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 출연한 영상 캡쳐.
[김민호 기자] "인적 쇄신과 혁신 없이 반사적 이익 만으로 총선 치룬다는 발상은 정치 사상 처음으로 대선.지선.총선 3 연패를 가져 오게 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지금의 당이 처한 현실에 대해 2일 자신의 SNS에 쓴 글이다.

전여옥 전 의원은 1일 블로그를 통해 “한국당 지지율은 조국 사태 이전으로 완벽하게 되돌이표를 찍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참 겸연쩍게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그동안 한국당을 먹여살린 셈”이라며 “이제 조 전 장관이 없어지니 한국당 지지율이 완벽한 거품이었다는 내용증명이 도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전 의원은 “조국 정국에서 삭발하고 반짝, 불공정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 숟가락만 얹고 자기들 정치하다 쪽박 찰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가 아는 정치에 밝은 분들을 만나보니 ‘도저히’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제가 아는 기자들은 ‘손절해야 될 때’, ‘던져야 될 시점’이라고 한다. 표창장에 상품권, 인재영입 해프닝. 지금 한국당 전원이 문제다. 절박함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의 황교안, 나경원부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 또 3선 이상은 모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 즉,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보수통합을 반드시 이루어서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우파정당이 승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혁신도 비전도 없고 오너십마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이날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황 대표의 리더십과 관련, “지난 2월 취임한 후 벌써 9개월 가까이 흘렀는데 ‘황교안식 정치실험이 도대체 무엇이냐’라는 물음이 아직도 나온다”며 “그때그때 일어나는 상황에 대처하는 ‘전술’은 만들어 가고 있지만, 총선 전 인재영입, 혁신, 통합 등과 관련해 큰 ‘전략’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의 오너십(owner ship) 부재가 장기화하면서 당의 정체성이 오락가락하는 동안 위기 돌파도, 혁신도, 비전도 없이 정국 주도권을 빼앗긴 채 여권에 끌려가는 ‘맹물 야당’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황교안 대표의 취약한 리더십과 폐쇄적인 관료적 시스템, 화학적 결합을 못 하는 계파주의, 영남 중심 지역주의, 혁신 불감증 등을 한국당 5대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먼저 황 대표는 최근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자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는 나경원 원내대표 발언에 공감을 보였다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당내 불만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가 나 원내대표의 공천 가산점 발언에 대해 '해당 행위'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져, 투톱 간 갈등설마저 불거졌고, 당 지지율은 아래로 추락했다. 황 대표는 오히려 유연한 리더십을 보인 것이라며 일각의 비판을 일축했지만 최근 열흘 사이 공천 가산점 발언, ‘벌거벗은 임금님’ 동영상,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등과 관련해 세 번이나 기존 입장을 뒤집으며 논란을 초래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위 및 국가안보위원회 긴급연석회의에 참석하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당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는 황 대표가 색소폰을 연주하는 영상이 올라와 “지금 색소폰이나 불 때냐”는 비판이 나왔다. 소통 없이 꽉 막힌 관료적 시스템이 최근 이 같은 ‘자충수’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2월 취임 이후 8개월 동안 '공천룰'과 '인적 쇄신'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당내 기구인 신(新)정치특위가 청년·여성 후보자에게 30% 공천 가산점을 부여하는 걸 골자로 한 혁신안을 지난 7월 지도부에 냈지만 후속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여당이 현역 평가를 통해 하위 20%에 공천 불이익을 주는 인적 쇄신 방안을 밝힌 것과 대조된다.

인재 영입은 황 대표가 당 상임특보단장인 이진복 의원을 중심으로 한 원내 측근, 사무총장단과 상의한 뒤 진행됐다. 과거 대표가 인재 영입을 하면 비공개 최  고위 등에서 논의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고위원들이 언론 보도 전까지 영입 인사 명단을 몰랐다. 사무총장단은 "최고위 의결 사항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비공개 최고위에서 활발하게 논의하고 치열하게 논쟁도 벌였던 과거 지도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며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측근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로 분파된 당 상황을 장악하지 못하는 모습도 지적됐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박·비박 등 여러 세력과 대화해 타협하고 아우르는 노력이 없다”며 “정치력이 강하게 발휘되지 않으니 결국 조직 약화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TK) 등 특정 지역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한국당의 확장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 지도부 상당수를 영남 의원으로 기용한 황 대표도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에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수도권 의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신상진 의원(성남 중원)은 "'조국 사태'로 잠시 한국당에 관심을 가졌던 지역 민심이 다시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며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는 혁신안을 내놓으려면, 영남 중심의 당 운영과 영남 중심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총선 승리에 필수적인 ‘혁신’이 드러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금은 중진 중에서도 불출마 쪽으로 방향을 잡는 사람이 없다”며 “미래와 조직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각자도생하고 있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역시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기 과오는 인정하지 않고 자리보전에만 연연하고 있고, 당 지도부는 오락가락 갈팡질팡 하면서 당이 혼돈상태로 가고 있다”며 “패스트트랙 수사의 칼끝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를 책임지고 해결할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가 자기 잘못은 회피하면서 공천에만 목메고 있다”고 질책했다.

3일 오전 자신을 보수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시사플러스와 통화에서 "애초 기대도 없었지만 요즘 하는 작태를 보면 정말 질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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