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비리 수사사건의 최초 제보자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5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2
[김민호 기자] 송철호 울산시장과 측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정모 울산시 정무특보가 6·13 지방선거 전인 지난해 1월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병원 공약과 관련한 진행 상황을 청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국민일보는 "이들은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 송 시장이 출마할 지방선거 캠프 준비모임을 꾸린 상태였다. 송 부시장은 2017년 10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위를 처음 제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송 시장 측은 “당시 후보였던 송 시장의 정책 공약을 설명하기 위해 청와대 관계자를 찾은 것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관계자가 후보자를 만나 정책공약을 협의했다는 것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송 시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정 특보는 이날 매체와의 통화에서 “송 시장, 송 부시장과 함께 지난해 1월 한 차례 청와대를 찾은 일이 있다”고 말했다. 정 특보는 “당시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 다녀온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공공병원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인지 물으러 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때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서 청와대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송 시장 등은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당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소속 장모 선임행정관을 만났다. 이 관계자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10분까지 (선임행정관과) 밥을 먹었다”며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공약을 어떻게 고민했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송 시장 일행이 장 선임행정관을 만난 지난해 1월은 송 부시장이 김 전 시장 관련 비위를 청와대에 제보한 시점으로부터 불과 3개월 뒤다. 송 부시장은 이즈음 울산경찰청의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수사와 관련해 참고인 진술을 하기도 했다. 송 시장의 선거캠프는 그로부터 1개월 뒤인 지난해 2월 공식 출범했다. 경찰은 청와대가 하달한 범죄 첩보 관련 내사를 마치고 지난해 3월 울산시청을 압수수색, 김 전 시장 측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송 시장 일행은 이에 앞서 2017년 10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말에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을 각각 장관 집무실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송 시장 측은 이 자리에서도 울산시장 선거공약을 설명, 협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관들을 만나는 자리에도 동행한 정씨는 “공약 수립에 도움을 받기 위해 한 시간 정도씩 만났다”면서 “선거 공약이 모두 이행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한국일보도 상기 내용을 보도하면서 울산 정가에선 당시 송 시장 측과 청와대 및 관계 장관들과의 만남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송 시장 측은 여권 후보자의 프리미엄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야당 후보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거캠프 발족에 앞서 여권 후보자가 청와대 등의 정권 핵심 인사를 두루 만나고 다니는 것 자체가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여지도 없지 않다. 당시 송 시장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지역 정가에서 알려져 “송 후보자의 당선은 시간문제”라는 말이 파다했다. 울산 정치권 관계자는 “송 시장 측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청와대에 공공병원 등 공약 수립과 발표할거니 많이 도와달라고 부탁해놓은 상태’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송 시장 일행이 청와대 관계자 및 관계 장관의 도움으로 유리한 공약을 만들고 홍보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역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정권 차원에서 후보자 공약 수립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 정가 사정에 밝은 법조계 관계자는 “민선 시장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공약 수립 및 실행 여부를 놓고 정권과 특정 후보 간의 조율 및 교감이 이뤄졌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책 조율뿐 아니라 상대 후보자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 비리를 겨냥한 경찰 수사를 협의했을 수 있다는 의심의 시선도 나온다. 이와 관련 송 부시장은 이날 해명 기자회견에서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시장 선거를 염두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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