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심일보 대기자] 진중권. 그는 '무덤에 침을 뱉는' 불경(?)한 행위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발표할 당시만해도 박정희 정권에 대한 비판은 금기사항 중 하나였다. 진중권은 와곡된 역사를 조롱하고 잘못된 사회와 드잡이했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닭싸움'.

진 전 교수에 대한 네이버 나무위키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대학교에서 미학을 전공하여 〈소비에트 연방의 유리 로뜨만의 구조기호론적 미학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외환 위기때 독일에서의 박사 과정을 그만두고 귀국하여 평론가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논객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평론가로서 이름을 떨친 것은 1998년 4월부터 월간문화지인 《인물과 사상》에 〈극우 멘탈리티 연구〉라는 글을 게시하면서부터다. 이 글로 시작된 극우적 박정희 열풍 비판은 그 해 가을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단행본이 된다. 이후 자잘한 활동을 해 오다 2005년, SBS 러브FM에서 진행한 《진중권의 SBS 전망대》라는 방송을 타고 평론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2000년 민주노동당이 창당하자 입당하였으나, 2001년 이후 NL주사파 계열이 집단적으로 입당해서 당을 조금씩 장악해나가자 이들을 계속 공격하면서 마찰을 빚었다. 이후 "이대로 가면 당은 주사파들의 위장막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경고를 하면서 탈당하였다. 탈당시점은 범NL계(통칭 자주파)가 당권을 장악한 2004년 6월 전당대회 이후로 추정된다.

일반 대중은 진중권을 진보 성향의 논객으로 인식하곤 하는데, 이는 2008년 즈음부터 왕성히 활동을 시작한 트위터 활동과 각종 시사토론프로그램 참가로 유명세를 얻었기 때문이며 평론가로서 활동을 그만둔 것은 아니다.

2019년 9월 하순 이후 조국 사태에서 조국과 정경심을 비판하면서 보수층의 존중과 지지, 진보층(주로 친문 계열로 추정되는 진보 세력)의 경멸과 비난을 받고 있다. 2019년 12월 20일 조국 사태 여파로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를 외치며 동양대 교수직에 대한 사표를 제출했다.

4일 중앙일보는 진 전 교수에 대해 "진중권을 설명하는 호칭은 다양하다. 미학자이자 평론가이며 지난해 12월까진 동양대 교수로 재직했다. 100여 권(공동집필 포함)에 가까운 저서를 발간한 유명 작가에다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했다. 언변이 좋아 각종 토론에서 섭외 1순위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토록 넓은 활동 반경을 가능케한데는 ‘진보 논객’이라는 정체성이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에 3일 이 의원을 향해 “기회주의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한데 이어 4일에도 과거 이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재신임을 반대하며 대척점에 섰던 점을 부각하며 저격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제 때 독립운동했던 이는 탄압받고, 친일파들은 떵떵거리고 살았던 게 우리 역사의 비극”이라며 “그 비극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표 지키려 목숨 걸고 싸웠던 사람은 고생하고, ‘문재인 재신임은 박정희 유신’이라고 했던 사람은 떵떵거리며 살고”라고 적었다. 진 전 교수가 ‘떵떵거리며 산다’며 비판한 인물은 이종걸 의원이다.

이어 진 전 교수는 “그때 이종걸 의원의 요구대로 문재인 대표가 물러났다면, 그 즉시 야인이 되어 지금은 청와대가 아닌 다른 곳에 계셨을 것”이라며 “그때 문 대표 흔든다고 이종걸 의원에게 다소 격한 말을 한 건 미안하지만, 지금도 저는 그때 제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국사태 이후 공지영 작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 이종걸 의원 등 친여 성향 인물·집단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진보 저격수’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지난 2일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창당준비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 명의 야당 의원보다 진 교수 한 명이 더 낫다”고 할 정도다. 진보 진영의 대표 논객이었던 그가 대체 왜 이런 평가를 받게 된 이유는 뭘까.

이날 매체는 변화 기류가 감지된 건 지난해 ‘조국 사태’ 때부터다. 처음부터 험악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으로 지명된 직후만 해도 진 전 교수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둘의 '브로맨스'는 깨졌다. 진 전 교수는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과 혐의를 감안했을 때 법무부장관을 맡아선 안 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진 전 교수가 정의당에 탈당계를 제출한데도 '조국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당시 진 전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조국 적격 판정 등 정의당이 보인 일련의 대응 방식에 대한 불만 때문에 탈당했냐”는 질문에 “그런 것 다 포함해 이것저것 세상이 다 싫어서 탈당계를 낸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의 진중권은 이제 보수진영에서 밥벌이를 할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껏 자기가 떠든 논리에 대해서 어찌 변명해댈지 참 궁금하다. 진중권이 앞으로 어떻게 떠들지에 대해서는 사실 큰 관심은 없다. 하지만, 변심한 놈이 내가 이러해서 변심하게 되었다고, 자기의 변심이유를 전가시키는 짓거리를 할 것이 분명하기에, 진중권의 행태 하나하나를 지적하고 대응하는 진보논객들의 처절하고 끊임없는 귀챦음이 필요할 것 같다."고 비난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매체와 통화에서 진 전 교수를 ‘투견’에 비유하며 “최대한 피하고 싶다”라고도 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유명한 분이고 주목받아온 시간이 길어 사람들의 공격을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엔 자기가 먼저 싸움을 걸고 다니는 투견과 다를 바 없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 전 교수가 변한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진 전 교수의 정체성이 애당초 ‘신랄한 비판자’ 캐릭터였다는 것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진 교수는 늘 할 말은 다 하는 사람이었고, 자기의 논리적 관점에 어긋나는 공격엔 불같이 달려드는 사람이었다”며 "10년 넘는 기간 동안 진중권의 공격대상은 당파성이나 진영논리완 무관했기 때문에 정의당 탈당이나 친문 세력에 대한 공격을 두고 '변했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비교하는 시선도 있다. 진보 정치학계의 원로인 최 교수 역시 최근 집권 여당 등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최 교수는 지난달 9일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9주년 학술회의'에서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은 진보의 도덕적, 정신적 파탄이다. 운동권 학생들이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정치계급’이 됐다. 더는 진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변호사 출신의 한 참여연대 활동가는 매체와의 통화에서 "가치에 매몰돼 자기편을 무조건 옹호하는 태도가 아니라 사안별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중권 전 교수가 왜 '변심'을 한 건지 알 길은 없다. 다만 그의 행적으로 봐 아마도 '이유있는 변심'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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