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내년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17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내년 총선때 정 후보자의 국회의원 지역구인 서울 종로에서 거물급들의 빅매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종로는 대통령을 두 번이나 배출한 곳으로 대한민국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곳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996년 치러진 15대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의원직 상실로 1998년에 열린 보궐선거에서 각각 당선됐다. 종로가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이유다.

지리적으로도 권력의 중추인 청와대는 물론 행정부의 핵심인 정부청사가 위치해 있는데다 민심 표출의 대표적 공간으로 자리한 광화문 광장이 있다는 점 역시 종로에 '정치적 무게'를 실었다.

이에 종로는 이른바 '대권 주자급'들이 탐을 내는 곳으로 거론돼 왔다.

앞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홍사덕 전 한국당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종로에 출사표를 낸 적이 있으며, 지난달 정계 은퇴를 선언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종로 출마를 검토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에서도 차기 대권 주자들이 종로에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은 정 후보자가 고향인 전북 지역에서 4선을 한 뒤 종로로 옮긴 뒤에도 두 차례 당선될 정도로 지역구를 탄탄히 다져놔 도전이 쉽지 않았지만, 이제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만큼 욕심을 내 볼만 하다는 것이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에스팩토리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출범식'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일단 여권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종로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정 최전방에서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이 총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범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1위 자리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이 총리가 조만간 당으로 복귀해 내년 총선 준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종로 출마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호남에서 이미 4선을 했지만 총리 출신이라는 '정치적 무게감'을 고려해 종로로 지역구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른바 '험지 출마론'이다. 이 경우 총리와 종로 국회의원의 '트레이드' 형태가 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정 후보자의 지역구인 종로가 비어있고, 상징적 의미가 있으니까 거기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또다른 의원도 "상징적인 곳에 가서 바람을 일으켜도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리가 당으로 복귀해 이해찬 대표와 함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 지원 유세에 나서야 한다는 '역할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지역구 출마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이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맡을 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총선 지원 유세를 하려면 지역구는 맡지 않아야 한다"며 "종로는 전략적으로 고려해서 그 지역에 맞는 사람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의원도 "이 총리를 우리가 선거에서 활용해야 하는데 (정 후보자의 총리 내정으로)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서 잘 됐다"면서도 "이 총리는 종로(지역구)가 아니라 전국구(비례)로 가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자기 국회의원 하나 되는 게 뭐가 중요하겠느냐"며 "종로에 있을 상황이 아니라 전국을 돌면서 선거 유세를 지원해야 한다. 당에서도 대부분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1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 먹은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사실상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은 임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 발표를 하는 모습.
당 일각에서는 정계 은퇴를 선언한 임종석 전 실장의 종로 출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본인의 불출마 의지가 강하더라도 '대의'를 위한 당의 요청에 의해 총선에 다시 등판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야권에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종로 출마설이 거론되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이 총리와 함께 차기 대선주자 1, 2위 자리를 다투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종로에서 대선 '전초전'이 열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당 종로 당협위원장이 공석이라는 점, 당내 일각에서 당대표급이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황 대표의 종로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은 지난 6월 "내년 총선에서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도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당 텃밭인 대구에서 출마를 저울질해왔던 김 전 위원장은 최근 대구를 포기하고 험지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현재 종로구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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