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김홍배 기자] 4.15 총선이 있던 15일, 공교롭게 이날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고 앞서 전날인 14일 일부 SNS에선 '김정은 뇌사설'이 돌았다.

'김정은 뇌사설'의 내용인 즉, 북한 국무위원장이 쓰러져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실패로 현재 뇌사상태에 준하는 심각한 상태라는 것인데, 내부 쿠데타나 강제연금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백두혈통인 김여정이 표면에 나설 확률이 높다는 전망과 함께 "사망 여부는 북한에서 공식 발표가 있기 전에는 확인이 불가"라는 그럴듯한 단서도 달았다.

내용은 그럴싸했지만 이는 2014년에 이미 지라시로 나돌았던 것을 재탕한 것이었다.

하지만 17일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1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창건자로 간주되는 김일성의 생일 날 그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 북한의 고위간부들은 참배했지만 정작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은 참배하지 않는 ‘불경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나 신변에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면서 '건강 이성설'에 불을 지폈다.

이어 “북한은 지난 14일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지만 노동신문은 그 같은 사실과 관련 사진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사고가 발생해 북한이 미사일 발사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미사일 발사 현장에 있었던 김정은도 금수산태양궁전에 참배하지 못했거나 김 위원장이 최근 무리하게 공개활동을 진행하면서 심한 몸살에 걸리거나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닌가 한다”고 추정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정 센터장은 “최근까지 군사 관련 현지지도를 계속해왔고 지난 11일에도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기 때문에 이 같은 해석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려면 최소한 몇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는 보다 짧은 시간 소수의 간부들만 동행해도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센터장이 분석한 대로,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당과 정부의 간부들과 무력기관 간부들이 15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보도하면서 공개한 사진에는 최룡해 등 핵심 간부 수십 명이 자리했지만 김정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김정은 명의의 꽃바구니만 보였다.

또한 북한 매체들은 15일에도 전날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이는 통상 다음 날 보도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사가 진행됐음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다른 때와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만으로는 건강 이상설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인터넷 언론이 북한 관영매체에 보도된 김정은의 태양궁전참배 행적을 전수조사한 바에 따르면, 김정은이 지난 8년 동안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모든 생일과 '서거일'을 다 참배한 것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권력을 공식 승계한 이후 2019년 12월 31일까지 당·정·군 핵심 인사들과 함께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총55회(연평균 7회꼴) 찾아 선대 지도자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하지만 2018년 신년 첫날과 김일성 서거일에는 참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핵무기를 매개로 북미 협상을 하는 기간에는 미사일 시험발사 참관 여부와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저강도 전술'을 펼쳐왔다. 따라서 김정은의 미사일 시험발사 참관 여부만으로 그의 '건강 이상설'을 설명할 순 없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의 지적대로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북한이 대외, 대남 관계 개선을 더욱 주저하고 폐쇄적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북한 내부 동향을 면밀하게 주목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노동신문은 17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채택된 공동결정서를 철저히 관철하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우리는 인민을 존중하고 인민들의 운명을 지켜주며 인민들의 이익과 편의를 최우선, 절대시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김정은 어록을 인용하며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하며 경제건설에서 귀중한 성과들을 이룩하고 있는 시기에 김정은 위원장이 정치국회의에서 모든 부문, 모든 단위의 투쟁과업과 방도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에서 김 위원장 금수산궁전 참배 보도가 없는 것으로 알고는 있는데 그 의도에 대해서는 우리가 예단해 언급하는 것이 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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