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을 이끄는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AP 등이 보도했다.
[김홍배 기자]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이란 군부 핵심 실세를 제거하면서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이란간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이란의 대미 보복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AP는 2일(현지시각) 고위 군사 관계자를 인용해 "솔레이마니 시신이 미군 드론 공습으로 산산이 찢겨져 신원 확인이 어려울 정도였으나, 손가락에 끼인 반지로 신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의 ‘제거 대상’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동 지역 유력매체 알 자지라는 이날 "솔레이마니가 1998년 쿠드스군 사령관 자리에 오른 이후, 20년이 넘도록 서구 정보기관은 물론 이스라엘을 포함한 다른 아랍국가가 시도한 숱한 암살 시도에서 살아 남았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PRESSTV에 따르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3일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사망에 대해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자들은 가혹한 보복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솔레이마니의 순교는 이란이 보다 결단력 있게 미국의 팽창주의에 저항하고 이슬람 가치를 수호하게 할 것"이라며 "이란과 자유를 추구하는 이 지역 다른 국가들이 그의 복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로하니 대통령의 고문인 헤사모딘 아셰나는 "트럼프가 도박으로 미국의 지역적 상황을 가장 위험하게 몰아넣었다"며 "레드라인을 넘은 자는 그 결과를 마주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란 정부는 이와 함께 향후 대미 대응 전략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ISNA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솔레이마니 사망 이후 최고국가안보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솔레이마니는 이란 군부 핵심 실세로,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의 신임을 받아왔다. 종종 이란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기도 했으며, 이란 국민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하메네이는 이날 솔레이마니 사망과 관련해 3일의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숨진 솔레이마니는 이란 혁명수비대 중에서도 정예부대인 쿠드스군(軍)의 총사령관으로 이란의 군사작전 설계에 깊이 관여해 왔다.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그는 1979년 이란 혁명 발발 당시 이슬람혁명수비대에 가담해 팔레비 왕조의 붕괴에 일조해 ‘개국공신’ 수준 지위를 누려왔다.

이후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가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을 벌이자 이란을 넘어 이라크까지 진출해 민병대를 직접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이라크 내 친이란 시위대 사이에서 명성을 얻었고, 이들이 지난달 미국 대사관을 공격하게끔 부추기는데 원동력이 됐다.

미국과 이란은 미국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이후 장기간 긴장 국면을 이어왔다. 지난해엔 미 무인기가 이란혁명수비대에 격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복공격을 추진했다가 실시 직전 철회하는 등 이미 한차례 무력 충돌 위기를 빚었다.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를 직접 제거한 이번 작전으로 이란의 보복은 물론 양국 간 전면전에 대한 우려가 재차 부상하는 모양새다. NBC에 따르면 미 당국은 일단 해외 미군 기지 등에 대한 이란의 보복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레이마니 사령관 사망 보도 직후 자기 트위터 계정에 아무 설명 없이 성조기 그림을 올려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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