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본사 건물
포스코가 동부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인수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18일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지난 16일 열린 본부장 회의에서 동부 패키지 인수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하고, 실사 결과 보고서를 인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가치경영실 M&A팀에 다시 내려 보냈다.

포스코 M&A팀은 빠른 시일 내에 실사 결과 보고서를 재작성해 권 회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포스코가 실사 결과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보고서대로 인수 가격을 써낼 경우 협상이 불발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M&A팀이 작성한 실사 결과 보고서에는 동부 패키지의 가격이 시장가보다 낮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동부 패키지의 가격을 7000억~1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실사 결과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동부 패키지의 가격이 시장 시세보다 낮았다"며 "여러가지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보니 다시 한번 꼼꼼하게 들여다 본 뒤 인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산은은 동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긴 하지만 헐값에 팔 수는 없는 상황이다. 동부 패키지가 동부그룹의 자구계획안에서 가장 핵심이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동부인천스틸만 놓고 봐도 장부가액 6700억원에 연간 매출액 1조원, 영업이익 700억원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동부 패키지에 프리미엄을 얹어 1조5000억원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산은이 포스코에 인수 가격의 70~80%를 재무적 투자자 자격으로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만큼 가격 수준에 있어서만큼은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인수 가격 통보를 앞두고 포스코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 동부 패키지 실사를 시작한 지난 4월과 최근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도 포스코가 신중 모드로 돌아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근 포스코는 계열사 포스코에너지가 동양파워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2건의 인수합병(M&A)건을 진행하는 중이다. 포스코에너지는 동양파워 입찰에 4000억원을 제시한 상태다.

권 회장은 "동부 패키지와 동양파워 입찰은 별개"라고 밝혔지만 취임 이후 투자비를 줄이면서까지 재무 구조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등급 강등 사태라는 악재도 터졌다. 지난 11일 한국기업평가는 20년만에 처음으로 포스코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됐고 이어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도 포스코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M&A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동양파워과 동부발전당진이 모두 화력발전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는 동부 패키지 인수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동부 패키지 인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을 설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실사 결과 보고서의 완성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동부 패키지 매각은 장기전에 돌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실사 결과를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들여다 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인수 여부 결정이 이번 달을 넘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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