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질문은 외면했고 들려오는 대답은 ‘묵묵부답’이었다. 이동하는 동안 전 씨 일행은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르지 않고 곧장 광주로 향했다.
전씨 일행이 도착하기 전후로 법정동 주변에는 일부 5·18단체 관계자들이 "전두환 얼굴을 봐야겠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흰 소복을 입은 오월어머니 10여 명은 '학살 책임 인정하고 사죄하라', '전두환은 5·18 진실을 밝혀라' 등 손피켓을 들고 항의 구호를 외쳤다. 전 씨가 이미 도착했다는 소식에 격앙돼 오월정신이 담긴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정곡' 등을 힘차게 부르기도 했다.
비슷한 시간대 광주지법 정문 앞에 마련된 전두환 단죄 동상 주변에서도 울분 섞인 발언이 잇따랐다. 5·18 때 전씨의 권력 찬탈용 학살로 자식을 잃은 오월 어머니는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어떻게 국민에게 총칼을 휘두르냐"며 동상을 때리기도 했다.이날 오후 12시20분께 광주지법 법정동에 도착한 전씨는 법정동 출입문 5~6m 앞에 정차한 검정 대형 세단 운전석 뒷좌석에서 내렸다. 수행원의 손을 꼭 잡고 서른 걸음 가량을 걸었다. 부인 이순자씨도 전 씨의 뒤를 따랐다.
"이렇게나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습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정면만 바라본 채 발걸음을 옮겼다. "왜 책임지지 않습니까"라는 마지막 질문에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전 씨는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리는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형사재판에 출석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전씨의 재판이 열리는 광주지법 안팎에 광주경찰청 소속 기동대·방범순찰대를 비롯해 12개 중대 등 850여 명의 경찰력을 배치했다.
경찰은 시설 경비·안전 상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집회·시위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집회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우발 상황에 철저히 대비한다.
한편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5월3일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