 부패의 삼각동맹이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었으면 이겨야 한다. 어떻게? 여기서 전략적 사고가 매우 중요하다. 승리하려면 ‘전략적 사고’에 가장 방해가 되는 감정적 상태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사람이 감정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쉽지 않아 자주 전략실행에서 실패한다.

전략이란 이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방법은 자신이 감정상태를 점검하고 냉정해져야 한다. 나는 인사조직컨설턴트로서도 여러 기업을 자문해온 경험이 있다. 전쟁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멋진 계획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서다. 왜 계획을 실행하지 못할까?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한 예가 바로 김수영 시인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 찾을 수 있다. 시인이 1965년 쓴 것인데 내가 좋아하는 시이기도 하다. 두 소절만 보자.

나는 왜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중략)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1원 때문에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크게 반성했다. 큰 틀을 보지 못하고 작은 것에 분개하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특히 이 시를 좋아하게 되었다. 자주 읽곤 한다. 이 시는 혹시나 작은 것에 매몰되거나 흥분하지 않는지 나를 돌아보게 한다. 5만 원짜리를 보지 못하고 천 원짜리에 전전긍긍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길은 큰 틀을 보면 단순해진다는 점이다. 우리 편이 누군지를 알고 각자 연대(連帶, solidarity)하여 부족한 것을 서로 보충(補充, subsidiarity)해주면 승리할 수밖에 없다. 각자의 일에서 잘 싸울 수 있도록 힘을 서로 북돋아 주면 된다. 지치지 않고 촛불로 모이면 된다.

여기서 내부 총질하는 않는 것이 절대로 중요하다. 이 마당에 이해찬 대표더러 퇴진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인데, 그래선 안 된다. 조국이나 문재인에 대한 불만만 늘어놓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옹졸하게 10원짜리, 1원짜리에 전전긍긍하는 것과 같다. 자유한국당에 정부와 의회를 넘겨줄 심산이 아니라면, 그런 작은 불만으로 대의를 그르치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 눈앞에서 분열해서는 안 된다. 저 부패한 삼각동맹을 붕괴시킨다는 대의를 위해 우리는 무조건 뭉쳐야 한다. 지금은 전쟁 중이기 때문이다. 서로 긍정적 메시지를 발산하는 게 중요하다.

청와대의 윤석열 인사는 물론 잘못된 것이다. 이제 와서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문재인 대통령도 함부로 할 수 없었던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집권당이 되면 행동하기 더 어렵다. 인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보자. 홍영표 의원은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몽니와 온갖 방해공작을 끝까지 인내하면서 결국에는 선거법 개정안을 특위에서 통과시키고 패스트트랙으로 올려놓았던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내가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뉴스를 점검하면서 페북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내가 우리 편을 돕는 길이 이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의회에서 10%미만으로 쪼그라드는 것이 내 소원이다. 왜냐? 부패하거나 극우적인 정치색은 나라마다 조금 다르지만 유럽의 정상적인 국가라면 대략 10% 이하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박정희와 전두환이라는 희대의 독재자, 이명박이라는 희대의 사기꾼, 근본도 모르는 최순실에게 사실상 대통령 역할을 하도록 했던 박근혜를 배출한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존립해서는 안 되는 정당이다. 이런 정당을 등에 업고 검찰조직과 조중동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 이상 우리는 저 부패의 삼각동맹을 붕괴시켜야 한다.

이 부패의 삼각동맹은 언제부터 생겼는가? 길게 잡으면 일제강점기부터, 짧게 잡으면 해방 후 이승만의 자유당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략 70년간이나 부패의 카르텔 상태를 유지해왔다. 그 중에서 60년간 그들이 정부조직을 운영해왔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이들은 모든 곳에 부패의 뿌리를 박아 놓았다. 검찰, 법원, 정당, 대학, 병원, 재벌과 대기업, 언론, 종교단체 등 우리 사회에 부패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어딜 가도 저 부패한 삼각동맹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 중에서도 현실적으로 가장 주먹 센 놈들이 바로 검찰, 자유한국당, 언론인데 이들이 개혁에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이들이 이번에 제압하지 못한다면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자유한국당은, 굳이 따지자면, 최초의 독재정권으로 부정선거를 저질러 대통령의 자리에서 쫓겨나 비루한 삶을 살았던 이승만이 만든 자유당이 그 뿌리다. 이런 부패한 정당이 아직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그런 정당을 등에 업고 윤석열의 검찰조직이 판을 치고 있다. 이들은 아주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다시 반복하거니와, 저 뿌리 깊은 부패의 삼각동맹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우리끼리 내부 분란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우리의 사명은 저 부패한 집단을 제압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해주지 못한다.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 혹자는 말한다.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았으니,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는 자들, 예를 들어 윤석열이 같은 자들을 단칼에 날리지 않고 뭘 하냐고 답답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전략적으로 아주 위험한 방법이다. 감정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인사에서 실패했더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부패한 집단은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더라도, 문재인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황교안이나 나경원 같은 사람들에게 의회와 정부를 넘겨주지 않으려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좀 맘에 들지 않고 답답하게 느껴지더라도 그들과 함께 가야 한다. 이들이 우리보다 훨씬 나은 사람들이라서 뽑아준 것이니 그들을 신뢰하고 지지해야 한다. 우리는 문재인과 함께 정치를 하는 것이다. 정치란 국가의 운영권한을 맡아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실현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에 정부와 의회를 넘겨줄 수는 없지 않은가?

법과 원칙을 따르는 것은 정말 답답하다. 민주주의가 살아 움직이는 나라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매사가 느리기 때문에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그러나 곧 익숙해지고 그게 정상으로 느껴진다. 법과 원칙대로 하면 매사가 느리다.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사람이다. 어쩔 수 없다. 그게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방식이고 우리가 이 전쟁에서 정치적으로 이기는 길이다. 우리의 전쟁은 곧 촛불을 든 일상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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