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희 前 충주시장
요즘 SNS나 인터넷 댓글 등을 보면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좌빨(좌익빨갱이)과 토착왜구 등으로 나뉘어 서로를 영원히 추방돼야 될 존재들인 것처럼 비난하며 싸운다.

그런데 그들이 진짜 진보와 보수의 의미를 제대로 알기나 하면서 싸우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사실 진보 보수를 좌파 우파라며 흑백논리로 분류하고 결사적으로 싸우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좌파와 우파의 유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좌파와 우파의 유래는 프랑스 혁명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프랑스에서 대혁명이 일어난 후, 국민의회가 소집된다. 이때 의장석에서 바라보았을 때, 회의장 오른편엔 왕정을 옹호하는 왕당파가 앉았다. 왼편에는 공화정을 주장하는 공화당파가 앉았다. 당시에 왕정은 보수였고, 공화정은 진보에 속했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에선 진보적인 정치사상을 가진 야당은 의장석 왼쪽에, 보수적인 사상을 가진 여당은 회의장 오른쪽에 앉는 것이 관행이 됐다. 이런 정치 관행에 따라 좌파와 우파라는 말이 생겨났다.

요즘은 진보와 보수가 그 시대의 사회적 움직임에 따라 구분된다. 현 사회질서에 만족하여 현재 상태를 유지하자는 쪽이 보수고, 현 사회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여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진보다.

이처럼 유럽에서 출발한 진보는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회공동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자는 입장이다.

보수는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지 말고, 자기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공정한 사회경제적 틀만 만들어 놓자는 개념이다.

결국 유럽에서의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국민들을 잘먹고 잘살게 하는 방법론의 차이일 뿐이다.

그래서 유럽 각국에선 진보와 보수가 연립정권을 세우기도 한다. 진보정권에서 보수주의 정책이 나오고, 보수정권에서 진보적인 정책이 나오기도 한다.

나아가 중도파와 중도좌파의 본질적인 가치를 간직하고, 이를 현실에 맞게 새롭게 변형시킨 이념적인 시도도 나온다. 1998년 3월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프랑스 하원 연설에서 처음 언급했다. 뒤이어 같은 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제3의 길’을 주제로한 심포지엄이 열린다. 정반합(正反合), 보수와 진보가 서로 빈자리를 채워주며 제3의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좌파,우파는 미ᆞ소 냉전에 따른 이념적 차이를 의미한다. 6.25전쟁과 반공정책으로 인해 좌파는 공산주의자, 빨갱이와 동일시 한다. 왜, 좌파와 빨갱이를 동일시 할까?

그것은 한국이 해방후 신탁통치를 둘러싸고 벌인 찬탁, 반탁운동과 6ᆞ25전쟁, 미국과 소련 중국과의 냉전, 북한의 독재, 이승만 박정희 정권의 반공정책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우리나라는 스스로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미국의 힘에 의해 해방을 맞는다. 그리고 미국은 공산화된 소련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제시대 기득권세력들인 친일파들을 중용한다. 이들에게 대한민국 정부수립후에도 기득권을 유지하게 해준다. 이에 반발하는 계층은 대부분 독립운동을 한 진보적 성향의 사회주의자들이다. 게다가 6ᆞ25 전쟁이후 주적이 일본에서 북한 공산주의자로 바뀌었다. 학교에선 반공교육을 실시했다. 변혁을 원하는 진보진영은 상대적으로 외면받게 된다.

지난 70년간 그 기득권 세력이 계속 이어져왔고, 그에 반발하는 진보세력은 야권세력이 됐다. 그리고 기득권세력은 야권세력을 친북ᆞ종북세력으로 매도했다. 야권세력은 기득권세력을 수구골통, 토착왜구세력으로 맞대응했다.

이렇게 해서 원래 진보ᆞ보수와 개념이 다른 여야진영이 형성됐다. 지금은 북한과 공존을 모색하는 여권이 진보(좌파), 친일ᆞ반공 수구세력이 야권이면서 보수(우파)가 됐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현상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진보와 보수가 없다. 이념을 논하는 정치인들 조차 자신들이 진보나 보수로 분류되는 것을 싫어한다. 누구에게나 보수, 진보적 성향은 다 갖고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한 번 보수면 영원한 보수, 진보면 영원한 진보인 것처럼 생각한다.

정권이 뒤바뀌었는데도 여당이 진보고, 야당이 보수로 여긴다. 한마디로 개념이 없다. 중도론자들은 변절자나 회색분자 취급을 한다. 정치는 양진영으로 갈라져 진영논리로 죽기살기로 싸운다.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잊지 못한다. 또 6.25전쟁의 아픔도 잊을 수 없다. 아무리 상대당이 미워도 외적과 동일시 해선 곤란하다. 정치에도 할 말, 안 할말이 있다.

이제 상대편을 빨갱이 좌파(진보), 토착왜구 우파(보수)로 매도하는 개념에서 벗어나 여당(집권당)과 야당으로 개념정립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언론에서 개념없이 좌파 우파로 표현하지 말고, 여당(집권당) 야당으로 사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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