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경석 원장
새해 결심의 단골손님 중 하나가 ‘건강’이다. 건강을 챙길 때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다. 그런데 이미 여러 연구에서 정기적인 건강 검진은 질병 예방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오진이나 불필요한 추가 검사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부 고위험군의 경우엔 그에 해당되는 검사가 필요하겠지만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시행되는 정기 검사는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종합 건강검진에는 네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개개인의 생활 습관, 위험 요인, 가족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검사를 시행한다. 미국에서는 먼저 주치의가 기본 검사를 하고 나서 2차 검사를 해야 할 경우 전문의에게 보내 필요한 항목만 검사하는데 한국은 처음부터 증상이 없는 환자도 온갖 검사를 받게 한다. 의사들 입장에서는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우려해 방어 진단의 의미로 검사를 권하기도 한다. 그래서 현대의학에서 파는 가장 비싼 약이 ‘만약’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외국 의사들이 들으면 ‘난센스’라며 고개를 흔든다.

둘째는 검사에 사용하는 기기가 점점 발달해서 별문제가 되지 않는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다 찾아내는 바람에 불필요한 2차 검사나 치료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셋째는 검사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방사선이나 전자파에 노출되거나, 내시경 검사 중 출혈 등의 위험이 있고, 조영제가 알레르기 문제를 일으키거나 발암 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

한 번의 CT 스캔 검사로도 흉부 엑스레이 100장을 찍을 때 나오는 방사선의 양에 노출된다. 그런데 종합검진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한 CT 스캔 검사가 너무 많이 시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만 해마다 7000만 건 이상 검사가 이루어지는데 그중 3분의 1은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은데도 시행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최근《내과학기록 (Archives of Internal Medicine)》학술지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CT 스캔 검사가 1만 4500건의 사망과 2만9000건의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검사를 받을 때 40밀리시버트(mSv)정도의 피폭량에 노출되는데 10mSv로도 암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미국에는 없는 종합검진이란 명목으로 온갖 장기검사가 기본 사항에 들어 있어 그 피해는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방사선 노출 위험 때문에 CT 스캔 검사 대신 MRI 검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MRI는 강력한 전자기장을 만들고 여기서 나오는 전자파가 건강을 해친다.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에서는 1000 ~ 2000mSv 정도의 피폭량이 노출된다.

넷째는 검사를 받은 사람들이 정기적인 검사에서 정상으로 결과가 나오면 다음 검사 때까지 건강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생활한다. 질병이 없으면 건강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검진은 예방의학보다 사망 진단에 가깝다.

특히 예방의학이라는 미명하에 별 증상 없는 사람이 검사를 통해 조기에 병을 발견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처음부터 병에 안 걸리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진정한 예방의학이다. 현대인들은 갑자기 병에 걸리지 않는다. 뒤늦게 발견할 뿐이다. 평소 자신의 일, 잠, 스트레스, 인간관계, 음식 등을 돌아보고 특히 냉장고가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책상과 수첩이 우리 머릿속이고, 냉장고가 우리 배 속이다. 동네에 큰 병원 들어선다고 좋아하는 주민들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건강해져서 병원이 줄어들어야 정상 아닌가? 현대 의학교에 빠진 맹신도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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