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 9단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양재천로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2019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에서 바둑돌을 놓고 있다. 한돌은 국산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다.
[김홍배 기자]이세돌 9단이 NHN 바둑 AI 한돌과의 은퇴대국에서 또 한 번 인공지능(AI)을 무너뜨렸다.

이세돌은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NHN의 바둑 인공지능 한돌과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1국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번 대국은 이세돌 9단이 2점을 먼저 놓고 한돌에게 7집반을 주고 시작됐다. 50수까지 치열하게 진행된 대국은 한돌이 실수를 범하자 이세돌 9단이 바로 이를 공략하며 마무리됐다.

이날 대국의 예상 종료 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었다. 그러나 한돌의 어이없는 실수에 오후 2시 20분께 대국이 종료됐다.

한돌은 NHN이 개발한 토종 바둑 인공지능이다. 이미 정상급 바둑기사의 실력을 뛰어넘는 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세돌은 2점을 먼저 까는 접바둑으로 한돌과 대결했다.

이세돌이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세돌의 78수 이후 한돌이 이상 반응을 보였다. 이세돌의 80, 82수도 좋았다. 한돌은 83수로 맞섰지만 오히려 백돌 3개를 잡히고 말았다.

현장 해설을 맡은 김만수 8단은 "어? 한돌이 망해버렸어요"라며 당황스러워했다. 김 8단은 "이세돌의 묘수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이세돌이 전략을 잘 짜고 나왔다"고 총평했다.

김 8단은 "이세돌은 원래 공격적인데, 오늘은 수비적으로 나왔다. 집을 많이 가져가면서, 한돌의 공격을 묘수로 뚫었다"며 "그래서 한돌이 당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82수가 묘수였다고 꼽았다.

K바둑에서 해설한 유창혁 9단은 "한돌은 호선으로는 많은 대국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정확한 바둑을 둔다. 그런데 접바둑에서는 불안한 모습이 있었다. 한돌 수준에서는 나올 수 없는 오류가 나왔다"고 예상했다.

이세돌은 위기에 몰렸을 때 머리를 쓸어 넘기거나 커피를 마시고, 한숨을 쉬면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돌이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둘 때는 이세돌도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승리 확정 뒤에는 형인 이상훈 9단과 복기하면서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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