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신소희 기자]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찍은 뒤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25)의 후계자로 알려진 '태평양' A(16)군의 재판이 결국 재배당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재판부 교체를 놓고 ‘재판 독립성 침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14조 제4호에 따른 조치다. 해당 예규에 따르면, 배당된 사건을 처리함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어서 재판장이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를 한 때 사건 배당 변경이 가능하다.

중앙지법은 "담당 재판장이 위 사건을 처리함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담당 재판장이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오 부장판사의 요청에 따라 재판부 교체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에는 오 부장판사의 교체를 요구하는 여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 부장판사는 지난해 가수 고(故) 구하라씨를 불법 촬영ㆍ폭행ㆍ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최종범씨의 1심 재판에서 불법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뒤로 성범죄 처벌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오 부장판사가 A군 사건을 맡게 되자 과거 판결 성향이 도마에 올랐고, 재판부를 교체해 달라는 요청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쇄도해 30일 기준 참여 인원이 40만 명을 넘어섰다.

법원 안팎에서는 오 부장판사의 교체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법 감정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여론에 따라 재판부가 교체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재판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A군의 첫 재판은 당초 이날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검찰은 지난 26일 기일연기 신청서를 냈다.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A군의 관련 혐의를 추가로 포착함에 따라 검찰이 연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 박사방의 유료회원 출신인 A군은 지난해 10월부터 직접 운영진으로 합류했고, 올해 2월까지 텔레그램 안에서 8000명~1만명의 회원이 가입된 '태평양 원정대'라는 성착취 영상 공유방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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