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레스덴 박물관에서 도난 당한 다이아몬드 훈장
[신소희 기자]  유럽 최고의 보석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 드레스덴 그뤼네 게뵐베('녹색 금고'란 뜻)박물관에서 25일(현지시간) 발생한 '2차세계대전 후 최악'의 도난 사건에 독일은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빠져 있다.

1723년 작센 왕국의 아우구스트 1세에 의해 건립된 이 박물관은 '유럽의 보석상자'로 불릴만큼 호화찬란한 보석 공예품들을 소장하고 있어,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25일(현지시간) 현지언론 빌트, DPA,프랑스 AFP, 영국 가디언,미국 뉴욕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마리온 아커만 박물관 관장은 "보석 장식물(jewel garnitures) 세트 3개가 사라졌다"고만 말했다.

문제는 각 세트가 40여개의 다이아몬드, 루비, 진주, 사파이어 등으로 만든 장신구들로 구성돼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작센 왕국의 국왕 및 왕족들이 착용했던 목걸이, 귀걸이, 브로치, 버튼,홀(지팡이)등이 포함돼있다. 보도에 따르면, 2개 세트는 각 37개의 장신구들로 이뤄져 있고, 나머지 1개는 20여개의 장신구들로 구성돼있다.

따라서 도난 당한 보석 공예품들은 총94개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박물관에는 '보석 장식물' 세트가 총 10개 있는데, 이중 3개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박물관 소장품은 약 3000개로 알려져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소장품은 일명 '드레스덴 그린(녹색)'으로 알려진 '녹색 다이아몬드 펜던트'이다. 이 녹색다이아몬드는 무려 40.7 캐럿이다. 아우구스트 2세가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드레스덴의 보석 박물관에서 강탈된 보석 공예품들 속에 49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장식돼 있다고 박물관 측이 27일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그뤼네 게뵐베' 박물관에서 지난 25일 도난당한 공예품 3세트 가운데 박물관에서 가치가 가장 큰 49캐럿의 다이아몬드가 포함됐다.

1728년 작센왕국의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1세가 구입한 것으로, 전문가들로부터 1천200만 달러(141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도난당한 보석 공예품에는 상당한 다이아몬드 등 보석이 장식으로 사용됐다. 9개의 대형 다이아몬드와 770개의 소형 다이아몬드가 사용된 검 공예품도 도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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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레스덴 박물관에서 도난 당한 다이아몬드 머리장신구
드레스덴 그린' 다이아몬드는 이번에 도둑들이 침입한 전시실과는 다른 전시실에 평소 전시돼있는데,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엔 마침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를 위해 대여된 상태였다. 이 전시는 25일부터 시작됐다.

도둑들은 드레스덴 박물관의 10여개 전시실 중 '보석의 방'으로 불리는 전시실만 털었다. 이 곳에는 수백개의 다이아몬드, 루비,에메랄드, 진주 등으로 만든 공예품 뿐만 아니라 금,은,상아, 호박으로 만든 정교한 조각상들도 전시돼있었다. 특히 에메랄드와 사파이어 수백 캐럿으로  제작된 63cm 높이의 흑인(무어)조각상도 이곳에 있다.

하지만 도둑들이 크기가 큰 작품들은 놔두고 옮기기 쉬운 작은 작품들을 훔쳐갔다고 독일 언론들이 보도한 것으로 볼 때, 이 흑인 보석상은 도난 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물관 측은 이번에 도둑맞은 소장품들의 가격이 총 얼마나 되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문화적, 역사적으로 돈으로 환산할 수없다"는 이유에서이다. 다만 언론들은 최고 10억유로(약1조3000억원)어치가 도난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난 당한 작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공개된 시장에서 세트로 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도둑들이 세트에 포함된 작품들을 하나씩 나눠 암시장에서 팔아치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아커만 관장은 세트가 분리돼 각각 팔릴 가능성에 대해 "상상만해도 끔찍하다"며 절망적인 심정을 나타냈다.

▲ 독일 드레스덴의 그뤼네 게뵐베('녹색금고'란 뜻) 박물관이 25일(현지시간) 검은 옷을 입은 도둑이 전시실 진열장 유리창을 부수고 있는 장면. 도둑들은 이 박물관에서 100여점의 보석 장식품들을 훔쳐 사라졌다.
도난범 어디에..."단 몇분 만에 털어가"

한편 독일 드레스덴 그뤼네 게뵐베(녹색 금고라는 의미) 박물관의 도난범들을 잡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독일 경찰은 26일(현지시간) 전날 드레스덴의 한 지하 주차장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된 차량이 그뤼네 게뵐레 박물관 도난범들이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고 도이체벨레,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경찰은 전날 오전 있었던 정전 사태 역시 범행과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범인들은 박물관 인근에 불을 내 알람과 가로등을 비활성화시킨 뒤 범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전 속에서도 CCTV는 계속 작동됐다. 경찰이 공개한 CCTV 화면에는 범인들이 도끼를 이용해 진열장을 파손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은 "모든 일이 겨우 몇 분 만에 벌어졌다"며 목격자가 있다면 나와 달라고 촉구했다.

전날 오전 그뤼네 게뵐베 박물관에 도둑이 들어 10억 유로(약 1조 3000억 원) 상당의 보물들이 도난당했다. 범인들은 창문을 통해 박물관에 침입했다가 보물을 챙긴 뒤 아우디 A6 차량으로 도주했다.
 
경찰은 범죄 조직이 이번 사건의 배후에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태가 지난 2017년 베를린 보데 박물관에 발생한 초대형 금화 도난 사건과 연계됐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범인들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이들이 보물에서 다이아몬드를 빼 내 판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박물관의 귀중한 소장품들을 영영 잃게 되는 셈이다.
 
그뤼네 게뵐베 박물관의 더크 신드램 관장은 도난범들이 보물을 훼손한다면 물품 가치를 떨어뜨리는 "어리석은 일"이라며 "이것들은 18세기에 만들어졌다. 이 보석들을 아무렇지 않게 현금으로 바꿀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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