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 출신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발탁한 속내는 무엇일까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 정 전 국회의장을 총리로 발탁한 것은 정 전 의장이 기업인 출신이며,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경제통이라는 것, 일찌감치 '경제 총리'에 방점을 찍고 차기 국무총리를 물색해왔던 상황이 맞물렸다는 지적이다.

또 정 후보자 발탁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가 호남 출신 정치인이라는 점인데, 이낙연 총리에 이어 또다시 '호남 총리'를 발탁함으로써 문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 대비해 지지층을 공고히 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란 해석이다.

이와 동시에 집권 후반기에 흔들리기 쉬운 관료사회를 다잡으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이번 인사에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임기 후반기가 될수록 대통령의 레임덕이 찾아오고, 공직사회의 분위기는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관료사회가 무너지면 임기 후반기는 완전히 흔들린다"며 "교수 출신보다는 정치권과 세종 관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정치인을 발탁해야 한다는 여권 내부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왜 정세균이었나

청와대는 이낙연 총리 후임을 두고 처음엔 여성을 최우선으로 올려두고 인사 검증을 시작했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명숙 전 총리 사례를 벤치마킹할 것이란 관측이 돌았고 유은혜, 김현미, 추미애를 포함한 여성 정치인, 그리고 학계와 시민단체 소속 인사들이 거론됐으며 이들 중 몇몇에 대해선 실제로 세평을 듣는 등 검증 작업이 이뤄졌다.

그런데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 내에서 이 총리를 대신하기엔 '체급'이 약하다는 이유에서 비토 기류가 빠르게 퍼졌다는 전언이다.

김진표 의원이 급부상한 것도 이 무렵이라는데, 4선 중진에 '경제통'이라는 점까지 더해지면서 사실상 단독 후보로 추려졌다.

청와대는 김 의원 지명을 앞두고 여러 라인을 통해 여론과 세평을 모았는데,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 일색이었다. 이 중엔 김 의원이 지명될 경우 인사청문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의 소문들도 포함돼 있었는데, 그 출처가 친문 의원이라는 점에서 김 의원 임명을 막으려는 내부 암투가 벌어진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 돌기도 했다.

결국 청와대는 '김진표 카드'를 접었고, 총리 인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그 직후 재계와 학계 등에서 일부 인사들이 추천됐지만 검증 초반 탈락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장고를 거듭하던 청와대의 선택은 결국 국회의장 출신 6선 정세균 의원이었는데,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이 총리의 당 복귀를 막으려는 세력이 총리 인선에 번번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돌기도 했으나, 정세균 의원 지명으로 소문은 일단락 됐다.

한편 내년 총선 출마 공직자의 사퇴 시한(1월 16일)을 한 달 앞두고 '총리 교체'가 이뤄진 점에 비춰보면, 이낙연 총리는 핵심 지역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종로구가 무주공산이 되면서 이 총리의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중인데, 종로는 험지인 만큼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당의 간판 인물로 자리매김하면서 민주당 내 지지 기반을 형성하는 데는 지역구 출마가 낫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최근 이 총리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강점은 안정감과 균형감이고 약점은 계파와 극렬 지지층 없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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