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따른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20일 오후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다. 이번 단식은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단식 장소도 국회가 아닌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이다.

20일 한국당 간계자는 "황 대표가 단식하는 이유는 여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강행 기류와 경제 및 외교·안보 등 총체적인 국정 실패에 대한 항의"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황 대표는 최근의 국내 상황을 '위기'로 단정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전면적인 국정 전환을 촉구해왔다.

황 대표의 단식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에 대한 범여권의 일방 처리 강행에 따른 불만과 항의가 모두 함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패스트트랙 선거법은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세력이 국회를 장악하려는 의도에서 시도하는 것"이라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애당초 의석수를 늘리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제도였다. 범여권 의원들도 이를 모두 알고 있었다. 알고도 의석수 늘어나지 않는다고 국민을 속인 것이다. 참으로 간교하다"고 힐난했다.

또 "공수처법 역시 합법적 독재를 완성시키려는 이 정권의 검은 의도에서 비롯됐다"며 "공수처법을 검찰 개혁법안이라고 국민을 속이고 있는데 개악이다"라고 비판했다.

오는 22일 자정 종료되는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소미아 파기는 한일관계 뿐만 아니라 아니라 한미일 3각 공조 틀을 흔들 수 있다는 게 한국당의 일관된 입장이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 종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무런 상황 변화가 없다"며 "이대로 가면 지소미아가 최종적으로 파기되고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이 붕괴될 뿐 아니라 그 결과 한미 동맹도 파탄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나라의 안보가 그야말로 퍼펙트스톰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누구를 위해 지소미아를 파기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달콤한 말로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국익을 훼손하고 국운을 기울게 하려는 것 아닌가. 대통령의 안보 포퓰리즘에 이 나라 안보가 속절없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다"고 개탄했다.

이밖에 한미동맹 균열, 중국·러시아 영공 침해 등 외교안보 정책 실패,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 정책 실정을 바로 잡고 총체적 국정 실패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기 위한 차원에서 단식을 결정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이날 황 대표의 단식투쟁과 관련,  박맹우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겨울철 '풍찬노숙'에 가까운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절대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며 "누군가는 나서서 이 시기에 온몸을 던져 투쟁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혁신 없이는 총선 필패'라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김세연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도부의 '선도 불출마'를 요구하고, 이를 계기로 지도부 용퇴론까지 거세지면서 황 대표의 리더십은 또다시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다소 뜬금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영수회담 제안은 물론, 이날 단식투쟁 돌입도 결국 자신의 당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고 꺼내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황 대표가 이달 초 '보수통합론'을 들고나오면서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과의 물밑접촉을 공개한 배경에도 이 같은 계산이 깔렸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단식투쟁이 '어설픈' 정치공학적 행보가 아니라 목숨을 건 투쟁으로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려면 여론의 공감과 투쟁의 성과가 필수적이다.

황 대표에 앞서 지난해 9일간의 단식투쟁을 벌였던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드루킹 특검'을 관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소미아 종료의 경우 문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고, 패스트트랙 역시 범여권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홍준표 전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황 대표 단식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도 황교안 대표를 향해 “제발 단식하지 말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드디어 황 대표께서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행에 돌입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단식, 삭발, 의원직 사퇴 중 현역 의원이 아니기에 의원직 사퇴는 불가능하지만 ‘당대표직 사퇴 카드’만 남게 된다”며 “이런 방식의 제1야당으로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위기를 단식으로 극복하려 해도 국민이 감동하지 않는다”며 “국민이 황 대표께 바라는 정치는 세 가지 이슈나 장외투쟁이 아니라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장소인 국회를 정상화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발목만 잡지 말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