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희 前 충주시장

의리(義理)를 사전을 찾아보면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실제로 의리는 그런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 흔히 의리는 친구들에게 위험이나 불행이 닥치면 그것을 자신의 일처럼 최선을 다하여 도와주는 것. 다시말해 친구의 불행을 자신이 덜어줌으로써 친구가 불행이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요즘은 의리가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나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도와주면 의리가 있다고 한다. 반대로 도와주지 못하면 의리가 없다고 말한다.

대개 친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할 때 보면 다소 불합리하고 정상적으로는 하기 힘든 일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의리(義理)보다는 비리(非理)에 가깝다. 그런데 이런 비리(非理)에 가까운 일을 도와주면 의리가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옳고 그르건 다음 문제다. 도움이 되면 의리가 있는 것이고, 도움이 되지 않으면 의리가 없는 것이다.

의리가 왜곡된 것이다. 의리가 힘이 있는 친지가 다소 불합리하더라도 도와주라는 압력수단의 용어로 둔갑했다. 한마디로 도움을 많이 주는 친구가 의리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중요한 것은 도움에서 간접적인 도움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간접적인 도움이 훨씬 위력도 세고 자존심과 자긍심을 높여 준다. 의리를 도움으로 따지려면 간접적인 도움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친구가 대통령이면 위상이 대통령급으로 격상이 된다. 육사11기가 막강한 적이 있었다. 동기중에 대통령이 2명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동기들 도와주라고 누구한테도 지시한 적이 없다. 하지만 사회 각계에서 대통령과 친하지 않은 동기들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간접적으로 동기인 대통령의 덕을 본 것이다.

대통령이 친구들에게 간접적이나마 가장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그 동기들 중에서 흔히 말하는 가장 의리 있는 사람이 아닐까?

효도(孝道)도 마찬가지다. 자식 중에서 가장 출세한 자식, 다시 말해 입신양명(立身揚名)한 자식이 효자중의 효자다. 몇 년에 얼굴 한번 보기 힘들어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식이 자랑스럽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충주사람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충주에 사는 어머니는 자식인 반기문 총장만 생각하면 그냥 기분이 좋단다. 언론에 반기문 총장이 나오면 열심히 TV를 보시며 좋아했다고 한다. 이 보다 더 큰 효자가 어디 있겠는가? 광의적으로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이 가장 큰 의리고, 효도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보다 지식과 사회적 경륜, 경제력이 약한 친척이나 친지들을 업신여기지 않고 최소한의 예우만 갖추면 주위의 칭송이 자자하다. 반대로 무시하면 비난이 거세다. 보통사람보다 열배 백배 욕을 더 먹는다.

의리는 주위사람을 측은하게 생각하고 도와주려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또한 의리는 변절하지 않고 시종일관(始終一貫)하는 인간관계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의리(義理)있다는 말을 듣게 되면 인간적인 면에서나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하여 친지들의 애로사항도 합리적인 범위안에서 해결해주고, 구심점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의리' 아닐까?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