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대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내년 4월 총선 전에는 북미 정상회담을 열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지난 27일 나왔다. 발언이 사실이라면 총선 승리라는 정략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생존이 걸린 북한 비핵화 과제조차 뒤로 미뤄야 한다는 의미여서 충격이다.

자신의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자 나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올해 방한한 미 당국자에게 내년 총선 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이지 열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은 아니다”면서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당연히 했어야 할 주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궁색한 해명에 더 논란이 증폭되자 되레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2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핵 폐기 등 진정한 한반도 평화와 거리가 먼 보여주기식 회담을 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제1 야당 원내대표로서 미국 눈치 보지 말라고 당연히 해야 할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를 향해 “이번에도 총선 직전 신북풍 여론몰이를 하려 미국 꾀어볼 심산이었을 것이다. 꼼수 부리다 허를 찔린 이 정권의 적반하장”이라고 부연했다.

북미 정상회담 한다고 유권자가 한국당에 표를 안 줄까 봐 부탁한 것인지 누구를 위해 그런 말을 했는지 해명도 구차스럽다.

지난 3월 13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공직자 평화·통일 특강에서 하노이회담 결렬 원인으로 "미국은 북한에 대해 너무 과도한 요구를 했고, 북측도 섣부른 과신을 해 서로 안 맞은 데서 문제가 생겼다."며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변수’를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나 원내대표가 펠로시 의장을 포함해 민주·공화당 정치인들을 만나 ‘남북경협 안 된다. 남측이 비무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이게 미국 정가의 (대북 강경) 분위기를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노이회담 결렬에 나경원 방미도 한 몫했다는 취지다.

실제로 나 대표는 전날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에서 “최근 미국을 방문한 저는 펠로시 미 하원의장으로부터 북한이 비핵화는 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무장해제를 추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운운하고 있어 한미 간 엇박자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회창 후보를 돕기 위해 북한에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한 ‘총풍사건’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해 결국 대권 창출에 실패한 바 있다.

초당 외교차 방문한 미국에서 제1 야당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 북미정상회담 자제를 직접 요청했다면 이는 용납되기 어렵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분간을 못하는 이런 분이 제1야당 원내대표라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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