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종로 출마설이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종로가 계륵 같은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인데, 황 대표가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당선됐을 때는 정치적 체급을 부쩍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황 대표는 이미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한 상태여서 종로에 출마해 당선된다고 해도 추가로 얻을 이득이 없는 상황이다. 자칫 종로에서 패배라도 할 경우에는 정치적 위상만 추락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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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출마를 접고 비례대표로 선회하기에도 명분이 약한데, 이번 당내 공천의 핵심 화두로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론'이 부상한 상황에서 본인이 몸 사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 종로 출마를 하지 않을 경우 '평창동 토박이'인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이나 홍정욱 전 의원 등을 '대타'로 내세워야 하는데 이들이 살아 돌아오면 당내 경쟁자만 늘어난다는 점에서 패착이 될 수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종로 출마 선언이 지연되는 점은 한국당 공천 과정에서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함. 동인의 험지 출마가 실현되면 '영남권 중진' 진로 문제와 물갈이 규모 등 후속 작업 방향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중진들 물갈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종로에 출마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맞붙을 경우 더블스코어로 밀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황 대표의 출마지를 둘러싸고 다양한 설(說)이 쏟아지고 있다.

SBS는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사흘간 서울 종로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오는 4·15 총선 가상대결을 조사한 결과 이 전 총리 53.2%, 황 대표 26.0%, 정문헌 새보수당 전 의원 3.0%순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당선 가능성 조사에선 이 전 총리 59.0%, 황 대표 24.5%로 차이가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종로 대신 황 대표가 출마할 '험지'를 놓고 한국당 내에서 서울 양천갑, 영등포을, 용산, 경기 용인병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황 대표에 더 부담을 주는 여론조사 결과인 셈이다.

이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를 살리려면 황교안 대표는 자신을 버려야 한다"며 "어차피 탄핵된 정부의 패전 처리 투수였잖나.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종로 출마를 압박했다.

그는 "종로, 여론조사를 보니 더블 스코어더라. 그래도 나가시라. 원칙 있게 패하라. 가망없는 싸움이지만 최선을 다해 명예롭게 패하라"며 "정권심판 하겠다고 하지 말라. 그건 유권자들에게 맡기라"고 주문했다.

진 전 교수는 "종로 유권자들께 묵묵히 질책을 듣고 그 모습을 전국의 유권자들께 보여주시라. 그래야 장기적으로 보수가 산다"고 글을 맺은 뒤, "요즘 스윙보터들의 심정이 대충 이럴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믿지는 않겠지만"이라고 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 내에서 황교안 대표가 (종로 회피) 그러한 꼼수를 쓰고 있지만 결국 등 떠밀려서 종로에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전 총리와 더블스코어 이상 격차에 대해서도 "어쨌든 (총선이) 70일 남았는데, 절반 나온다고 해서 그걸 피한다고 하면 전국적인 선거에 막대한 지장을 주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가 만약 종로 선택을 하고 다른 당대표급도 수도권 험지에 나가자, 이렇게 했을 때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며 "당대표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여론조사를 해대고 당대표급들, 다른 주자들에게는 수도권 험지에 나가라고 하면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SB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한 여론조사는 지난달 28~30일 사흘간 서울 종로 50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응답률 17.1%)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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