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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정희, 알츠하이머 10년간 잃아..."최근 딸 얼굴도 구분 못 해"
김승혜 기자  |  sh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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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0  14: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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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주최 제38회 영평상 시상식이 열린 2018년 11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로영화인상 수상자인 배우 윤정희와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함께 입장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 피아니스트 백건우(73)의 아내인 배우 윤정희(75)가 10년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백건우의 국내 공연기획사 빈체로는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증상이 10년쯤 전에 시작됐다"고 10일 확인했다. 윤정희가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인 사실은 영화계와 클래식 음악계에서 이들과 가까운 일부 지인만 공유하던 비밀이었다.

백건우의 내한 공연을 담당하는 공연기획사 빈체로 관계자는 "윤정희는 최근 자녀와 동생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알츠하이머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리하는 법도 잊고, 밥 먹고 나면 다시 밥 먹자고 하는 정도까지 악화했다"고 전했다.

윤정희는 지난 5월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요양 중이다. 이들 부부의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42)가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파리국립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녀는 현지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 중이다. 

윤정희는 32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최근작은 2010년 영화 '시'(감독 이창동)다. 홀로 손자를 키우며 늦은 나이에 시를 배우는 할머니 '미자'를 연기했다. 영화 대부분의 장면에 그녀가 나왔다. 이 영화로 국내 영화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칸 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았고, LA 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도 받았다.

미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를 겪는 역이었다. 이창동 감독이 처음부터 윤정희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으로 알려졌다. 미자라는 이름은 윤정희의 본명이다.

윤정희는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통했던 톱배우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 통하는 백건우와 1976년 파리에서 결혼, 영화·클래식계는 물론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다. 소박한 부부의 품성에 따라 결혼식은 이응로 화백 집에서 조촐하게 치러졌다.   

이후 두 부부는 항상 함께 했다. 2016년 7월 뇌졸중을 이겼으나 언어 능력을 잃은 김승옥의 수채화 전시에도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작년까지 백건우의 공연은 물론 기자간담회장에도 항상 함께 했다. 같은 해 11월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주최러 '제38회 영평상' 시상식에서 윤정희가 공로영화인상을 받을 때도 함께 했다.

하지만 올해 3월 유니버설뮤직 그룹 산하 클래식음악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발매한 '쇼팽: 녹턴 전집' 간담회에서 윤정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시부터 병세가 조금씩 악화된 것이다. 

백건우는 클래식음악계에서 '사랑꾼'으로 유명하다. 잉꼬부부로 소문이 났다. 인사동 길을 걷을 때 백건우는 여전히 윤정희의 가방을 들고, 그녀의 손을 잡는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서 고독할 수밖에 없는 작업의 동반자다. "제게 가장 엄한 평론가이고 제 음악생활에서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고 부끄러워했다. 

백건우는 12월7일과 1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각각 '백건우와 야상곡'과 '백건우의 쇼팽'이라는 타이틀로 공연한다. 클래식음악 관계자는 "백건우가 파리에서 요양 중인 윤정희를 생각하며 허전해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그녀와 팬을 위해 공연 준비에 몰두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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