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하기 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관련 물품이 인천공항 근처 물류 창고에 보관돼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이미영 기자] 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3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전 승인'을 받았다는 외교부의 발표에 진단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앞서 외교부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FDA 사전승인을 획득함으로써, 해당 국산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다"면서 "이례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즉시 승인되도록 하겠다고 한 데 따른 후속조치의 결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 정상통화의 후속조치 이행을 위해 외교부, 식약처 등 관계부처는 해당 업체들과의 협조를 바탕으로 미측과 긴밀하게 협의해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내 연구소들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납품·수출하고 있는 업체들은 이미 판매가 가능한 상황에서 외교부 발표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30일 진단업계에 따르면 현재 씨젠[096530], 솔젠트, 랩지노믹스[084650], 코젠바이오텍 등이 미국 FDA에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긴급사용승인(EUA·Emergency Use Authorization)을 신청했으나 아직 결과를 받지 못했다. FDA 공식 홈페이지의 코로나19 진단키트 EUA 허가 리스트에도 국내 업체는 포함돼있지 않다.

특히 업체들은 외교부가 언급한 절차상 '사전승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외교부는 사전승인으로 해당 제품이 미국에서 판매가 가능하다고 했으나, 이미 국산 진단키트 일부 제품이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씨젠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EUA 신청 제품의 경우 (서면으로) 사전 신청(Pre-Submission)하기 15일 전부터 사용할 수 있고, 이미 미국에서는 클리아(CLIA) 인증을 받은 연구소에서 우리 키트를 사용하고 있다"며 "판매가 가능해진다는 사전승인이라는 절차나 단계에 대해선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외교부에서 언급한 사전승인은 심사 중인 단계로 공식 승인을 받은 게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씨젠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출 중이다. 미국에서는 현지 실험실 표준인증인 클리아(CLIA) 인증을 받은 연구소 등에서 자체 판단에 따라 FDA 허가 없이 사용하고 있다. 미국 LA 시의회 등에서도 씨젠으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EDGC 역시 외교부의 발표와 관련해 어떤 정보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EDGC는 미국 FDA로부터 솔젠트의 진단키트 승인 여부 통보를 아직 받지 못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DGC 관계자는 "약 2주 전 FDA에 EUA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인데, 외교부에서 사전승인 발표가 있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식시장이 예민한 상황에서 외교부가 불명확한 내용을 섣불리 발표해 주주들과 업체만 우왕좌왕하게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지만 가뜩이나 시장이 예민한 상황인데 외교부가 나서서 어느 업체인지도 말하지 않고 발표해 혼란만 가중했다"며 "사전승인이라는 게 대체 뭔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사전승인' 논란이 커지자 외교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전 승인'에 대해 '잠정 FDA 승인(interim FDA approval)'을 받아 미국 수출에 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재차 확인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5개 업체가 승인 업체, 7개가 수출 승인 업체로 모두 12곳이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며 "1차적으로 3개 업체가 통보를 받았다. 향후 승인 가능성이 있는 업체들이 있다고 들었고 미측에서 1차 3개 업체를 통보하면서 모든 연락처를 제공해 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초기부터 미측과 우리와 긴밀히 협의된 사항이다. 백악관 연방재난관리처(FEMA) 태스크포스팀(TF)으로 미 국토안보부 산하에 있는 곳인데 백악관 안에 TF 두고 미 국무부와 한국과도 실시간으로 협의 중이다"라며 "주한미대사관과 콘텐츠를 충분히 협의해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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