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발언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초갈등사회를 극복하는 데 개헌이 필요하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만난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정 후보자는 전날 국민일보가 주최한 '국민미션포럼' 기조강연에서 언급한 개헌론에 대해 "평소 제가 개헌해야 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지 않냐"며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 초갈등사회를 극복하는 데 정치권 입장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주장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헌) 방향에 대해선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정파 간 많은 대화가 준비됐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여러 정당들이 합의안을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정세균 후보자는 지난해 8월 20일, 당시 국회의장으로 있으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개헌안 발의를 지시하면서 사실상의 ‘개헌 시간표’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입법부 수장인 정 의장은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이후에도 국회가 단일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전날(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기 전에 국회가 단일안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지만, 대통령 발의 후에도 국회 단일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회가 단일안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제시하면 대통령도 국회를 존중할 수 있는, 말하자면 퇴로가 열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 의장은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대해서는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권리인데, 그것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후엔 “(정해진 절차에 따라) 법대로 하면 된다”고 했다.

의회주의자로서 대통령 발의에 따른 개헌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이른바 ‘국회 패싱’ 논란의 우회로를 열겠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 발의로 격화될 수 있는 여야의 ‘개헌 정쟁’에 대한 완충지대를 만들고, 대통령과 국회의 협치 통로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됐다.

정 의장은 국회 개헌안 마련을 위한 해법으로 여야 각 당 지도부의 결단을 요구했다. 정 의장은 “국민 다수가 개헌을 원해도 국회가 개헌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국회의원 90%가 개헌을 원해도 지도부가 결단을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제 개헌 논의의 ‘꼭지’를 따려면 각 당 지도부가 결심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국회 개헌 특위가 지난해 초 만들어져 ‘잘하면 내 임기 중에 개헌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는데, 요즘은 여야 대립이 심해져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향후 개헌안 논의 전망에 대해서 정 의장은 “야당은 지방선거 때문에 (개헌안 발의를) 할 수 없다는 건데, 사실 선거에 별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나는 아직도 잘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금이 아주 호기이므로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정 의장은 “내 임기 중 개헌이 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혹시 안 되더라도 20대 국회에는 꼭 개헌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정 의장의 바람과는 달리 국회 개헌 논의는 거기까지였다.

정세균이 얻을 또 다른 별명은?

 

▲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발언하고 있다.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내며 여야 관계에 있어서 두터운 신망을 받아온 정세균 후보자는 1950년생인 정 후보자는 전북 진안 출신으로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계입문 제안을 받고 'DJ특보'로 정치권에 진출한 6선 의원이다.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정 후보자는 쌍용그룹에서 상무이사까지 지냈다. 2005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맡으며 행정복합도시특별법·과거사법·사학법 등을 통과시켰으며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입각한 뒤에는 수출 3000억 달러를 달성해 '3000억 달러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특히 의정활동을 하며 많은 별명을 얻어 '별명의 사나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스마일맨도 있고, 복장이라는 별명도 있는데 대통령 빼곤 다 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어떤 젊은 여성이 날보고 '누구더라, 누구더라 , 정… 정…' 하면서 이름을 기억을 못하길래, 내가 '박테리아!'라고 일러줬더니 그 여성이 '맞다 세균이지!'라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신종 플루는 염려마라. 나는 좋은 박테리아다'라고 얘길 해줬다."

정 후보자는 2009년 11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좋은 박테리아"라 했다. 이 말은 '세균맨'으로 이어졌다.

20대 총선 당시 서울 종로구를 누비면서는 자신의 유세차를 '소독차'로 명명하기도 했다. 대중이 꺼려할 수 있는 동음이의어 '세균(細菌)'을 비틀어 친숙한 캐릭터와 좋은 뜻으로 활용한 사례였다.

여기에 정 후보자는 6선 의원의 경륜을 바탕으로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지내면서 여야 대치 상황을 비교적 무난하게 조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스터 스마일' 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온화한 성품도 정 후보자가 갖는 강점이다.

그는 처음부터 '실물 경제통'이었다.  '성공한 실물 경제인'에 대입되는 또 다른 별명은 "3천억 달러의 사나이"다. 이는 정 후보자의 '실물 경제통'이란 전문성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 후보자는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해 상무이사까지 오른 샐러리맨 출신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5년 그런 그를 '경제 전문가'로 발탁했다. 이에 따라 정 후보자는 1997년 김대중 후보 캠프의 경제 참모 역할을 수행했다. 2002년 대선 때도 노무현 후보 중앙선거대책위 국가비전21위원장으로서 경제특보 역할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17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경제를 잘 아는 분", "성공한 실물 경제인",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춘 분", "온화한 인품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 "항상 경청의 정치" 등을 언급했다.

그래서일까

정세균 지명자는 20일 “나라가 이렇게 안팎으로 어려울 때는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 힘이 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는 것이 공인의 태도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정 지명자는 이날 오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사무실에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삼권분립 훼손 지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이어 정 지명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가 뒤지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빠른 속도로 경쟁이 이뤄진다”, “규제가 적은 나라와 규제가 많은 나라가 함께 경쟁할 땐 제대로 된 경쟁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규제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한론자 정세균, 과연 그는 국무총리로써 또 다시 어떤 별칭을 얻을지 벌써부터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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