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항서 감독. /사진=AFP
[김홍배 기자] '쌀딩크' 박항서(60) 감독이 다시 한번 베트남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경기장에는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와 함께 태극기가 휘날렸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U-22)이 10일 필리핀 마닐라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서 펼쳐진 ‘2019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 축구 결승에서 인도네시아를 3-0 완파하고 60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전부터 베트남 축구 팬들의 우승을 향한 열망은 뜨거웠다. 하노이, 호찌민 등 베트남 대도시 곳곳에선 거리 응원이 벌어졌고 길가엔 베트남기와 함께 태극기가 나부꼈다. 경기 직관을 위해 필리핀으로 향하는 축구팬들로 인해 베트남-필리핀행 항공편이 1900석 넘게 추가 배정됐으나 모두 매진되기도 했다.

이번 우승으로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을 진정한 동남아 축구 강자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2017년 9월 박항서 감독이 부임할 당시만 해도 피파랭킹 112위에 머물던 베트남 대표팀은 현재 94위에 올라 있다.

베트남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4위, 지난해 9월 스즈키컵 우승 등 연이어 눈부신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8강에 진출하면서 동남아 국가 중에는 최고의 성적을 냈다. 현지매체 VN익스프레스는 "그가 온 이후 베트남에서 모든 축구 경기는 반드시 봐야 할 경기가 되었다. 몇 분안에 표가 매진되고 경기장은 수십만명이 꽉 찬다"고 전했다.

전반 초중반까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답답했던 박항서 감독은 전반 39분 선제골이 터지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리드를 잡고 맞이한 후반에는 중반까지 추가골과 쐐기골까지 터뜨려 승리를 예감했다.

순조롭게 끝난 것은 아니다. 후반 32분 박항서 감독은 주심에게 격렬하게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0-3으로 패색이 짙은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베트남 선수들을 향해 매우 거친 플레이를 일삼았다. 강력하게 대처하지 않은 것에 격분한 박항서 감독은 심판 앞에서 격앙된 상태로 불만을 토했다. 몸싸움 직전으로 보일 만큼 박항서 감독도 흥분했다.

결국,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마음을 추스른 박항서 감독은 코치에게 작전을 지시했고, 관중석에서도 끝까지 집중하며 선수들을 지켜봤다.

박항서 감독이 그라운드를 빠져 나갈 때도 베트남 팬들은 “박항세오”를 연호하며 지지를 보냈다. 선수들을 보호하려는 박항서 감독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할 베트남 팬들이 아니다. 현지언론은 마치 새끼를 보호하는 닭이라는 비유를 쓰기도 했다.

결승에서 감독이 퇴장 당하는 것이 결코 박수 받을 일은 아니다. 베트남 매체 ‘Zing’에 따르면, 박항서 감독은 “불만 표출이 과했던 것 같다. 하지만 레드카드를 받는 것보다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야 하는 우승이 먼저였다”고 밝혔다.

통제하지 못한 것은 아쉬울 수 있지만 이미 승패가 갈린 상황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 때문에, 왜 박항서 감독이 퇴장 당하게 베트남 팬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파파 리더십과 함께 싸울 때 싸울 줄 아는 박항서 강단에 보낸 환호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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