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 2002~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이어 17년 만에 중국발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중국 특유의 야생동물 식문화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우한 폐렴은 사스와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스 사태는 박쥐가 보유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를 중간 숙주로 삼아 인간에게 전파되면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한 폐렴도 사스와 유사한 경로를 거쳤을 것으로 예상되나 어떤 동물이 중간 숙주였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일각에서 뱀이 중간 숙주라는 주장이 나왔으나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함께 제기됐다.

최근 중국의 한 유명 블로거가 과거에 올렸던 박쥐 요리 영상으로 비난을 받았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왕멍윈이라는 여성 블로거가 3년 전인 2016년 6월 올린 박쥐 요리를 먹는 동영상이 급속히 퍼졌다.

그는 박쥐탕을 먹고 나서는 카메라를 향해 “고기가 아주 질기기는 한데 엄청 맛있네요”라고 말한다.

왕멍윈은 해외여행을 가서 겪은 체험을 콘텐츠로 만들어 올리는 인기 블로거로, 시나닷컴 웨이보에서만 팔로워가 200만명이 넘는다.

일부 중국인의 야생동물을 먹는 음식 문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 누리꾼들은 비록 해외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야생동물을 먹는 모습을 버젓이 인터넷에 올린 왕멍원에게 극단적인 분노와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왕멍원은 웨이보에서 "(동영상을 찍은) 2016년으로 돌아가면 나는 바이러스에 대해서 무지했다"면서 공개 사과글을 올린 상태다.   

중국 안팎에서는 이같이 야생동물을 섭식하는 중국의 식문화가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우한 폐렴의 진원지로 지목된 우한 화난 해산물시장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인 박쥐뿐만 아니라 대나무쥐, 타조, 새끼 악어, 고슴도치 등 각종 야생동물이 판매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질병통제센터가 지난 1일부터 화난 시장에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표본 585개 중 33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33개 중 22개는 시장 내 매대에서 검출됐으며 1개는 쓰레기 수거차량에서 나왔다.

화난 시장처럼 식용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시장은 중국에서 드물지 않다. 사스 사태를 불러온 사향고양이 역시 중국 남부 지역에서 별미로 통하는 야생동물이다.

'우한 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우한 화난시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는 오소리, 흰코사향고양이, 대나무쥐, 코알라 등 다양한 야생 동물이 식용으로 사육되고 도축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내 레스토랑에서 거북이나 멧돼지 요리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며 일부 지역에서는 사향고양이와 뱀, 천산갑 등 야생동물이 별미로 간주되고 있다”며 “야생동물 섭취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한편, 야생동물이 건강에 좋다는 미신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이어 “우한 폐렴 사태를 계기로 이런 모험적 식문화를 규제하거나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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