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의 의원
[김민호 기자] "단 하루도 부끄럽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창피해서 국회의원을 못 하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 것 같고 또 다른 분들이 저보다 더 강하고 의지가 굳센 분들이 와서 하면 될 것 같고.."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말이다.

이 의원은 25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당이 노쇠하고 낡았다"며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당이 대통령 뒤에 숨는 것이다. 너무 비겁하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장점인 '커먼 터치(보통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가 사라졌다"며 "대통령이 국민들과 소통하는 것을 절대 잃지 않게 해야 했는데, 이는 청와대 참모들의 책임"이라고 했다.

또 이 의원은 이날 경향신문 인터뷰에선 문 대통령이 '합법적 불공정'을 언급하며 대입 정시 모집 확대를 추진하는 데 대해 "대통령 입장은 이해하지만 받아들이는 시민의 관점에서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민주당의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선 "사회는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시대로 가는데, 국회는 평균 연령이 역대로 가장 높다. '미스 매치'"라고 했다. 다선, 586 중진 등을 '물갈이'하고 20~30대를 수혈하는 방식으로 민주당을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보수 언론인 조선일보와 통화에선 "조국 정국 이후 당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고 있다. 이렇게 민주당이 무기력해진 책임의 상당 부분이 이해찬 당대표에게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내부 분열로 가면 안 된다는 분위기 때문에 의원들이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있지만, 지도부가 너무 안이하다"고 했다. 그는 "의원직을 던질 각오도 돼 있기 때문에 할 말은 하겠다" "지금 당대표를 비판하지 않으면 누구를 비판하겠느냐"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 처음으로 '이해찬 책임론'을 공개 제기한 것이다.

앞서 14일 이 의원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법사위의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등 수도권 법원 국감에서 의원들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씨의 영장 기각 문제로 여야가 공방을 벌이다가 국감이 일시 파행되자 "저도 정치인 중 한 사람이지만 참 창피하다"라며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서도 여야가 입장이 바뀌면 주장이 바뀐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야당이었던 지난 2017년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영장이 기각되자 '영장 기각은 법원의 치욕'이라고 했다"라며 "2년 만에 여야가 바뀌자 조 장관 동생 영장 기각에 대해 우리 당은 적절한 판단이라고 하고 한국당은 사법부 수치라고 한다. 이게 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2일 국감이 시작되고 나서 오늘(14일)까지 단 하루도 부끄럽지 않은 날이 없다"라며 "부끄러워서 법사위 못하겠고 창피해서 못하겠다"라고 자조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다음날인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의원은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며 “상대에 대한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졌다.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다”고 했다. 이어 “당연히 저의 책임도 있다. 부끄럽고 창피하다.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결국 여야, 국민까지 모두를 패자로 만들뿐이다”고 한탄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표창원 의원을 만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기에 일단 당 지도부에서 두분을 만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26일 여권의 한 중진의원은 시사플러스와 통화에서 "만류한다고 들을 의원이 아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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