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데믹 업종별 주가
[이미영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100대 상장사 시가총액의 5분의 1인 174조원이 증발했다.

15일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사 100곳(20개 업종별 매출 상위 5개 기업)의 주가는 이 기간 동안 평균 20% 넘게 하락했고, 시가총액도 174조원 감소했다. 또 20개 업종 중 7곳은 평균 25% 이상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20일 국내 상장사 100곳의 시가총액은 895조원 규모였다가 지난 10일에는 779조원으로 낮아졌다. 첫 확진자 발생 50일만에 시가총액이 116조원이나 사라지고 만 것이다. 상장사 100곳의 주가도 평균 14.6% 정도 하락했다.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지난 12일 기준 시가총액은 721조원으로 지난 10일 때보다 57조원 더 떨어졌다.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팬데믹이 선언된 지 52일 사이 국내 상장사 100곳의 시가총액이 174조 원(19.4%)이나 줄어든 것이다. 시가총액의 5분의 1이 날아가 버린 셈이다. 

특히 지난 1월20일 대비 3월12일 기준 조사 대상 상장사 100곳의 시가총액은 20개 업종 모두 하락했다. 코로나19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국내 상장사 주식가치를 광범위하게 떨어트리는 파괴력이 높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해보였다.

팬데믹 선언으로 시가총액이 가장 크게 떨어진 업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전자업이다. 

조사 대상 상위 5개 전자 업체의 지난 1월 20일 시가총액 465조원에서 팬데믹이 선언된 3월12일에는 379조원으로 낮아졌다. 50여일 사이 86조원 상당의 지분가치가 증발해버린 셈이다. 이어 자동차(16조원), 석유화학(15조원), 금융(11조원) 업종도 10조원 넘게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금속철강(8조3000억원), 정보통신(7조6000억원), 전기가스(5조2000억원)업종도 5조원 넘는 기업가치가 50여일 만에 떨어졌다. 이 외에 건설(3조2000억원), 유통(3조원), 기계(2조2000억원), 식품(1조6000억원), 운송물류(1조5000억원), 항공해운(1조4000억원) 순이었다.

최근 50여일 사이 국내 상장사 주가는 말 그대로 폭격을 맞은 것처럼 초토화됐다. 팬데믹 선언으로 가장 큰 주가 타격을 입은 업종은 조선·중공업 분야다. 이 업종에 있는 상위 5개 업체의 1월20일 대비 3월12일 주가는 평균 32.4%나 급락했다. 현대미포조선은 1월 20일 4만8300원이던 주가가 3월12일 3만 350원으로 37.2%나 크게 미끄러졌다.

기계 업종도 평균 30.4%나 크게 떨어졌다. 조선과 기계 업종을 포함해 20개 업종 중 팬데믹 선언으로 평균 주가가 20% 넘게 추락한 곳은 12곳이나 됐다. 이중 자동차(-27.2%), 섬유패션(-26.5%), 금융(-25.5%), 여행(-25.5%), 건설(025.4%) 7개 업종은 주가가 25% 이상 빠졌다. 

금속철강(-24.3%), 유통(-24.1%), 농수산(-21.4%), 전기가스(-21.1%), 전자(-20.4%) 업종도 20% 이상 주가가 하락한 업종으로 분류됐다. 10~20% 사이로 주가가 내려앉은 업종도 7곳으로 파악됐다. 

20개 업종 중 운송업만 유일하게 1.3%로 그나마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운송업 중에서도 일반 소비재 택배 등을 취급하는 관련 운송 업체는 주가가 상승했지만 원자재 등을 수송하는 업체 주가는 하락해 희비가 엇갈렸다.

상장사 100곳 중 1월 20일 대비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일 기준 주가가 30% 넘게 폭락한 곳은 19곳이었다. 20~30% 사이는 39곳이나 됐고, 10~20%는 28곳으로 파악됐다. 10% 미만은 8곳으로 파악됐다. 

100곳 중 6곳은 코로나 특수 영향으로 주가를 유지하거나 올랐다. 대표적으로 마스크와 휴지 등을 생산하는 '깨끗한나라(26.7%↑)'는 주가가 오른 기업군에 포함됐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해 오일선 소장은 "지난 2009년 6월 당시 신종 플루로 WHO가 팬데믹을 선언했지만 국내 주가는 한 달 전후로 빠르게 회복됐던 것과 달리 2015년 5월 말경 메르스가 번졌을 때 국내 주요 상장사의 주가는 1년 후에도 회복이 쉽지 않았다"며 "코로나19가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주가는 향후 6개월에서 1년 이상 시간이 흘러야 올 1월 말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2~3주 후인 3월말~4월초 주가 흐름이 회복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예상보다 빨리 주가 안정화를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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