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 등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수처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심재철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발언 동안 이를 지켜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김민호 기자]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인 비례정당 창당을 위한 실무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당은 비례정당 창당을 위해 최근 당 사무처 직원들로부터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 동의서를 받은 데 이어 신당 창당을 위해 회비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1인당 10만원씩 모금하고 있다.

한국당은 31일 창준위 발기인 동의서에 서명한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신당 창당 설립을 위한 회비 모집 안내' 문자 메시지를 발신했다.

하지만 실제 비례정당 출범까지는 당내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당 의원 중 누가 비례정당으로 가야 할지를 놓고 여전히 '교통정리'가 안된 상황이다. 그동안 지역구를 다져온 현역 의원들 입장에서 '비례정당 행(行)'은 곧 '지역구 포기'를 뜻한다.

여기에 비례정당의 전망이 안갯속이어서 인재 영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파급력 있는 인재 영입을 위해 그동안 '비례대표 의원'이라는 약속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또한 비례정당 창당을 위해 당직자들에게 발기인 동의서를 받고 회비 10만원을 모금하는 점도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제대로 된 설명회 한 차례 없이 '졸속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고육지책으로 꺼낸 '비례 위성정당' 전략이 과연 총선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진보와 보수 유권자를 막론하고 실패를 점쳤으며 비례정당 창당 자체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가 1일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아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 신년특집 국민여론조사' 결과 비례정당 창당을 '반대한다'는 응답이 53.9%로 '지지한다'(27.6%)는 응답의 2배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비례정당 전략의 성공 전망을 물은 질문에서도 '실패할 것'(53.7%)이란 전망이 '성공할 것'(27.8%)이란 전망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부정적 전망은 진보 성향, 민주당 지지층에서 좀 더 많이 나왔다. 이념성향별로 비례정당 반대 응답은 진보층이 59.9%로 보수층(46.3%)보다 많았다. 실패할 것이란 전망도 진보(60.0%)가 보수(49.2%)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지 정당별로도 반대한다는 응답은 민주당 지지층이 60.5%로 한국당(40.9%)보다 많았고 실패 전망도 민주당 지지층이 63.7%로 한국당(39.6%)보다 우세했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층이나 한국당 지지자가 비례정당 전략을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아니다. 이들도 진보층이나 민주당 지지층 정도는 아니지만 비례정당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층에서 비례정당의 성공을 전망한 응답은 29.3%에 그친 반면 실패 응답은 49.2%에 달했다. 보수와 중도보수, 중도, 중도진보, 진보 등 모든 이념층에서 성공보다 실패할 것이란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한국당 지지자 중에서도 비례정당의 실패를 전망한 응답은 39.6%로 성공(40.7%) 전망과 거의 비등했다. 비례정당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는 한국당 지지층의 40.9%가 반대해 지지(39.4%)보다 소폭 앞서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도 한국당처럼 비례정당 창당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민주당은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채 비례정당 창당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지난 12월29~30일 실시된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 2만7819명 중 1011명이 응답해 3.6%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 프레임 표집틀을 통한 유선(20.5%)·무선(79.5%)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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