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요즘 위성 정당을 두고 여야가 벌이는 '꼴불견'에 딱 맞는 속담이다. 위성 도시는 들어봤어도 위성정당은 처음 들어본다는 비아냥 목소리도 들리지만 어쨌건 현실이 됐다.

그동안 미래한국당을 '위헌 정당', '꼼수 정당'이라고 온갖 독설을 퍼부은 더불어민주당이 정당에 발을 담그는 모양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하는 격이지만 민주당의 방식은 통합당과 조금 다르다. 비례대표 정당을 본인들이 직접 만들지 않고, 재야인사들과 시민단체들이 만들어 놓은 비례대표 정당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6일 이해찬 대표가 가칭 '정치개혁연합'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참여 제안을 사실상 수용하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연히 '사촌이 땅을 사서' 원내 1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관련, 전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례위성정당에 대해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진보정당읗 향해 "미래통합당이 꼼수를 부리더라도, 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과 진보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 원칙 있는 패배는 미래의 승리"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진 전 교수의 '주장' 전문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안철수와 함께 만드는 신당 발기인대회 2부 행사로 열린 강연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비례위성정당에 관하여

진보정당들은 원칙대로 가야합니다. 민주당이 다급한가 보죠? 200석 운운하며 지난 연말까지도 압승을 자신하더니, 이제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모양입니다. 그래서 총선 패배시 보험용으로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거죠. 언뜻 보면 당과 별도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형식이 어떻든 어차피 그 놈이 그 놈입니다. 요즘 시민단체는 아무런 비판적 거리 취함 없이 민주당과 거의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느낌입니다. 시민단체나 시민사회가 민주당이 원하는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정치 하청업자 비슷해진 거죠.

정의당 지도부는 원칙적으로 거부하지만, 당원구성이 이미 과거와 달라 내부의 압력이 거셀 겁니다. 정의당 전직 부대표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려 운을 띄웠고, 윤초하 의원은 노골적으로 위성정당에 참여할 것을 종용하고 있지요. 김종대 수석부대변인도 "민주당이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고 연동형 비례를 온전히 구현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논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문을 열어놓고 있지요. 밖에선 최배근-우희종이 주축이 된 '시민을 위하여'가 "적폐 세력에게 원내1당을 헌납하라는 것은 역사적 죄악"이라며 압박을 합니다.

이 쓰레기 같은 제안은 그러잖아도 구겨진 민주당을 정말 쓰레기로 만들어 버릴 겁니다. 원칙을 버리고 꼼수로 일관하다가 위기에 처했으면, 철저히 반성하며 선거에서 이길 생각을 해야지, 벌써부터 질 생각이나 하며 꼼수 때문에 빠진 위기를 꼼수로 해결하려 하니... 한심한 일입니다. 민주당 대신에 총대 메신 분들은 민주당이 잘못 나갈 때 준엄한 비판으로 민주당이 이 꼴이 되지 않도록 막았어야 합니다. 그게 시민단체와 시민사회가 할 일입니다. 그런데 조국사태 때 내내 입 닫고 있다가(아니, 거들었나?) 이게 무슨 쓰레기 같은 짓입니까?

꼼수에 꼼수로 맞서는 건 진보의 길이 아닙니다. 거대양당의 독식을 막고, 유권자의 다양한 정치적 요구를 존중하자는 게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취지였을 겁니다. 미래통합당이 꼼수로 그 취지의 절반을 무너뜨렸죠. 그 사람들은 원래 그렇다 치고, 거기에 맞서자고 나머지 절반마저 무너뜨린다면, 민주당이라는 당은 대체 뭘 위해 존재하나요? 언제부터인가 당에 '철학'이 없어졌어요. 미래통합당이 꼼수를 부리더라도 손해를 각오하고 원칙을 지킬 때, 비로소 유권자들은 미래통합당 대신 민주당을 찍을 이유를 갖게 되는 겁니다.

정의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통합당의 꼼수를 '위헌'으로 규정했다면, 그 스탠스를 유지해야 합니다. 자기들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한 일을 자기들이 나서서 한다면, 얼마나 실없어 보이겠습니까? 정의당은 한번 진보의 원칙을 배신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또 다시 배신할 거라면, 차라리 진보정당 간판 내리고 민주당에 합류하거나, 아예 민주당의 비례전문 위성정당으로 변신하는 게 낫죠. 진보적 유권자들 또 다시 실망시키지 말고 진보의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렇게 정정당당하게 유권자의 판단을 받아볼 생각을 해야 합니다.

민주당에서 정상적으로 비례대표를 내는 게 옳습니다. 그러잖아도 그 당 지지자들은 제한적 범위에서나마 비례대표는 전략적 교차투표를 해왔습니다. 그게 못미더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미래통합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상황만은 막아야겠다면, 그냥 비례후보를 내지 않으면 됩니다. 그럼 비례표는 다양한 진보정당들에게 갈 테고, 자기들 몇 석 내려놓는 대신에 함께 미래통합당의 독주를 막아줄 우군들을 얻게 되겠죠. 그런데 민주당에서 과연 그렇게 할까요? 그게 아니라면 '개혁세력'의 과반이니, '진보진영'의 과반이니, 운운하지 마세요.

설사 그 쓰레기 같은 정당이 만들어지더라도, 그 내에서 의석 놓고 다툼이 일어날 겁니다. 민주당 몇 석, 정의당 몇 석, 민생당 몇 석, 녹색당 몇 석. 밥그릇 싸움 하는 추태나 연출하면서 유권자들에게 무슨 면목으로 표를 달라고 합니까. 진보나 개혁 내걸고 꼭 이런 짓 해야 합니까? 비록 누더기가 됐지만 준연동형비례대표제, 그나마 우리 정치문화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미래통합당이 꼼수를 부리더라도, 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과 진보의 가치를 지켜야 합니다. 원칙 있는 패배는 미래의 승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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