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5일 서울 노원구 상계1동 제7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김홍배 기자]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델로 자리잡은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 속에 주요 민주주의 국가 중 처음으로 치러지는 한국의 선거가 글로벌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선거를 연기한 국가는 미국·영국·프랑스·뉴질랜드 등 최소 47개국에 달한다. 미국은 15개 이상 주(州)에서 대선 경선이 연기됐고, 영국·프랑스 등은 지방선거를 뒤로 미뤘다.

일본 언론들들은 15일 치러지는 한국의 총선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날 아침 뉴스 프로그램에서 4년마다 치러지는 한국의 총선 투표가 오전 6시부터 시작됐다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을 유지할지, 아니면 최대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반격에 성공할지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NHK는 이번 선거는 5년 임기의 후반기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유권자의 관심은 한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만 명을 넘는 가운데 경제나 안보 문제보다 코로나19 대책에 더 쏠려 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유권자들이 투표소 입구에서 체온을 재고 손을 소독한 뒤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한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이탈리아 일간 라스탐파는 14일(현지시간) ‘한국, 마스크 쓰고 선거 치르는 국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라스탐파는 “코로나19의 비상 상황에서도 한국은 총선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한국이 전 세계가 배워야 할 방역 모델이 된 것처럼 현 사태에서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라스탐파는 또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지난달 22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벌여온 한국 정부는 투표장에서도 이 규정을 그대로 유지한다”며 “투표소 현장에는 손 소독제와 위생장갑이 비치되고 체온 측정 결과 37.5도를 넘으면 별도의 장소에 마련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라스탐파는 “한국의 이번 총선이 올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에 적용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방송은 "한국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와중에 선거를 치르고 다른 나라들은 선거를 미루고 있다"면서 "어떤 쪽이든 대중의 건강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은 "역대 한 번도 선거를 연기한 적이 없는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역시 선거 연기의 이유가 되지 못했다"면서 "많은 유권자가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선거 연기가 반 민주적이라고 생각되지만 이러한 시기에 선거를 진행한다는 것 역시 어떤 면에서는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감염 위험으로 투표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다른 의제들이 오로지 전염병이라는 한가지 이슈에 묻혀버린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유권자간 토론도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CNN은 "하지만 선거 연기는 위험을 동반한다. 선거는 유권자의 신뢰를 지키고 입법의 합법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며 선거 연기로 집권자들이 그만큼 더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하게 되고 연기되는 기간을 그들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밝혔다.

▲ 4.15 총선 투표일인 15일 오전 경남 남해군 남해읍 해양초등학교에 마련된 제4투표소를 찾은 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미국의 타임은 미국 대선이 아직 6개월 이상 남긴 했지만 코로나19가 여전히 위협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하는가를 놓고 논쟁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선거 연기에 대한 목소리가 있었지만 수십 년간 군사독재정권의 통치를 받다 1988년에야 자유롭고 공정한 국회의원 선거를 하게 된 이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한다는 것은 과거 독재자들이 하던 수법을 따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서울대 박원호 교수의 말을 전했다.

타임은 한국에서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전국 1만4천여 곳의 투표소는 정기적으로 소독될 것이며, 유권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나와 체온검사를 받아야 하고, 소독제로 손을 소독한 후 비닐장갑을 끼고 나서야 투표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이 미국의 6분의1 크기이지만 인구밀도는 15배나 높은 점 등 미국과 분명히 다른 상황이지만, 한국이 선거에서 채택한 많은 방법을 미국에 적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사전투표나 부재자투표 확대, 손소독제 활용, 투표소 소독, 투표 대기 줄에서 3피트(약 1m) 간격을 유지하는 것 등인데, "한국의 방식 중 가장 따라야 할 것은 선거 날 투표 대기 줄을 줄이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타임은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감염병 예방책에도 불구하고 고위험자들의 투표 기피와 일부 지역 재외국민투표 취소 등으로 투표율은 예년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며, 부동층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보수-진보 양당 대립이 더 강화되고 제3의 정당은 동력을 잃을 위험도 나온다고 타임은 분석했다.

타임은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선거를 밀고 나간 것이 한국에는 올바른 방향이었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이날 기사에서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한가운데서 주요 민주주의 국가 중 처음으로 선거를 치른다"면서 선거의 결과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총선을 "불과 몇주 전만 해도 집권당에는 재앙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떻게 인기없는 지도자들이 자신의 선거 운을 뒤집는지에 대한 단서를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분석가들은 코로나19 상황 호전이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경기침체와 답보상태에 놓인 정치개혁에 대한 투표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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