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교수
[김민호 기자]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한다"면서도, "정권이 성공하려면 주변이 깨끗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 주변에 간신들이 너무 많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을 겨냥해 '친문 패거리', '공적 권력을 사유화해 이득을 챙기는 쓰레기'라며 격한 표현을 쓰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진 교수는 그동안 ‘조국 사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공개적인 논쟁 참여는 자제해왔다. 하지만 진 교수는 지난 19일 동양대에 사표를 제출한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연일 온라인 설전을 벌이며 본격적으로 논쟁에 나서고 있다.

'조국 사태' 당시 그를 적극 옹호하며 '어용 지식인'을 자처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달리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 진 전 교수는 지난 19일 동양대에 사표를 제출한 뒤 본격적인 논쟁에 가담하고 있다.

진 전 교수는 우선 "가끔 제 뜻을 오해하신 분들이 눈에 띄는데 저는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한다"고 밝힌 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원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업무는 대통령 주변을 감시하는 것인데, 그 '눈'의 역할을 해야 할 민정수석실 기능이 마비되어 있었다"며 "친문 '측근' 들이 청와대 안의 공적 감시 기능을 망가뜨려 버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물 만난 고기처럼 해 드신 것이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공적으로 행사하라고 준 권력을 도용해 사익을 채운 것"이라며 "하지만 친문 패거리 사이의 끈끈한 ‘우정’ 덕에 그 짓을 한 이는 처벌은커녕 외려 영전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미학과를 나온 진 교수는 법대를 나온 조 전 장관과는 서울대 82학번 동기로 평소 가까운 친구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 교수는 ‘조국 사태’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친여 성향 지지자들에게 비난을 받는 것과 관련해선, "윤 총장이 누구냐, 제 몸 하나 편하려고 검찰 권력에 편승하지 않아 그 연세에 한직을 전전했던 분 아니냐, 그 때문에 대통령이 기수까지 파괴해가며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것 아니냐"며 "그랬던 이들이 이제 와서 윤석열을 ‘우병우’로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친문 패거리들의 기득권에 칼을 들이대자, 적폐들이 청산의 칼을 안 맞으려고 애먼 사람(윤 총장) 잡는 것"이라며 "공적 권력을 사유화하여 이득을 챙기는 쓰레기들이 외려 자기에게 맡겨진 일 열심히 하는 이들을 기득권자라 모함한다"고 했다.

다음은 진중권 교수의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가끔 제 뜻을 오해하신 분들이 눈에 띄는데 저는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합니다. 물론 많이 실망 했지만, 반대편에 있는 자유한국당을 보면 그것밖에 대안이 없어 보이거든요. 그래서 문재인 정권이 성공하기를 절실히 기원합니다. 게다가 이 정권은 진보적 시민만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보수적 시민들까지 함께 나서준 촛불집회를 통해 탄생한 정권입니다. 그래서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문재인 정권이 성공하려면 권력 주변이 깨끗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중에서도 강직한 성품의 윤석열 검사를 총장으로 임명한 것도, 그를 임명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까지 철저히 수사하라."고 당부한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겁니다. 저는 그렇게 말씀하신 대통령의 진정성을 아직은 믿습니다. ‘불편하더라도 윤석열이라는 칼을 품고 가느냐, 아니면 도중에 내치느냐.’ 저는 이를 정권의 개혁적 진정성을 재는 시금석으로 봅니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대는 것을 정권에 흠집을 내는 것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외려 권력 앞에서도 검찰이 살아있다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 '아직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보수든 진보든 권력은 그 속성상 감시를 받지 않으면 반드시 썩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성공한 정권이 되려면 권력의 주변을 감시할 감찰과 검찰, 그리고 언론의 ‘눈’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돕는 길입니다.

대통령 주변을 감시하는 것은 원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업무죠.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 ‘눈’의 역할을 해야 할 민정수석실의 기능은 마비되어 있었습니다. 친문 ‘측근’들이 청와대 안의 공적 감시기능을 망가뜨려 버린 거죠. 그리고는 물 만난 고기처럼 해 드신 겁니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공적으로 행사하라고 준 권력을 도용해 사익을 채운 것이죠. 하지만 친문 패거리 사이의 끈끈한 ‘우정’ 덕에 그 짓을 한 이는 처벌은커녕 외려 영전했지요.

일부 부패한 측근들은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프레임’을 짭니다. 그 구조는 간단합니다. 자기들 해 드시는 데에 거추장스러운 감시의 ‘눈’을 마비시키는 것이죠. 우리 사회에서 그 ‘눈’의 역할을 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검찰이고, 다른 하나는 언론이죠. 범인들이 범행 전에 미리 CCTV 카메라부터 제거하듯이 그들 역시 대통령의 권력을 훔치기 위해 사회의 두 ‘눈’부터 가리려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들이 구축하고 있는 매트릭스입니다.

아키텍트들이 프로그래밍을 짜면 일부 어용 언론인, 일부 어용지식인들(그 중에는 아예 대놓고 ‘나는 어용’이라고 자랑하는 이도 있습니다.)이 나서서 바람을 잡습니다. 그러면 대중은 수조 속에서 누워 뇌로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뉴스공장’이나 ‘알릴레오’ 같은 양분을 섭취 당하며 잠자는 신세가 되죠. 이 프로그램이 참 희한한 게, 그렇게 정신 줄 놓고 곯아떨어진 사람들이 자면서도 ‘나는 깨어 있다’, ‘깨어 행동한다.’고 잠꼬대를 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그게 이 프로그램의 586적 특성이지요. 왜 그럴까요? 사실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폭넓게 검찰개혁의 요구가 존재합니다. 그 요구는 ‘공익적’ 성격을 띱니다. 그 요구를 받아 만든 법안이 노루 발톱의 물리적 저항을 뚫고 패스트트랙에 올라갔습니다. 정말로 시위대가 검찰개혁의 제도화를 원했다면, 그들은 여의도로 갔어야 합니다. 그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강제로 개혁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시위대는 엉뚱하게 서초동으로 가더군요.

왜? 물론 수사를 방해하고 중단시키기 위해서죠. 여의도는 법을 만드는 것이고, 서초동은 수사를 하는 곳이거든요. 그리고 이게 그저 전 민정수석 한 사람의 잘못을 덮어주는 차원이 아니라, 그 동안 특정 지역의 패거리 전체를 비호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공익을 해치는 이 특권세력들의 ‘사익’을, 그들은 ‘검찰개혁’의 대의로 프로그래밍 해 지지자들의 머릿속에 집어넣어 준 것입니다.

그 결과 지지자들은 실제로는 특권층의 사익을 옹호하며 자기들이 공익을 수호한다는 해괴한 망상에 빠지게 된 거죠. 이 매트릭스 안에서 표창장을 위조한 이는 검찰과 언론의 무구한 희생양이 되고, 피해를 입은 학교, 그것을 적발한 검찰, 사실을 알린 언론은 졸지에 간악한 가해자로 둔갑합니다. 사태가 완전히 물구나무 서 버린 거죠. 예, 정교수는 아무 잘못도 없죠, 위조 당한 동양대가 죄송하구요, 적발한 검찰이 송구하구요, 보도한 언론이 죽을 죄를 졌습니다.

그들은 검찰이 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개혁을 거부한다고 외칩니다. 그런데 윤석열 총장이 누구입니까? 제 몸 하나 편하려고 검찰권력에 편승하지 않아 그 연세에 한직을 전전했던 분 아닙니까? 바로 그 때문에 자기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개혁의 적임자라고 칭송했고, 대통령이 기수까지 파괴해가며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것 아닙니까? 그랬던 이들이 이제 와서 윤석열을 ‘우병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새 뭐가 달라진 걸까요?

그새 검찰총장 몸 안에서 갑작스런 변이가 생겼을 리는 없고 그냥 상황이 달라진 거죠. 친문 패거리들의 기득권에 칼을 들이댔거든요. 그 적폐들이 청산의 칼을 안 맞으려고 애먼 사람 잡는 겁니다. 공적 권력을 사유화하여 이득을 챙기는 쓰레기들이 외려 자기에게 맡겨진 일 열심히 하는 이들을 기득권자라 모함합니다. 그 옆에서는 친문 패거리와 야합한 사이비 언론인들이 묵묵히 제 역할을 비판적 언론인을 외려 검찰과 야합한 협잡꾼으로 몰아갑니다.

보도를 할 때 정보원을 밝힐 때도 있고, 밝히지 못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그 동안 정경심 사건에 관해 오보를 쏟아낸 것은 외려 그쪽 언론들이었습니다. 피의자 측의 주장을 아무 검증 없이 내보내는 것은 기본이고, 조금 전에 본 것처럼 날조와 왜곡과 조작도 서슴지 않았지요. 그리고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심지어 진보언론을 자처하는 신문에서 그 패거리들과 발을 맞추어 손잡고 검찰총장을 음해하는 악의적인 허위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지요.

검찰과 언론을 공격함으로써 그들이 뭘 얻을지는 빤하죠. 무슨 비리를 저질러도 그것은 개혁에 대한 검찰권력의 ‘음해’가 됩니다. 그 비리가 보도가 되면 검찰과의 ‘야합’이 됩니다. 그 결과 그들은 죄를 짓고도 아무 죄도 없는 상태가 됩니다. 민정수석의 감찰은 무력화했고, 검찰은 서초동 시위로 위축시켰고, 이제 언론이 남은 건가요? 이렇게 정치적 선동으로 대중의 위세를 동원해 감시하는 ‘눈’들을 모두 가려버리면, 이제 그들은 살판이 나는 거죠.

‘알릴레오’ 송년특집 방송상에서 유시민 작가가 KBS 낙하산 사장 정연주 씨 데려다가 경향신문의 기사를 비판하더군요. 어떤 기사인지 봅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충심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가 악역을 맡은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는 윤석열 총장이 이 말을 실제로 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그의 성품, 그 동안에 그가 보여준 행적, 그리고 지금 그가 하는 일과 모순되지 않고, 정합적이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사실이 아니라면 검찰에서 반박을 했겠지요. 그런데 정연주씨는 기자가 정보원을 밝히지 않았다고 트집 잡습니다. 아마도 이 기사가 영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입니다. 왜? 간단합니다. 간신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충신이거든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주변 사람들의 말을 믿지 말라’고 충고했지요? 그 말대로 대통령은 주  변 사람들 중에서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지 잘 구별해야 합니다. 거기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주변에 간신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시민들도 자기들이 진정으로 개혁을 원한다면, 자기들이 열심히 옹호하는 그것이 과연 나라와 대통령을 위한 공익인지, 아니면 대통령 권력에 기생하는 일부 친문 측근의 사익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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