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꺾은 벨기에에 이어 H조 공동 2위

▲ 손흥민, 슛 찬스다!
 ' 잘 싸웠다.' 축구대표팀 홍명보호가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러시아와의 월드컵 첫 경기에서 선전했다. 선제골을 넣고도 이를 지키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끈 한국축구대표팀은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23분 터진 이근호(상주)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29분 상대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저 승점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 16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이날 러시아전에서 비겨 남은 알제리와 벨기에의 2·3차전을 통해 16강 진출을 타진하게 됐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 벨기에가 알제리에 2-1로 승리를 거두면서 H조 1위를 달렸고, 한국과 러시아는 그 뒤를 이었다.

본선 진출국이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어난 1998프랑스월드컵을 포함해 최근 4개 대회에서 조별리그 1차전 무승부를 거둔 팀이 16강에 진출한 확률은 58.3%다.

한국은 역대 러시아와의 상대전적에서 1무1패가 됐다.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자빌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1-2로 역전패당한 바 있다.

후반전에 박주영(아스날)을 대신해 교체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은 이근호(상주)는 후반 23분 선제골을 넣으며 조커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1-1 무승부로 끝이나며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박주영을 낙점됐다. 좌우 측면에는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턴)이 배치했다. 주장 구자철(마인츠)은 2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뒤를 받쳤다.

기성용(스완지시티)과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은 '더블 볼란치'를 형성해 중앙에서 공수를 조율했다.

포백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콤비가 가운데를 맡았고, 좌우 풀백은 각각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저스)과 이용(울산)이 나섰다. 골키퍼 장갑은 정성룡(수원)이 꼈다.

초반부터 미드필드 진영에서 주도권 싸움이 팽팽하게 진행됐다. 한국은 강한 전방 압박으로 역습이 빠른 러시아의 공격 전개를 사전에 차단했다.

러시아는 한국의 좌우 측면을 두드리며 기회를 엿봤지만 이렇다 할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왼쪽 풀백 윤석영이 러시아의 패스플레이에 측면 공간을 내주는 장면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적절한 협력 플레이로 위기를 모면했다.

한국은 전반 31분 러시아의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의 강력한 프리킥으로 한 차례 위기에 놓였지만 선방했다. 반대로 전반 38분 손흥민이 시도한 중거리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 아쉬움을 삼켰다.

한국은 후반전 구자철과 기성용의 잇딴 중거리 슛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의 상승세 가운데 후반 11분 교체 카드를 먼저 뽑아들며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했다.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을 빼고, 발 빠른 이근호를 투입했다.

교체 작전은 주효했다. 이근호는 투입된 지 약 10여 분 만에 선제골을 쐈다. 이근호는 후반 23분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상대 골키퍼가 잡았다가 놓치면서 골이 됐다.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은 후반 26분 유리 지르코프(디나모 모스크바) 대신 부동의 원톱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제니트)를 투입시키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성공했다. 이어 터진 러시아의 동점골로 한국의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6분 뒤인 후반 29분 케르자코프가 골네트를 갈랐다.

이후 몇 차례의 공방을 주고 받았지만 더이상 골은 터지지 않았다. 후반 막판 러시아에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했지만 골이 되지 않았다.

이날 무승부를 거둔 한국은 23일 오전 4시 포르투 알레그리의 에스타지우 베이라-히우에서 알제리와 2차전을 벌인다.
 

[일문일답]홍명보 감독 "준비한 모든 것 보여줬다"

홍명보호가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소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23분 터진 이근호(상주)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위인 러시아를 상대로 선전한 경기였다.

한국은 16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이날 러시아전에서 비겨 남은 알제리와 벨기에의 2·3차전을 통해 16강 진출을 타진하게 됐다.

한국과 알제리의 2차전은 23일 오전 4시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열린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과의 일문일답

- 소감은.

"우리가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고, 동점골을 허용했다. 우리가 억울한 마음이 있지만 첫 경기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훌륭했다. 결과에 대해선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첫 경기였기에 좋은 내용과 승점 1점을 땄기에 고개 숙일 필요 없다. 빨리 회복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

- 준비한 몇 %를 보여줬나.

"우리가 준비한 것의 최대한을 경기장에서 쏟아부었다고 생각한다. 전술적으로, 체력적으로 그랬다. 순간순간에 좋은 경기를 했다고 본다."

- 러시아의 동점골을 봤나. 오프사이드로 볼 수 있었는데.

"봤다. 오프사이드는 모르겠고, 우리 선수가 걷어낸 상황이었기에 오프사이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 이근호에 뭐라고 했나.

"후반에 분명히 상대 중앙수비수들의 체력과 스피드가 떨어질 것을 대비해서 적극적으로 노리라고 했다."

- 러시아전만 준비한 것 같은데. 알제리와 벨기에도 준비했나.

"알제리전은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본다."

- 짧은 패스보다는 긴 패스가 많았던 것 같은데.

"상대의 순간 압박이 빨라서였다. 안전하게 뒤로 연결하자고 했다. 공이 가운데에서 차단됐을 때에는 러시아의 가장 강한 공격패턴이 나오기 때문에 약속된 플레이였다."

-후반 중반 이후에 러시아가 체력이 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기에서는 우리가 못 미치는 인상이었는데.

"그동안 홍정호의 훈련량이 부족했다. 후반에 교체를 했는데 그 교체카드로 인해 공격에서 쓸 수 있는 교체카드가 하나 모자랐다.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 어느 정도 모습을 보였나.

"첫 경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중압감과 압박감을 볼 때, 우리 선수들은 충분히 잘해줬다. 남은 상대들을 잘 파악하고, 공격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앞선 3차례의 국제대회에서 1차전 결과를 극복하고 저력을 보여줬는데.

"우리가 항상 첫 경기 결과가 좋지 못했다. 2009 FIFA U-20월드컵(1차전 0-2 패)과 2010광저우아시안게임(1차전 0-1 패)때는 모두 1차전에서 졌고 2012런던올림픽 때는 1차전 때 무승부를 거뒀다. 하지만 최종 성적(U-20월드컵 8강·광저우아시안게임 3위·런던올림픽 3위)는 좋았다. 오늘 결과는 썩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 박주영의 교체는.

"이근호의 투입 시기가 그 때라고 생각했다. 박주영이 전반에는 수비적인 역할을 잘해줬다. 계속 지켜봤지만 그 시점에서 조금 이근호 투입이 훨씬 낫다는 판단을 했다."

- 러시아 연구를 아주 잘한 것 같은데. 강점이 골키퍼라는 것을 잘 알았을 텐데.

"우리는 러시아에 대해서 철저하게 준비했다. 감독의 플레이 스타일까지 준비를 했다. 공을 빼앗아서 역습이 나오는 것이 러시아 감독의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알고 임했다."

남아공 설움 날린 '최저 연봉자' 이근호

▲ 이근호, 들어가나?
'비밀병기' 이근호(29·상주)가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서 한을 풀었다.

이근호는 18일(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23분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22·레버쿠젠)-박주영(29·아스날)-이청용(26·볼턴)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여러 차례 위협적인 중거리 슛과 안정된 수비로 전반을 0-0 무승부로 마친 홍 감독은 후반 초반 움직임이 둔해진 박주영 대신 이근호 카드를 꺼내들었다.

후반 11분 만에 그라운드로 들어선 이근호는 특유의 활동량으로 러시아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이근호가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손흥민과 이청용 등 다른 선수들도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비단 그의 활약이 기회 만들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었다. 후반 23분에는 다소 지루했던 경기에 불을 붙이는 선제골까지 터뜨렸다.

중앙선 근처에서 공을 잡은 이근호는 드리블 돌파로 골대와의 간격을 좁히더니 지체없이 오른발 슛을 날렸다.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28·모스크바)의 정면으로 향했지만 손에 맞은 공은 골라인을 통과했다. 끝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근호는 득점을 알리는 주심의 호각이 울리자 코너 플래그 근처로 달려가 기쁨을 만끽했다.

육군 병장 신분인 이근호의 연봉은 고작 200만원선이다. 대표팀은 물론 32개국 선수들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저비용 고효율의 이근호는 무려 114억원을 받는 파비오 카펠로(68) 감독을 곤경에 빠뜨렸다. 빌미를 제공한 아킨페예프는 얼굴을 감싼 채 드러누웠다. 

국내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 받는 이근호에게 브라질 대회는 첫 월드컵이다. 물론 이전에도 기회는 있었다.

원정 첫 16강으로 기억되는 4년 전 남아공 대회는 이근호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당시 이근호는 최강희 감독 지도 아래 기량을 만개했다. 3차예선 쿠웨이트전에서는 1골1도움을 기록했다. 최종예선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근호는 허정무 감독의 최종선택을 받지 못했다. 남아공 입성 직전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중 중도 귀국길에 오르면서 충격은 더욱 컸다.

4년 간 절치부심한 이근호는 뒤늦게 데뷔한 '꿈의 무대'에서 골까지 쏘아 올리는 기쁨을 맛봤다. 이근호의 골로 한국은 4개 대회 연속 선제골의 기록을 이어갔다. 귀중한 승점 1점 확보로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았다.

홍 감독은 이근호가 첫 경기부터 펄펄 날면서 더욱 폭넓은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알제리와 벨기에전에서는 '비밀병기'의 투입이 더욱 빨라질 수도 있다. 여러모로 의미있는 이근호의 한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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