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9일(현지시간)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부활절을 앞둔 성목요일 미사 중 기도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에는 세개의 아치로 된 문이 있다.

첫 번째 문은 장미꽃이 새겨져 있는데 “모든 즐거움은 잠깐이다” 하는 글귀가 있고, 두 번째 문은 십자가가 새겨졌는데 “모든 고통도 잠깐이다”라고 쓰여 있고, 세 번째 문에는 “오직 중요한 것은 영원한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

터키 사람들은 고난과 슬픔을 당한 사람에게 인사할 때 “빨리 지나가기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대규모 군중들이 모여들었을 부활절 미사가 색다른 형태로 세계 곳곳에서 열렸다. 교황이 집전하는 예식에는 교황이 신자들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로 예식을 치렀다.

바티칸뉴스는 10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날을 기억하는 예식을 거행됐지만 신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과거 많은 인파 속에 성대하게 진행된 지난해 모습과는 대조적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신자들이 몰리지 않도록 매년 치르던 장소까지 변경했는데 1964년 이 예식이 시작된 이래 5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전 세계인들을 위로하면서 “이 고난의 시간 동안 모든 사람이 당신의 자비로 위안을 얻도록 해 달라”고 강론을 펼쳤다.

1년 전 화마가 덮쳤던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도 부활절을 앞두고 미사가 열렸지만 참석자는 대주교와 사제들, 방호복을 입은 성가대 등으로 10여 명이 채 안 됐다.

미사를 집전한 오프티 대주교는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강론에서 "코로나19가 죽음을 흩뿌리고 우리의 삶을 마비시키고 있지만 삶은 여전히 여기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신자들이 참석하지 않는 온라인 예배와 미사도 세계 곳곳에서 열렸고 신자들의 사진을 붙여놓고 미사를 올리는 곳도 있었다.

12일 부활절을 맞아 개신교회의 절반가량이 현장 예배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시민과 전문가 사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번 주말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체계'로의 전환 여부는 결론 내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대적인 현장 예배로 인해 그동안 어렵게 지켜왔던 지역사회 방역체계에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12일 한국기독교언론포럼(한기언)에 따르면 헌금 납부 규모가 큰 전국 412개 교회 중 절반가량인 203곳(49%)이 부활절 예배에서 현장 예배(온라인 예배 병행 교회 포함)를 진행할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가 자체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6,400여개 교회 중 지난 5일 현장 예배를 한 곳은 1,914곳이었는데, 12일에는 전 주 대비 10%정도 늘어난 2,000곳 가까이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부활절을 맞아 교회 곳곳에서 다시 문을 연다.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에 새겨진 글귀처럼 모든 즐거움과 고통은 잠깐이거늘 많은 이들이 세 번째 문의 교훈을 잊은 채 자신만의 믿음을 외치며 교회로 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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