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동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소희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헬기 사격을 주장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광주법정으로 향하는 전두환(89)씨. 그는 27일 오전 8시24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부인 이씨의 팔을 잡고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1분 만에 자택 밖에 주차된 차에 올랐다.

기자들의 질문은 외면했고 들려오는 대답은 ‘묵묵부답’이었다. 이동하는 동안 전 씨 일행은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르지 않고 곧장 광주로 향했다.

전씨 일행이 도착하기 전후로 법정동 주변에는 일부 5·18단체 관계자들이 "전두환 얼굴을 봐야겠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흰 소복을 입은 오월어머니 10여 명은 '학살 책임 인정하고 사죄하라', '전두환은 5·18 진실을 밝혀라' 등 손피켓을 들고 항의 구호를 외쳤다. 전 씨가 이미 도착했다는 소식에 격앙돼 오월정신이 담긴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정곡' 등을 힘차게 부르기도 했다.

▲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법정에 출석하는 27일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오월 어머니회 회원이 무릎 꿇은 전두환 동상을 때리고 있다.
비슷한 시간대 광주지법 정문 앞에 마련된 전두환 단죄 동상 주변에서도 울분 섞인 발언이 잇따랐다. 5·18 때 전씨의 권력 찬탈용 학살로 자식을 잃은 오월 어머니는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어떻게 국민에게 총칼을 휘두르냐"며 동상을 때리기도 했다.

이날 오후 12시20분께 광주지법 법정동에 도착한 전씨는 법정동 출입문 5~6m 앞에 정차한 검정 대형 세단 운전석 뒷좌석에서 내렸다. 수행원의 손을 꼭 잡고 서른 걸음 가량을 걸었다. 부인 이순자씨도 전 씨의 뒤를 따랐다.

 "이렇게나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습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정면만 바라본 채 발걸음을 옮겼다. "왜 책임지지 않습니까"라는 마지막 질문에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전 씨는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리는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형사재판에 출석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전씨의 재판이 열리는 광주지법 안팎에 광주경찰청 소속 기동대·방범순찰대를 비롯해 12개 중대 등 850여 명의 경찰력을 배치했다.

경찰은 시설 경비·안전 상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집회·시위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집회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우발 상황에 철저히 대비한다.

한편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5월3일 재판에 넘겨졌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