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화면 캡쳐
한상석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중앙회 회장이 19일 메신저를 통해 보내온 글입니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공유하고자 합니다.

다음은 해당 글 전문.

21대 총선(2020년 4월 15일)의 막이 올랐다.

선거일을 120일 앞둔 예비후보 등록 첫날 등록을 마쳤다. 그동안 물밑에서 꾸준히 유권자들과 만나며 출마 의사를 전해왔던 예비후보자들은 이제 일정부분 드러내 놓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국회가 아직까지 21대 총선의 선거구를 정하지 못했지만, 그간 단순히 얼굴 알리기에 그쳤던 후보군들이 이제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직접 선거운동에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게 된다.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어 사실상 선거구 획정도 이뤄지지 않은 깜깜이 상황이다. 선거 전략과 활동반경을 크게 바꾸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일단 등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정치신인들의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국회의원 의석수 변화 등을 반영한 지역 선거구를 명확하게 획정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막상 본격적인 선거전은 개막됐는데 출마예정자들은 자신이 출마할 지역구가 어딘지조차 정확하게 알지도 못한 채 예비후보등록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기성 정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자신의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정치신인들만 불리한 선거전을 치러야 할 판이다. 이런 정치구도는 결국 '현역 국회의원의 프리미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 물갈이도 그만큼 어려워지는 구도다.

현역 국회의원이거나 유력한 후보이지만 당장 예비후보로 등록했을 경우 소속 정당의 불이익이 돌아올 것을 염려하는 이들은 아직 등록하지 않고 있다. 공식적인 등록을 마친 이들은 유권자들과 접촉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을 알리기에 나설 것이다.
 
등록한 예비후보들의 마음가짐은 간절하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대중들 앞에 서고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환호하면 갑자기 자신감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기존 정치의 인습에 묻히는 매너리즘으로 오만함과 무능함에 젖어든다. 이 과정에 대한 특별한 자기검증이 없는 한 우리 정치의 앞날은 없다.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면 선거사무소를 열고 건물이나 담장에 간판·현판·현수막을 걸 수 있다. 또한 사무장·회계 책임자 등 3명의 선거 사무 관계자를 둘 수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가능하고, 성명·사진·전화번호·학력·경력 등이 담긴 명함을 나눠 줄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고한 수량 범위 내에서 홍보물을 발송할 수도 있다. 어깨띠 또는 표지물을 착용할 수 있고, 전화로 직접 통화하는 방식의 지지 호소도 가능하다. 이처럼 유권자를 접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현역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았던 정치 신인들에게는 활동 반경이 넓어진 것이다.

가장 큰 관심은 표심이다. 지난해 6·13 지선 직전 5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한국당을 압도했던 민주당은 ‘조국 사태’ 등으로 1년 6개월 만에 추격을 허용했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아직까지 10%를 훌쩍 넘는다. 지금의 정치에 피로감을 느끼는 유권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따라서 지역 민심을 읽는 공천이 더욱 중요해졌다. 후보자 역시 지역 발전은 물론 지역민의 삶을 더욱 나아지게 할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비전과 공약으로 선거에 임해야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총선은 자신들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머슴과 함께 변화를 모색하려는 지역 정서를 어느 정당이 잘 읽느냐가 관건이다. 각 당의 경선 구도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롭게 정치를 하겠다고 등장한 신인들이 대거 등록한 시점에 국민들은 이들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혼탁한 정치판을 갈아엎고 정말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어달라는 바람을 끊임없이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을 향해 '선거 전에는 엎어질까 겁나고, 당선되면 자빠질까 겁난다'는 촌철살인의 풍자를 마음속에 새겨야 할 것이다. 처음 출발할 당시의 마음가짐을 끝까지 가지고 간 정치인이 얼마나 되는지 되짚어보면 금방 그 말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알게 된다.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1당 체제가 고착화되면서 오히려 지역정치는 물론 지역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측면도 적지 않았던 만큼 정당 간 경쟁구도를 넘어, 인물 경쟁 위주의 선거 풍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선거 때가 되면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신인과 청년·여성의 진입 폭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면서 막상 공천 룰은 언제나 현직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왔다. 공천에 있어서만큼은 ‘내로남불’이 변함없다.

그나마 이번에는 중앙정치권에서는 유래 없이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민심을 좀체 읽으려 하지 않는 한국당이 딱할 지경이다. 자유한국당은 여성 후보와 청년정치인 등 신인들에게 가산점을 대폭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여성과 청년후보는 나이에 따라 50~20%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국회의원은 권력이 아닌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 시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미래가 결정된다. 시민들은 예비 후보자들의 말과 행동을 냉정하게 평가해야겠다. 어느 후보가 지역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미래 비전이 있는 지, 지방 분권에 대한 의지가 있는 지 꼼꼼하게 살펴야겠다. 4년을 후회하는 일이 더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아울러 선관위와 검·경 등 관계 당국은 불법 선거운동은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철저한 단속과 과감한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유권자의 감시도 꼭 필요한 때이다.

공명한 선거는 민주주의 정착과 경제 활성화의 기본요건이다. 12월 17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으로 내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운동이 본격화한 가운데 경찰이 선거사범 단속체제에 돌입했다.

경찰은 특히 금품 선거·거짓말 선거·불법선전·불법 단체 동원·선거폭력 등을 선거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5대 선거범죄’로 규정하고 5대 선거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정당·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엄정하게 처벌할 방침이다.

불법선거가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모습만 달라졌을 뿐 선거철만 되면 여전히 불법선거가 횡행하고 있다. 과거 고무신 선거로 대변되는 불법선거가 흑색선전으로 대체됐을 뿐이다.

사이버 선거사범 신고·수사 체제도 구축해 SNS 등을 통한 가짜뉴스 유포, 선관위·정당 홈페이지 해킹 및 디도스 공격 등 사이버 상 불법행위도 대응키로 했다.

20대 국회

선거구 획정 지연과 '깜깜이 선거' 가능성은 정비례한다. 선거구 획정은 선거법에 의하면 선거일 1년 전에 획정돼야 한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개정된 공직선거법상 선거구는 선거일 1년 전 확정 짓도록 했다. 늦어도 올 4월에 끝냈어야 할 법을 갖고 여태 소동만 피웠다. 예비후보 등록은 사실상 총선이 시작된다는 의미인데 대혼란을 연출해 유감이다. 개혁 대상은 선거구나 선거 제도가 아닌 직무를 유기한 현역 국회의원들이 아닌가 싶다.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파생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출마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하기 어렵게 되고, 유권자는 후보들의 면면과 공약을 꼼꼼히 살펴 올바른 선택을 할 기회를 침해당한다. 대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선거제도 개정의 조속한 마무리가 요구된다.

본격적인 선거전은 시작됐는데도 아직 선거의 기본이 되는 ‘게임의 룰'조차 정해지지 않은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20대 국회가 여·야의 극한적 대립으로 국회의원 정수, 선거구 획정 등 총선을 위한 기본 가이드라인마저도 아직 확정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에 진입하려는 정치 신인들은 물론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야가 선거법을 어떻게 개정하느냐에 따라 지역 국회의원 정수가 바뀔 수도 있다. 현역 의원들의 ‘직무유기’로 정치 신인들과 유권자들만 ‘깜깜이 선거’의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올라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난항에 빠졌다. 더 큰 변수는 지난 4월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국회 내 폭력사태에 대한 수사 진행이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가칭)대안신당으로 구성된 이른바 '4+1 협의체'를 가동하면서 민주당이 한국당에게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정치세력 간의 셈법이 복잡해 향후 정국이 오리무중인 상태다.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대화·협상과 양보·타협의 여지가 사라진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이 아직도 희생양으로 발목 잡혔다. 민생과 개혁은 뒷전이다. 국회 권능을 무시하는 처사다. 그건 누구에게도 명분 없고 실익도 없다.

이미 20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로 낙인 찍혔다. 민의와는 거꾸로 가는 ‘막장 국회’ 어디까지 갈 건가. 정파에 매몰된 소아적인 정치 리더십이 문제다. 오늘의 사태를 유도한 여야 지도부는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권 물갈이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20대 국회의 실상이 정확히 그랬다.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아니더라도 탐욕이 들끓는 싸움판에 국회 수준이 투영된다. 비현실적인 당론만 제시하며 떼쓰는 황당함에 국민은 피로감이 겹쳐 있다.

올 한 해만 돌아봐도 '조국', '패스트트랙' 등 특정 이슈에 함몰된 최악만 집중적으로 보여줬다. 정쟁으로 허비하다가 개정안은 거의 누더기가 됐다.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은 20대 국회에서 우리 국민들의 정치 혐오감은 극도에 치달았다. 국민의 뜻을 전달하라고 국회의원으로 뽑아줬지만 의원들은 국민의 대변자이기 보다 소속 정당의 이익을 위해 육박전에 동원된 투사가 됐고 쟁점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일을 하지 않았다. 민생법안은 잠자고 있었고 국가의 발전을 위한 현안마저도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면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게 했다.
 
그런 까닭에 국민들은 모든 정당에 개혁을 요구했고 정당은 구태 정치인이나 다선의원들에 대한 물갈이를 언급하면서 국민의 불만을 달래려 하고 있지만 과연 그 약속이 얼마나 지켜질 수 있을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갈수록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에 국민들은 내년 선거에 어떤 심판을 내릴지 궁금하다. 과거처럼 지연과 학연, 혈연에 얽매어 표를 던지던 유권자들은 아니라는 점이 안심은 되지만 막상 선거판이 제대로 펼쳐지면 다시 혼돈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은 요령부득이다.

20대 국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무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가 구성되자마자 이른바 ‘탄핵정국’이 시작되면서 여야 할 것 없이 국회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여당을 견제해야 할 야당의원들은 임기 내내 ‘탄핵’ 후폭풍을 감내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의 협치는 일찌감치 실종됐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불법 집회와 폭력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12월 16일 국회 본청 앞에서 개최한 ‘공수처법·선거법 저지 규탄대회’에 당원과 태극기부대 등 수천 명이 몰려들면서다.

당초 이들 시위대가 국회 출입을 저지당하자 한국당이 나서서 “모셔왔고”, 황교안 대표는 “이렇게 국회에 들어오신 것은 이미 승리한 것”이라고 북돋고 선동했다. 공당이 경찰의 정당한 법 집행을 무력화시키면서 극렬 집단을 국회 경내로 끌어들여 집회를 진행하고 폭력을 선동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대화와 타협 대신 보이콧과 장외투쟁으로 일관하던 정당이 급기야 장외세력을 국회 안으로 불러들여 의사당을 포위하게 만든 것이다. 의회주의와 법치주의를 스스로 내던졌다. 정상적인 정치를 할 만한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고백했다. 투쟁, 단식, 농성 등 극단적 행위만 반복하고 있는 황 대표는 대결의 리더십 말고는 보여줄 게 없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한국당의 초라한 한계를 보았다.

태극기 부대 1000여명이 본청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동상에 올라가 성조기를 흔들고 꽹과리를 쳐댔다. 국회에 난입한 이들의 입은 어느 때보다 거칠었다. “문희상을 쳐라” “빨갱이 물러가라” 등의 원색적인 구호가 난무했고 경찰과 방호원에게 폭언을 퍼부었으며 국회의장 주차 표지 석에 ‘개××’라는 욕설을 적었다.

황 대표가 국회 잔디밭까지 나가 맞이한 이들 극렬 집단이 국회를 어떻게 만신창이로 만들었는지를 보면, 한국당의 책임 무게를 알 수 있다. 국회 본관 앞에서 선거법 개정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던 정의당 당직자들의 따귀를 때리고 침까지 뱉는 등 야만적 폭력을 행사했다. 여당 중진 의원은 안경이 떨어지는 등 폭행을 당했다.

극렬 집단이 의사당을 에워싸며 국회를 겁박하고 국회의원과 정당 당직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정치테러’와 다름없다. 오죽하면 한국당이 뒤늦게 “일부 참가자에 의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은 유감스럽다”는 면피성 논평을 냈을 만큼 헌정 초유의 국회 난동 사태다.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든 최종 책임은 이들 극우 집단의 난입을 방조하고, 불법 폭력을 선동한 한국당과 황 대표에게 있다. 응분의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분노는 정치가 조장한 것이다. 갈등을 조정하고 이견을 좁히는 대신 내 진영만 바라보며 일방통행식 대결로 지새운 행태가 상대 진영에 대한 비상식적인 혐오를 낳았다.

한국당은 12월 17일에도 국회 본관 앞에서 규탄대회를 강행하다 태극기부대 등의 국회 진입이 봉쇄되자 국회 밖으로 나가 규탄대회를 이어갔다. 전날의 국회 난동사태에 대한 일말의 책임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한 행태다. 민생 국회는 팽개친 채 농성과 장외집회 등에만 목매는 한국당, 그러니 정부·여당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여당의 절반도 안 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12월 17일 국회 폭력사태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불법 집회를 주최·선동하고 폭력을 방관·조장한 혐의다. 황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등도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 4월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국회 담장을 무너뜨린 민주노총을 향해 무관용의 엄벌을 촉구했던 한국당이다.

‘조국 사태’ 당시 거리의 정치에 의존하며 진영 전쟁을 부추긴 여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20대 국회는 좌우 진영에서 한 번씩 물리적 공격을 당했다. 지난봄에는 민주노총이 노동법 개정을 저지하겠다며 국회 담장을 허물고 진입하려 했고 이번에는 태극기 부대가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막겠다면서 같은 짓을 저질렀다.

모두 국회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12월 16일 공개된 엠브레인 여론조사에서 20대 국회를 평가한 응답자들은 100점 만점에 고작 37점을 줬다.

이런 정당, 이런 정치, 이런 국회를 계속 두고 봐야 할 이유가 없다. 물갈이가 됐든 판 갈이가 됐든 확 바꿔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가 엄중한 심판을 내리지 못한다면 저들은 또 4년을 그렇게 보낼 것이다.

‘스스로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스스로가 위반한’ 오만함을 보인 그 사태를 복기(復棋)하면 이렇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감금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팩스를 통해 접수된 법안 서류 찢기 ▲국회의원끼리 폭력과 충돌 등이 주 내용이다.

이 사태로 자유한국당 의원 60명 등 국회의원 110명이 고소·고발당했다. 지난 10월 1일 황교안 대표가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기습 출석했다. 이날 그는 모든 책임이 당 대표인 자신에게 있다며, 한국당 의원들은 검찰 소환에 응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검찰이 수사진행을 늦추고 있어 해당 의원들은 아직 ‘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내에서 벌어진 일로 사진과 동영상 등 증거자료가 차고 넘쳐 논란의 여지가 없다. 재판 결과 5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앞으로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내년부터는 국회에 발을 못 디딘다는 말이다.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재판을 받으면 많은 수의 한국당 의원들이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의 말과 예측처럼 검찰이 특정 정당을 배려해서 수사가 늦어진다고 보고 싶지는 않다. 깊은 뜻(?)이 있어, 내부의 절차에 따라, 물밑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다만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는 것일 뿐이라 믿고 싶다.

국회의원 선거법을 국회의원들에게 결정토록 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번 선거법 협상은 원색적인 밥그릇 다툼이었다. 그 싸움에 국회는 제 할 일을 안 한 채 내내 겉돌았고, 숱한 민생법안이 발목을 잡혀 사장돼 가고 있다.

지금 우리 정치는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 상생의 정치는 사라졌고, 대결의 정치만 횡행하는 모습이다. 말로는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인적인 우위로 밀어붙이려는 분위기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한 공동의 책임이다.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를 바란다. 국민들이 정치권의 동향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여야는 선거법 개정을 대승적인 입장에서 결단해야 한다. 아울러 예비후보들이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공정한 선거운동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유권자들도 어떤 사람이 국가와 지역을 위해 제대로 봉사할 후보자인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누더기 선거법

내년 총선 룰은 예비후보 등록 일까지도 결정된 것이 없어 정치권의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선거법 개정이 진통을 겪으면서 후보자들은 총선 지역구 정원과 출마지역 조정 범위도 모른 채 선거운동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은 당장 차기 국회의원 선거 일정이 시작된 지금까지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선거법을 어떻게 개정하느냐에 따라 지역 국회의원 정수가 바뀔 수도 있어 총선판도를 흔들 수도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에 진입하려는 정치 신인들은 물론 유권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 1년 전 확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지만 연내 선거구 획정이 가능할지 여부도 불투명한 분위기다.

현재 연동형비례대표제는 누더기를 넘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총선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됐다. 자칫 헌법소원 등을 비롯한 정치적 혼란의 가능성도 우려된다. 가장 큰 책임은 여야 합의를 부정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한국당에 명백히 있다. 하지만 민주당 또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선거법 개정 논의는 2014년 헌법재판소가 현행법의 비례성·대표성 문제를 지적하고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53대 47인 지역구-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바꾸도록 권고하면서 비롯됐다. 민의가 의석에 더 잘 반영되게 하라던 취지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협의체’를 만들어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묶어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당시 합의안이 지역구는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75석으로 늘리는 안이었다.

선거법 개혁의 핵심은 정당 지지율을 국회 의석수와 일치시킬 수 있는 연동형 제도다.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정당 지지율이란 정당의 노선과 정책에 대한 지지이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입법부의 인적 구성에 반영되는 것이 가장 정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자 1인만이 의석을 얻게 되어있는 현행의 소선거구제는 해당 선거구에서 과반에 이르지 못한 정당 및 후보자에 대한 지지의사를 사표로 만들고, 지역주의적 정치 행태를 유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 점에서 중앙선관위가 애초에 내놓은 안처럼 100% 연동을 전제로 비례대표 의석을 충분히 할당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진행된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도입을 합의했으나 이후 자유한국당이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등 엉뚱한 역제안을 하면서 공전을 거듭했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군소 4정당과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 연동률 50%’ 방안에 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지역구가 단 3석만 줄어들어 연동형비례제를 통한 정치개혁은 큰 의미가 없어진다.

민주당은 다시 비례대표 30석만 적용하는 캡을 씌우자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들은 결과적으로 지역구 3석을 줄이려고 패스트트랙에 법안을 태우는 등 이 난리를 쳤나 한심한 지경인데, 그 적용 범위를 더 좁히려 한다니 왜 이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한데 이마저도 연동형 적용 의석을 30석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연동형 캡’을 씌우자고 하니 정의당 등 군소정당이 발끈한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부결이 뻔한 원안(지역구 225석+비례 75석)을 표결에 붙이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연동률이 높아지면 군소적당의 비례의석 확보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 반면 민주당 등 거대 정당들은 불리하다.

대강의 골격은 이렇다.
①지역구-비례대표 의석을 225대 75의 원안 대신 250대 50으로 한다.
②정당득표율에 따른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
③그런데 연동률을 50%로 제한한다.
④거기에 연동배분 의석수를 30석까지로 다시 제한하는 캡(상한선)을 둔다.
⑤이 캡은 내년 총선에만 한시적으로 적용한다.
⑥지역구에서 낙선해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구제책을 마련한다(석패율제 또는 이중등록제).

①은 거대여당의 지역구 의석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고 ②는 군소야당의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③과 ④는 그럴 경우 줄어들 여당 비례대표 의석을 일정 부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⑤는 그에 따른 군소야당의 반발을 무마하는 차원에서 붙인 단서다. ⑥은 비례성·대표성과 별 관련이 없지만 지역기반이 약한 군소야당, 특히 정의당이 강하게 주장했다.

커다란 갈등을 겪으며 패스트트랙에 올려 이제 상정과 표결을 앞둔 선거법 개혁이 막판 민주당의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로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정당 지지율을 국회 의석수로 연결하자’는 선거법 개혁의 기본 틀을 비례대표 의석 축소와 연동률 하향 조정, 심지어 ‘연동률 캡’이라는 희한한 아이디어로 훼손하고 있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은 시장바닥 물건처럼 흥정거리가 되고 말았다.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각 정당의 탐욕스런 싸움판으로 돼 버린 것이다. 시대변화에 따른 다양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현행 선거제도를 개혁하자는 당초의 취지는 오간데 없어졌다.

석패율제는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출마를 허용하고 중복출마자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 당선자로 선출하는 제도다. 일본이 1996년 처음 도입한 것으로 당시에는 지역구에서 아깝게 떨어진 후보를 구제해주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발의로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마다 2명씩 모두 12명을 석패율제로 구제하는 것으로 돼 있다. 명분은 다수의 아까운 ‘사표(死票)방지’에 있다.

‘4+1 협의체’에서는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 기준을 ‘선거일 전 3년 평균’으로 조정한다는 내용이 잠정 합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남 선거구 축소를 막기 위한 꼼수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내년 21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 기준이 되는 인구는 ‘선거일 전 15개월이 속하는 달의 말일’이라는 규정에 따라 2019년 1월 31일 인구수를 기준으로 삼아 인구 하한선 13만 8204명에 미달할 경우 해당 선거구는 통폐합 대상이 된다.

이 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부산 남을, 경기 광명갑, 강원 속초·고성·양양, 전북 익산갑, 전남 여수갑,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등 모두 6곳이 통폐합 대상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른바 ‘4+1 협의체’에서 잠정 합의된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 기준을 ‘선거일 전 3년 평균’을 적용하게 되면, 내년 21대 총선에서 전북 익산갑과 전남 여수갑과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될 확률이 높아진다. 공교롭게도 이른바 ‘4+1 협의체’에 참여하는 정당 중 정의당을 제외하면, 나머지 정당 모두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정당들이다.

민주당은 정치개혁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연동형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최대한 살릴 방안을 마련하고, 정의당 등도 다당제로의 전환을 위해 새 수정안에 합의하는 대승적 결정을 해야 한다.

지역 대표성을 충분히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근간을 흔드는 것은 개혁의 취지를 훼손한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주장대로 해도 현재 협상에 참여하는 각 당의 의석수가 대동소이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과거의 제도로 형성된 지형을 그대로 유지할 작정이면 굳이 선거법을 바꿀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설령 이번 선거에 반영되지 않더라도 민주 선거기본에 충실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제1야당인 한국당이 협상에 적극 동참하도록 여지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한국당도 달라져야 한다.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갖고 본청에 폭력적으로 난입하고 여당에 막말을 퍼붓는 방식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현 수정안은 한국당과의 합의 처리를 명분으로 세웠지만, 민주당의 이익에도 부합되기 때문에 내놓은 제안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석패율제를 내세우며 일부 의원의 정치적 입지를 먼저 고려한 정의당 등도 마찬가지다.

물론 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의 협상을 중시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게임’의 룰인 선거법이 ‘플레이어’인 여야 주요 정당의 합의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선거의 주인은 국민이지 현재 거대 의석수를 가진 정당이 아니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자기들끼리의 합의를 절대시하는 건 스스로 국민을 섬길 생각이 없다는 걸 드러내는 행태일 뿐이다.

선거법 개혁을 마무리 지을 주객관적 조건은 충분히 성숙한 상태다. 예산안 처리에서 보여준 것처럼 선거법 개혁 역시 개혁에 동의하는 국회의원들이 단합한다면 처리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의 결단이다.

민주당은 그 동안 연동형 선거법 개혁을 지지해왔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이를 공약으로 했다. 그래놓고 지금 와서 말도 되지 않는 주장으로 선거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2019. 12. 19)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중앙회 회장 한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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