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시진=페이스북 캡쳐]
[김민호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1일 "민주당의 대국민 사기극 제1탄 '조국편'에 이어 제2탄 '총선편'이 시작됐다"며 "이번 작품의 소재는 '비례위성정당'이다"라고 민주당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 '민주당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제목을 붙여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이낙연은 "우리가 만들겠다는 거 아니잖나"라고 말하나 본인도 아마 그렇게 안 믿을 것"이라며 "지금 당의 밖에서 진행되는 위성정당 만들기가 민주당과 교감 없이 이루어진다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진 전 교수는 장문의 글 서두에 최근 탄핵을 저지하기 위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민주연구원을 맡고 있는 양정철 원장을 직격했다.

진 전 교수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탄핵은 불가능하다. 1986년 이후 어느 한 당이 탄핵에 필요한 200석을 차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탄핵 역풍으로 압승을 거둔 2004년 총선에서도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받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진 전 교수의 페이스북 전문이다.

<민주당의 대국민 사기극>

민주당의 대국민사기극 제1탄 ‘조국편’에 이어 제2탄 ‘총선편’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의 소재는 ‘비례위성정당’입니다. 이낙연은 “우리가 만들겠다는 거 아니잖나”라고 말하나, 본인도 아마 그렇게 안 믿을 겁니다. 이미 지난 2월말에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전해철 당대표 특보단장, 홍영표, 김종민 의원 등 5인이 마포구의 어느 음식점에 모여 위성정당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었죠. 지금 당의 밖에서 진행되는 위성정당 만들기가 민주당과 교감 없이 이루어진다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탄핵을 막아라?

양정철은 문제의 보고서에서 ‘대통령 탄핵을 막으러’ 비례위성정당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새빨간 거짓말이죠. 탄핵은 불가능하니까요. 1987년 이후 어느 한 당이 탄핵에 필요한 200석을 차지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탄핵역풍으로 압승을 거둔 2004년 총선에서도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받았을 뿐입니다. 양정철의 보고서에서 상정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통합당이 가져갈 의석은 최대 147석입니다. 탄핵에 턱없이 부족한 의석이죠. 자기들의 보고서 자체가 ‘탄핵을 막는다’는 명분이 실은 새빨간 거짓말임을 증명하죠.

왜 ‘탄핵’ 핑계를 대는 걸까요? 뻔하죠. 허위로 위기감을 조성해서 열성적인 지지자들을 결집하려는 겁니다. 게다가 조국사태와 정권의 실정으로 인해 느슨해진 외곽의 지지층에 다시 투표장에 갈 명분을 마련해줄 수도 있거든요. 정치인들이 종종 사용하는 ‘공포마케팅’입니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이성적 판단을 못하게 되거든요. (통합당의 심재철이 멍청하게 명분을 준 거죠.) 위성정당의 목적이 탄핵을 막는 데에 있는 게 아님은 본인들도 잘 압니다. 오죽 하면 유시민까지도 ‘그건 좀 심했다’고 말했겠습니까.

그렇다면 남은 것은 “지역구에서 이기기도 통합당에 제1당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정의당에서 참여 안 하고, 민주당에서 비례대표를 안 내는 것인데, 이 경우 위성정당이 19석을 얻는 것으로 나오죠. 민주당에서는 후순위로 7석만 갖겠다죠? 그건 7석이 평형점이기 때문입니다. 그 경우 민주당과 통합당은 137:137로 동률을 이룹니다. 불안하죠. 그러니 안정적 의석을 확보하려면, 7석보다 훨씬 더 많은 의석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그게 가능합니다. 왜? 이인영이 정의당이나 민생당과는 같이 못한다고 했죠? 왜냐하면 이들이 들어오는 순간 “똥물”에 굴러야 하니까요. 그 경우 의석 둘러싸고 치열한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니, 그 당들은 빼는 게 좋습니다. 정당에 실체가 있으면 지분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미래당, 조국당, 손혜원-정봉주당 등 실체도 없는 떴다당들에게 1~2석씩 나눠주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자기들이 차지하는 게 좋죠. 어차피 그 떴다당 의원들도 조만간 민주당으로 합류할 테니까요. 그럼 19석 모두 갖게 되죠.

이해찬 대표가 ‘촛불혁명’ 운운하며 소수당을 배려하겠다고 하던데, 다 사기입니다.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 만든 것과 뭐가 다릅니까? 차이가 있다면 미래통합당에서는 그 짓을 대놓고 하는 반면, 민주당에서는 대리인들 내세워 ‘손타쿠’의 형식을 빌려서 한다는 것뿐. 어떻게 보면 더 질이 나쁘죠. 저 떴다당 중에서 그나마 지지자를 좀 가진 것은 손혜원-정봉주당뿐인데, 이들도 결국 비례연합정당을 거쳐 민주당으로 합류하겠죠. ‘돈세탁’만 있는줄 알았더니 민주당 사람들은 이렇게 ‘당세탁’도 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시나리오

이 시나리오의 문제는, (1)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안 낼 경우 그 표가 고스란히 위성정당으로 옮겨간다는, 검증되지 않은 가정에 기초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지자들의 표가 100% 위성정당으로 옮겨질지는 의문이죠. 원칙을 파괴하는 이런 꼼수가 절대로 지지자들의 투표의욕에 도움이 될 리 없거든요. 사기만 떨어뜨리지. 예를 들어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래통합당 지지자들 중에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투표하겠다는 의향을 보인 사람은 79.4%로 나타났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어떨까요?

또 다른 문제는, (2) 민주당의 이런 행태가 지역구에 미칠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표차가 꽤 나면 모르지만,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는 경남과 수도권에서는 얘기가 다르죠. 선거제 개혁은 2012년,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었습니다. 작년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5당대표와 가진 회동에서도 “선거제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나였다.”며, 개혁입법을 촉구한 바 있죠. 검찰개혁에 이어 선거제 개혁마저 무산시켜 놓고, 무슨 개혁을 더 하겠다고 표를 달라고 하나요?

화가 나는 것은, 이들이 유권자들의 ‘의사’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유권자를 선거공학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거죠. 즉, 유권자를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든지 아무 생각 없이 자기들 지시에 따라 여기서 저기로 그대로 운반되는 물건 취급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문빠들은 어차피 뇌를 아웃소싱한 상태이니 정말 물류처럼 민주당에서 비례위성정당으로 고스란히 운송될 겁니다. 배달과정에서 약간의 손실이 발생해도, 그 물류랑만 갖고도 선거에 이길 수 있다는 거죠. 정말 그런지 두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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