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이 27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로우스 호텔(Loews Hotel)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상 후보 오찬 모임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김승혜 기자] 제92회 2020 아카데미 시상식이 10일(한국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신드롬급 인기로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어떤 상을 수상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 2020 외국어영화(Foreign Language Film)상은 올해부터 '국제영화(International Feature Film)상'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외국'이라는 단어가 글로벌 영화 제작 환경에서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아카데미상은 10명 안팎의 심사위원들이 미개봉작을 대상으로 심사를 해 수상작을 선정하는 칸영화제와 달리, AMPAS 회원들이 개봉작을 대상으로 투표해 결정한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AMPAS 회원은 9537명이며 이 중 8469명에게 투표권이 있다. 이들은 출품작 중 일정 기준(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7일 이상 연속 상영된 영화)을 충족한 영화를 대상으로 투표한다.

투표 과정은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맡고, 투표 결과는 시상식 당일 발표되기 전까지 이 회사 직원 두 명만이 알고 있다. 한국인 회원 수는 임권택·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최민식·이병헌 등을 포함해 약 40명이다.

‘기생충’은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각본·편집·미술·국제영화상(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부터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 ‘한국 최초’ 수식어를 달고 수상 행진을 달리고 있다. 분위기를 이어 ‘기생충’이 아카데미 수상까지 성공하면 유럽과 북미의 최고 권위상을 모두 휩쓸게 된다.

9일 다수의 언론을 종합하면 영화계에서는 ‘기생충’의 국제영화상 수상을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다.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을 점치는 시선도 많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경쟁작인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 버티고 있어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대립 구도가 만들어진다.

‘1917’은 작품상 뿐만 아니라 감독·각본·미술·촬영·분장·음악·음향 편집·음향믹싱·시각효과상 등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터 한복판을 가로질러야했던 두 병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인칭 시점으로 전개돼 전장의 참상을 체험하게 한다는 평가와 함께 역대 전쟁 영화 가운데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1917’이 ‘기생충’이 넘어야할 산인 이유는 또 있다. ‘1917’은 할리우드에서 막강한 네트워크를 가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세운 제작사 엠블린 파트너스가 제작했다. 미국 영화라는 점과 할리우드가 선호하는 전쟁 영화라는 점도 한 몫한다. 또 아카데미 전초전 격인 미국제작자조합(PGA) 작품상과, 감독조합(DGA) 감독상을 받아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기생충’도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미국배우조합(SAG)상 최고상을 받았고 작가조합(WGA)상, 편집자협회(ACE)상, 미술감독조합(ADG)상을 휩쓸었기 때문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이날 국민일보는 외신 역시 ‘기생충’의 수상을 밝게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917’이 작품상으로 유력하지만 ‘기생충’과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영화평론가 카일 뷰캐넌은 “3년 전 아카데미에서 슬럼가의 흑인 이야기를 다룬 ‘문라이트’가 백인 예술가들의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를 꺾었던 것처럼 ‘기생충’이 ‘1917’을 누르고 예상 밖의 작품상 수상을 해낼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기생충’이 아카데미 역사상 외국어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할 경우 '백일 일색의 편협한 시상식'이라는 오명을 벗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감독상을 두고도 샘 멘데스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2파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뷰캐넌은 “‘1917’이 작품상을 받는다면 감독상은 봉준호 감독이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편집상과 미술상에서도 ‘기생충’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뷰캐넌은 “‘기생충’에서 여러 등장인물을 따라 점점 긴장감을 더하는 능수능란한 시퀀스에 주목한다”며 “편집상 수상이 곧 작품상 수상으로 이어질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초현대적 구조의 주택을 선보였다”며 “미술상이 유력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수상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유력 언론인 라 레푸블리카도 8일 보도에서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기대했다. 매체는 “전통적으로 작품상과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동시 지명될 경우 작품상 수상 가능성이 다소 낮아진다”면서도 “전통이란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다면 비영어권 영화로는 역사상 첫 수상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길 것”이라고 했다.

국내 영화 전문가들은 ‘기생충’이 2개 혹은 3개 정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 이외에 작품상이나 감독상 중 하나, 각본·미술·편집상 가운데 하나 정도를 받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9일 방송하는 JTBC '방구석1열'은 아카데미 시상식 특집으로 꾸며진다. 이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011년 작품상 등 4관왕을 한 '킹스 스피치'와 2019년 작품상을 비롯해 3관왕을 한 '그린 북'에 관해 이야기 나눈다. 

JTBC '방구석1열' 아카데미 시상식 특집은 9일 오전 10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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