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대기자
사람의 오감 중 가장 예민한 감각은 후각이라고 한다. 사람에게서도 향기와 악취가 난다.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에 대한 감찰 무마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자신의 구속영장 심사에 출석하면서 "검찰의 첫 공개수사 후, 122일째다. 그 동안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끝이 없는 전방위적 수사를 견디고 견뎠다. 혹독한 시간이었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어 그는 "저는 검찰의 영장심사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오늘 법정에서 판사님께 소상히 말씀드리겠다. 철저히 법리에 기초한 판단이 있을거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재진의 '정무적 책임 말고 법적 책임도 인정하느냐',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등의 질문엔 침묵하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그는 법무장관 후보일 때나 장관이 되고 나서도 4차례 이상 공개 석상에서 검찰에 ‘수사 협조’를 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2년9개월 전엔 SNS에 "피의자 박근혜, 첩첩이 쌓인 증거에도 ‘모른다’ ‘아니다’로 일관. 구속영장 청구할 수밖에 없다."라고 적었다.

이후 그는 검찰 조사에서는 기자들에게 "아내의 공소장과 언론 등에서 저와 관련하여 거론되고 있는 혐의 전체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서 분명히 부인하는 입장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그는 입을 다물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가 오늘 또 입을 열었다. 발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신은 죄가 없다’다. 이날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기다리던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은 검찰이 무도하게 칼을 휘두른다고 주장하며 ‘우리가 조국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여권은 물론 청와대도 여기에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정작 못 본 것이 있다. ‘조국 영장’이 던진 메시지를 잘못 읽은 것이다.

‘조국 사태’의 핵심은 잘못된 권력 사용 때문에 벌어졌다. 조 전 장관의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비리를 저지른 공직자에 대한 감찰을 민정수석이 막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상징적 인물이었고 정의와 개혁의 아이콘이던 그가 중대한 범법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되고, 구속될 처지에까지 놓인 현실에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그의 입은 자신만을 위하고 방어할 때 열렸다. 어쨌건 ‘실체적 진실’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오후 늦게 나오겠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그의 입에서 나는 ‘악취’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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