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민호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전 대표는 12일 "양산을 출마를 포기하고 통합당 현역이 없는 대구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마천의 사기 중 춘신군 열전에 나오는  '당단부단(當斷不斷) 반수기란(反受其亂)'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주저하게 되면 더 큰 혼란이 온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두달 동안 협잡에 속고도 머뭇거린다면 홍준표가 아니다"며 무소속 출마의 의미를 부여했다.

홍 전 대표는 "양산을 향한 저의 노력은 협잡공천에 의해 좌절됐다"며 "미래통합당 탈당은 정식 후보 등록 전에 할 것이고 마지막 순간에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불공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홍준표답지 못하다. 이런 식으로는 안 살았다."며 "무소속으로 나서서 당으로 바로 복귀할 것이고 이런 못된 협잡 공천에 관여한 사람은 돌아가서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응징을 예고했다.

그는 대구 출마에 대해 "정치적 부담이 없고 서로 얼굴을 부딪치지 않는 곳을 선택해야 하기에 우리 당 현역 지역을 나가기 곤란하다"며 "김부겸·주호영 의원과 30년 동안 호형호제했기에 대구 수성갑은 아니다"고 단서를 달았다.

대구 출마는 '쉬운 길' 아니냐는 지적에 "공천을 받으면 쉽지만 그렇지 않으면 양산 못지않은 험지"라며 "이번 선거를 돌이켜보면 밀양·양산에 이어 대구에 천막을 차리러 가니 '유랑극단 선거'를 하러 간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홍 전 대표는 "대구에서 정치하겠다고 생각한 게 이번이 8번째다.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면서 "나는 위기라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나 위기가 닥칠 땐 난 언제나 기회라 생각한다. 막장공천한 사람들에 대해선 나한테 좋은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기자회견문 전문.

<양산 시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존경하는 양산시민 여러분
미래통합당 예비후보 홍준표입니다.
 
오늘로 저는 양산을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고
예비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2주 전 제 고향인 밀양창녕을 떠나
양산을 지역구에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고향땅을 풍패지향(豊沛之鄕)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나,
당 공관위의 이른바 험지 출마 요청을 받고
전직 당대표로서 당의 요청을 수용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PK지역의 험지인 양산을을 선택했고,
PK40석 수비대장을 자임했습니다.
양산대전에서 상대후보를 꺾고
이런 바람으로 부·울·경 지역의 압승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양산을 '플라잉 카 (flying car) 연구개발의 메카로 만들고
도심을 관통하여 많은 불편을 끼치고 있는
도심 고압선 지중화 계획
그리고 양산 동면 KTX양산역 신설 등을
공약으로 다듬었습니다.
양산 경전철과 트램도입, 회야천 친환경 정비 등
미래 발전과 주민편의 증진을 위한 양산 퀀텀점프 구상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양산을 향한 저의 노력은
결국 협잡공천에 의해 좌절되었습니다.
 
이번 양산을 공천은 '기망에 의한 막천'이고
상대를 이롭게 하는 '이적(利敵)' 공천이라 생각합니다.
공관위는 추가공모를 통해
출마 의지도 없었던 후보를 끼워 넣어
여론조사 경선을 발표하고 대신 저를 제외해 버렸습니다.
 
가장 이길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경선에서 고의적으로 배제시키는 것은
우리 당 후보의 승리보다는 상대 당 후보의 당선을 보장하는 이적 공천에 불과합니다.
 
양산 시민 여러분,
 
저는 25년을 정치를 하면서
단 한번도 공천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당을 위해 헌신했기에 공천을
신경 쓸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번 협잡에 의한 공천배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결코 승복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양산을 무소속 출마를 깊이 검토했으나
이 역시 상대 당 후보를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기에
제가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로 했음을 말씀드립니다.
 
이제 양산에서 제가 물러섰음에도
미래통합당 후보가 패배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당 지도부와 공관위원장의 책임입니다.
당과 역사는 그 책임을 엄중히 묻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양산시민 여러분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대와 열정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양산을 떠나더라도 양산의 따뜻한 마음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제가 어디로 가든 어떤 길을 가든 성원해 주시고
늘 함께 해주시길 당부를 드립니다.
 
거듭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양산 시민 여러분들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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