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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사회 기수의 죽음 [유서전문]
신소희 기자  |  roryrory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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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30  13: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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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화면 갈무리
[신소희 기자] "다니던 학교도 그만 두고 경마장에 인생을 걸어보고자 들어왔는데 기수라는 직업은 한계가 있었다. 모든 조교사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 … 요즘엔 승군해서 조금 못 뛰면 레이팅을 낮춰서 하위군으로 떨어트린다고 작전 지시부터 아예 대충 타라 한다. … 이런 부당한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버리면 다음엔 말도 안 태워주고, 어떤 말을 타면 다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 걸고 타야만 했고 비가 오던 태풍이 불던 안개가 가득찬 날에도 말 위에 올라가야만 했다."

"하루빨리 조교사를 해야겠단 생각으로 죽기살기로 준비해서 조교사 면허를 받았다. … 그럼 뭐하나 마방을 못 받으면 다 헛일인데. 면허 딴 지 7년이 된 사람도 안 주는 마방을 갓 면허 딴 사람들한테 먼저 주는 이런 더러운 경우만 생기는데. 그저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 되니. … 이번엔 더 웃겼지. 지난번에 OOO 처장과 친분이 있는 OO이가 좀더 친한 다른 사람들 때문에 할 수 없이 마방을 못 받아서 이번에 주려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한 사람이 조교사 면허를 딱 받아서 와버렸네. 처장과 아주 친하신 분이. … 내가 좀 아는 마사회 직원들은 대놓고 나한테 말한다. 마방 빨리 받으려면 높으신 양반들과 밥도 좀 먹고 하라고."

중략...

"이거 내가 쓴건 맞아요. 혹시나 프린트 한거나 조작됐다고 할까봐 글씨가 엉망이라. 진짜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부디 날 아는 사람들은 행복했음 좋겠다"고 적혀 있다. 복사본 맨 뒤에도 수기로 "혹시나 해서 복사본 남긴다. 마사회 놈들을 믿을 수가 없다. 내 유서가 없다 하면 꼭 OO형한테 전해주라"

29일 새벽 5시경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기수 문중원 씨(40)가 기숙사에서 마사회 마사회 운영 문제를 지적하며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으로는 제주도에 사는 부모님과 부산에서 동거 중이던 부인, 8살 딸과 5살 아들이 있다.

문 씨는 컴퓨터로 이같은 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원본과 복사본을 남겼다. 원분 맨 뒤에는 수기로 "이거 내가 쓴건 맞아요. 혹시나 프린트 한거나 조작됐다고 할까봐 글씨가 엉망이라. 진짜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부디 날 아는 사람들은 행복했음 좋겠다"고 적혀 있다. 복사본 맨 뒤에도 수기로 "혹시나 해서 복사본 남긴다. 마사회 놈들을 믿을 수가 없다. 내 유서가 없다 하면 꼭 OO형한테 전해주라"고 적혀 있다.

유서에는 부정경마에 휘둘리며 겪은 어려움과 조교사 면허를 따고도 마사회 간부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밀려 조교사 일을 배정받지 못해 겪은 괴로움이 담겼다.

   
▲ 고 문중원 씨 유서 첫 페이지 ⓒ 공공운수노조
30일 미디어 참여와 혁신에 따르면 문중원 씨는 유서에 “도저히 앞이 보이질 않는 미래에 답답하고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며 “경마장에 인생을 걸어보겠다고 들어왔는데 언젠가부터 기수라는 직업은 한계가 있었다. 모든 조교사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고 전했다.

고 문중원 씨는 2018년 공공운수노조 경마기수지부에 가입했고, 2005년에 부산경마공원에서 기수로 일을 시작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8일 오후 7시 고인이 경마공원 내 기숙사에 들어온 것을 확인했고 그날 밤 10시까지 부인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29일 새벽 5시 옆방 동료가 방 앞에 놓인 고인의 물건을 보고 이상한 점을 느껴 고인의 방에 들어가 죽음을 확인했다”고 고 문중원 씨 사망 경과를 발표했다. 또한, “사망 추정시간은 11월 29일 새벽 2시이고 경찰은 유서 등 사안이 명확해 부검 실시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 ⓒ 공공운수노조
고 문중원 씨는 기수이면서 마사대부 업무를 할 수 있었다. 조교사 자격증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 간 마사대부 업무를 하지 못했다. 고 문중원 씨는 유서에 “내가 좀 아는 마사회 직원들은 대놓고 나한테 말한다. 마방 빨리 받으려면 높으신 양반들과 밥도 좀 먹고 하라고”라며 “그저 보이지 않는 힘이 필요할뿐”이라고 남겼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고 문중원 씨는 2015년 조교사면허 취득에도 마사회의 불합리한 행태로 마사대부(실질 조교사)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비롯해 마사회 부조리에 대해 평소 억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마사대부 업무는 마사회로부터 24~45개 마구간을 유상으로 배정받아 마주에게 영업을 통해 말을 수급하는 일이다. 경주에 출전할 기수도 섭외하고 마사회가 공시한 경주 일정을 신청한다. 경주에서 순위권에 들게 되면 상금과 마주에게 받은 위탁관리비로 마방을 운영하고 마필관리사와 기수 인건비를 지급하는 소사장 형태의 특수고용노동자이다.

‘마사회 - 마주(말 주인) - 조교사 – 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 소사장 형태로 마사 대부 업무를 한다. 마사회 운영 구조는 다단계 하청구조이기 때문에 저임금과 노동착취뿐만 아니라 업무상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비율도 높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었다. 2년 전 2017년 5월과 8일에는 같은 곳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마필관리사 2명이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노조는 고 문중원 씨의 유서에서 마사회 구조적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과거 부정경마 지시를 벗어날 수 없는 부조리 구조 ▲기수의 출전선택권을 마사회가 가져 마주와 조교사가 기수 자격을 박탈시킬 수 있는 갑질 구조 ▲조교사 면허를 취득해도 실질 조교사로 일할 수 없는 부조리(마사회가 기준도 없이 마방 조교사 낙점) 등을 이유로 들며 구조가 만든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 ⓒ 공공운수노조
노조는 구조적 문제와 함께 “고인은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나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조교사 자격을 확보하고 싶어 했으나, 마사회는 최근 2~3년간 조합원 신분의 조교사를 마방대부로 발탁하지 않았다”며 노조 탄압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고 문중원 씨 유족은 ▲고인 죽음의 진상규명 ▲재발방지와 책임자 처벌 ▲마사회의 공식적 사과 ▲자녀 등 유가족 위로보상 등을 촉구했다. 유족은 장례 등 일체 사항을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에 위임한 상황이다.

마사회 노동자의 자살은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박경근 마필관리사와 이현준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열사 투쟁이 진행됐고,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했다.

조사 결과 마필관리사 34%가 우울 수준 고위험군으로 나타났고, 마사회의 산재은폐 등 산업안전 분야 위반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노동부는 마필관리사 고용구조 개선 등을 권고했다. 또, 525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255건을 사법처리하고, 270건에 대해 4억 6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수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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