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자유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부산 금정구가 지역구인 3선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를 살리는 마음으로 우리 다 함께 물러나자"며 이같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만 47세 3선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만으로도 파급력이 큰데, '인적 쇄신'을 넘어서 '인적 단절'을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한국당의 미래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에 빠져들었다는 관측이다.

이날 김 의원은 "정치권에서 '만성화'를 넘어 이미 '화석화' 된 정파 간의 극단적인 대립 구조 속에 있으면서 '실망-좌절-혐오-경멸'로 이어지는 정치 혐오증에 끊임없이 시달려왔음을 고백한다"며 "이제는 정치에서 그칠 때가 되었다. 권력의지 없이 봉사정신만으로 이곳에서 버티는 것이 참으로 어렵게 된 사정"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창조를 위해서는 먼저 파괴가 필요하다. 깨끗하게 해체해야 한다.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지금 (한국당에) 계시는 분들 중에 존경스러운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대의를 위해서 우리 모두 물러나야 할 때다. 우리가 버티고 있을 수록 이 나라는 위태롭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당 대표님, 나경원 원내대표님, 열악한 상황에서 악전고투하며 당을 이끌고 계신 점 경의를 표한다. 훌륭하신 선배, 동료 의원님들 감사하고 존경한다"며 "그러나 정말 죄송하게도 두 분이 앞장서시고 우리도 다 같이 물러나야 한다. 미련 두지 말자"고 촉구했다.

또 김 의원은 "이것이 현실이다. 한 마디로 버림 받은 것이다. 비호감 정도가 변함없이 역대급 1위"라며 "감수성이 없고, 공감능력이 없고, 그러니 소통능력도 없다. 세상 바뀐 걸 모르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섭리다. 섭리를 거스르며 버티면 종국에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발언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는 예외이고 남 보고만 용퇴하라, 험지에 나가라고 한다"며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당은 공식적으로 완전하게 해체하자"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완전히 새로운 기반에서, 새로운 기풍으로, 새로운 정신으로, 새로운 열정으로,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새로운 사람은 경험이 모자라서 안된다고 반론을 펴고 싶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경험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는 시대다. 오만과 간섭은 금물이다"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김 의원은 "남은 6개월여의 임기동안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여의도 연구원장으로서, 금정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더욱 열심히 의정활동에 임하겠다"며 "그리고 원래 제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적 책무감을 간직하며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데 늘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의원은 평소 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적 쇄신'을 넘어 '인적 단절'에 가까운 수준의 현역 의원 교체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피력해왔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중성자탄을 떨어뜨렸을 때, 건물 손상 없이 생물체만 다 절멸시키는 수준의 절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당 한 관계자는 시사플러스와 통화에서"현역 의원 전원 불출마까지도 심각히 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해온 김 의원이 최근 당내에서 지펴진 '인적쇄신'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심정으로 불출마 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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