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3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김민호 기자] 내년 총선에서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적용되자 원내 진입을 목표로 하는 창당 세력들이 난립하고 있다. 개정된 선거법으로 선거를 치르면 3%의 정당득표율만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창당된 당은 2개다.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 등록을 마친 당은 17개, 이 밖에 창준위 등록을 공식화한 당도 있다.  총 50개의 정당을 앞으로 볼 수 있게 된다. 후보자 등록일인 내년 3월 26~27일까지 정당을 등록할 수 있는 만큼 수십개의 정당이 더 생길 가능성도 있다.

보통 신생 군소정당들은 선거 때 출현했다 의석을 얻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앞서 20대 총선을 앞두고 거대한 지혜를 모으자는 '거지당'과 장애등급제 폐지를 외쳤던 '폐지당' 등도 나왔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신생정당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어떤 당이 주목받을까.

◇'소득·결혼'을 당명, 공약으로 내세워

 이번 선거에선 '소득'과 '결혼'을 키워드로 삼은 신생 정당들이 눈에 띈다. 지난 9월 창당된 국가혁명배당금당(혁명배당금당)이 여기에 속한다. 혁명배당금당은 "내 눈을 바라보면 소원이 이뤄진다"며 공중부양과 축지법 등 기행으로 연일 화제가 됐던 허경영 대표가 창당했다.

▲ 국가혁명배당금당 허경영 대표(자료제공 = 당 홈페이지)
앞서 '민주공화당'과 '경제공화당'에서 이색 공약으로 주목받은 허 대표는 이번에도 파격 공약을 내세웠다. ▲0세부터 150만원 지원 ▲65세 이상은 여기에 70만원 추가 지원 ▲결혼 시 1억원 ▲출산하면 5000만원 지급 등이다.

 '기본소득'을 전면에 내세운 당도 있다. 세월호 사태 때 '가만히 있으라'는 침묵행진으로 알려진 용혜인씨가 창당한 '기본소득당'이다. 오는 19일 창당대회를 열며,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 소득으로 월 60만원을 지급하는 것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결혼정보회사 ‘선우’를 설립한 이웅진 대표가 창당을 추진 중인 ‘결혼미래당’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핵심 정책으로 내걸었다. 이 당은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이웅진 대표가 창당한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눈길을 끌었다. 주요 공약은 ▲결혼·육아 전담 정부부처 신설 및 장관 임명 ▲3000만원 결혼장려금 ▲아빠 포함 출산휴가 최대 1년 및 육아휴직 최대 2년 등이다.

이미 지난해 7월 창당된 '자유의 새벽당'은 '페미니즘'이 아닌 '패밀리(family)즘'을 주장한다. 자유의 새벽당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 농성 천막 옆에서 단식하던 청년으로 알려진 박결 대표가 창당했다. 

박 대표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페미니즘이 실질적인 여권 신장을 위해서가 아닌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퍼지고 있다"며 "그 속에서 오히려 가정을 꾸리고 결혼하고 연애하는 당연한 일들이 위축되고 있어 이를 소중한 가치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핵무기를 제조하겠다는 내용을 핵심 공약으로 삼고 있는 ‘핵나라당’(가칭)도 눈길을 끈다. 이 당 공약에는 6000조원의 국채 발행을 해서 국민에게 각각 1억원을 지원해준다는 다소 황당한 공약이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전 국민에게 월 6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목표 아래 20대 청년들이 만든 ‘기본소득당’도 창당을 준비 중이다.

'부정부패척결당', '자유민주당'과 '국민의힘', '자유당', '통일한국당' 등 기존 정당과 이름이 비슷한 당도 줄줄이 창당을 준비 중이다.

 ◇선거법 통과로 주목받는 '비례' 

현직 국회의원 한 명도 없이 창당 단계부터 주목받고 있는 당이 있다. 바로 '비례한국당'과 '비례민주당'이다. 자유한국당 및 더불어민주당과 전혀 관계 없지만 공직선거법을 두고 두 당이 대치하면서 어부지리(漁父之利)로 이름을 알렸다.

앞서 한국당은 국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이 통과되자 '비례한국당'이란 이름의 '비례 위성정당'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통일한국당 대표였던 최인식씨가 이미 이 이름으로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뒤늦게 한국당은 '비례자유한국당'이란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둘을 혼동하는 이들이 많다. 최 대표는 한 언론에 "내년 총선에서 우리는 지역구 후보는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낼 계획으로 지난 3월부터 준비했는데 마치 오인 투표를 노린 정당처럼 매도돼 억울하다"고 밝힌 바 있다.

비슷한 이유로 '비례민주당'도 주목받았다. 민주당이 '비례민주당'으로 맞불을 놓는 것 아니냐는 논란 속에 실제로 지난달 31일 비례민주당 창준위 신고가 완료됐다. 민주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민주당과 유사 명칭 사용을 불허해달라"고 요청하면서 화제가 됐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 통과로 군소 신생정당이 향후 더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홍보성으로 나온 정당이라거나 희화화되다 곧 사라질 것이란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창당을 준비하는 이들의 자세는 진지하다.

다만 비례대표 의석을 얻게 되는 최소 정당득표율을 3%로 규정하고 있어 신생 정당들의 원내 진입은 극히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성 정당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와 어긋난 위성정당 창당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 오히려 군소정당의 몫이 기존 선거제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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