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국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공자는 인생 50에 하늘의 명을 알게 되고(知天命), 인생 60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해도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고(耳順), 70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했다(從心所慾不逾矩).

사람은 나이가 먹어갈수록 인생의 깊이가 더하여지고 생각의 폭이 넓어져, 인생의 선배로서 후학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닐까?

그렇기에 유교에서는 이러한 노인들을 공경하라고 하는 것이고…. 그런데 살다보면, 특히 법조인으로서 사람들의 분쟁을 옆에서 지켜보다 보면, 인생의 선배로서의 여유로움보다는 욕심에 집착하여 좀처럼 남에게 양보할 줄 모르는 노년(老年)의 인생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의 편견의 창이 더 굳어져, 남의 의견은 좀처럼 들으려 하지 않는 완고함을 보이기까지 한다.

예전에 내가 담당하였던 조정 사건이 생각난다.

용인의 땅값이 한창 뛸 때 한 할아버지가 아파트 개발 회사에 자기 땅을 팔아 큰 돈을 챙기고, 또 들어서는 아파트에 인접한 자기 땅에는 상가를 지어 세를 주었다. 이 상가 건물에 남편을 잃고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생활하는 한 아주머니가 들어왔다.

그런데 아직 상권이 덜 형성되어 계속 손해만 보자 아주머니는 나가겠다고 보증금을 돌려달라며 조정 신청을 하였다. 그래서 웬만하면 아주머니의 딱한 사정을 봐서라도 보증금 일부라도 돌려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정을 권유하였다.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보장된 임대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 왜 내가 양보하느냐며 조정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아주머니의 입장에서 한 번 잘 생각해보라며 강제조정을 함에도 이의를 하였다.

왜 그럴까? 사회에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하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만 가득 차, 노년이 되어서도 인생을 관조할 줄 아는 여유로움을 갖기 어려워졌기 때문일까? 초의선사는 늙어감과 낡아감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세상은 낡은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실은 나이 들어 낡아가고 있으면서 늙어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늙어감은 금강석처럼 찬란하고 향기로운 무게를 더하면서 견고해지고 새로워지는 일이고 값진 일이지만, 낡아가고 있는 것은 썩어 소멸해가는 것이고 미망 속으로 떨어지는 것이고 냄새나고 추한 것이었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낡아지기만 하는 이들에게 서산대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보게 친구!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나도 어느새 노년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나는 늙을 것인가, 낡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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