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
[이미영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맡기도 한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1944년 12월4일 강원도 동해의 유복한 정치가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 중 미륭건설을 창업해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집안 또한 2대째 국회의원을 배출한 명문 정치가문 출신이다. 부친은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으로 1954년 제3대 민의원을 시작으로 7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다. 국회 상공위원장, 공화당 원내총무, 국회부의장을 두루 지내는 등 활발한 의정 활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1970년대 중동건설 경기 붐을 타고 사업을 키워 창업 10년 만에 30대그룹에 진입했다. 건설업에서 벌어들인 ‘오일달러’로 한국자동차보험을 인수하고 보험과 전자, 제철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금융분야의 DB화재 경영을 정상화하고 국민투자금융을 동부증권(DB증권)으로 전환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기반을 다졌다. 제철사업, 비메모리 반도체사업, 합금철사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도 했다.

“우리 사회의 탐욕적 이기주의가 안타깝다. 이를 극복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어록을 남기기도 한 그는 이후 무리한 투자와 경영 악화로 주력 계열사들을 연달아 매각했고 제조부문은 동부대우전자와 DB하이텍, 금융부문은 DB화재를 중심으로 재도약을 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9월 21일 여비서를 성폭행·성추행한 혐의 논란으로 회장과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2017년 7월 질병 치료 목적으로 미국에 출국한 김 전 회장은 지난 22일 오후 뉴욕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 23일 새벽 3시40분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고 수사관들에게 체포됐다. 출국 약 2년2개월 만이다.

공항 입국장에서 곧바로 경찰에 체포된 김 전 회장은 취재진에게 "조사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 인정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범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25일 오후 발부했다. 명 판사는 "사안이 중대한데다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창업 20여 년 만에 국내 20대 기업에 진입하기도 한 동부그룹 창업자의 '몰락의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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