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정사업본부가 2020년 경자년(庚子年) '흰쥐의 해'를 맞아 연하우표 2종 67만2000장과 소형시트 11만세트를 발행한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내 우표박물관에서 한 시민이 연하우표를 붙이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2020년 경자년, 흰쥐의 해가 밝았다.12년마다 돌아오는 쥐의 해 중에서도 올해가 특별히 흰 쥐의 해로 불리는 까닭은 육십갑지를 이루는 경(庚)과 신(辛)이 백색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또 경(庚)은 금(金)ㆍ수(水)ㆍ목(木)ㆍ화(火)ㆍ토(土) 등 오행(五行) 가운데 가장 강한 금, 즉 쇠(철)에 해당하고 음양으로는 양(陽)이다. 음(陰)의 금인 신(辛)보다 양의 금인 경이 힘이 더 세다고 한다. 자(子)는 방위(方位)와 시간의 신인 쥐인데 십이지(十二支)의 첫자리인 쥐 중에서도 우두머리가 흰쥐다.

흰쥐는 1428년 조선 세종이 상서로운 동물로 언급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런만큼 올해가 예사로운 해는 아닐 듯하다.

쥐에는 집쥐, 들쥐, 생쥐 등이 있는데 시궁쥐로 불리는 집쥐는 아시아의 평원에서 유래했다. 18세기 초에 유럽으로 건너가 세계 각 지역으로 널리 퍼지게 됐으며 농사를 시작한 이후로 쥐는 사람들에게 크게 미움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들쥐 중에서는 등줄쥐(Apodemus agrarius)라고 불리는 쥐를 가장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등줄쥐는 이마부터 꼬리 밑까지 가운데를 따라 검은 줄이 있어서 붙은 이름인데 산과 들의 습하지 않은 곳에 복잡한 굴을 파고 산다. 우리나라 외에도 동북아시아의 곳곳에 살고 있다.

독일의 하멜른이라는 마을에 갑자기 쥐 떼가 나타나 골치를 썩이던 중 이 쥐떼를 퇴치하고 마을의 모든 아이를 데리고 사라진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림형제의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에 나오는 쥐 떼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집쥐이다.

사람에게 큰 도움을 준 쥐는 ‘영웅쥐’라고 불리는 사하라 사막에 사는 아프리카큰주머니쥐(Cricetomys gamianus)로  먹이를 땅속에 묻어놓고 냄새를 맡아 다시 찾아먹는 습성이 있는데 후각이 뛰어나고 영리해서 훈련을 받은 후 땅에 묻힌 지뢰를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몸이 가벼워서 지뢰를 밟아도 지뢰가 터지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게 지뢰를 제거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쥐는 부(富)와도 연결된다. “재산을 모으는 소질이 있기 때문에 노력하면 상당히 큰 재산을 모으기도 한다”는 쥐띠의 사주는 먹이를 찾기 위해 늘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쥐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쥐가 도망가면 집안이 망한다’는 미신은 쥐가 축재의 보증이라는 방증이다. 다만 쥐가 재물을 부르는 방식이 횡재는 아니다. 쥐에게 부는 꾸준한 준비의 결실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점에서 쥐의 근면성은 예지력과도 통하는 구석이 있다.

그렇다면 흰쥐의 해, 많은 이들의 소망은 무엇일까.

1일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성인남녀 총 968명을 대상으로 '2020년, 본인이 바라는 새해 소망과 가장 가까운 사자성어'를 설문조사에 따르면 1위에는 '만사형통'(萬事亨通·18.5%)이 꼽혔다. 만사형통은 '모든 일이 뜻한 바대로 잘 이루어짐'이라는 뜻으로 특별한 소망이 있기보다는 그저 '모든 일이 잘되기를' 희망하는 소박하지만, 현실적인 새해 소망을 엿볼 수 있다.

뒤이어 2위는 '운수대통'(運數大通·10.9%), 3위는 '무사무려'(無思無慮·10.0%)가 차지했다. '운수대통'은 '천운(天運)과 기수(氣數)가 크게 트여 이루어짐'이라는 뜻의 사자성어다. '무사무려'는 '아무 생각이나 걱정이 없음'이라는 뜻이다.

쥐의 해는 풍요와 희망, 기회의 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우리 모두가 올 한해 365일이 ‘쥐구멍에 볕 든날’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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