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위원장
[김민호 기자]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을 지원한 간부,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냈다고 밝혔다. 다른 북한 매체들은 이날도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소식을 전하지 않았지만 간략한 동정 보도를 이어감으로써 정상적인 통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태영호 당선인(미래통합당)은 28일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단히 이례적이다"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최근 외신에 보도된 김 위원장 전용열차가 원산에 정차해 있는 위성사진에 대해 태영호 당선인은 "북한은 미국 위성을 무엇보다 신경쓰고 있다"며 이를 볼 때 "원산 전용열차도 기만전술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만약 김 위원장 신변에 이상이 생겨 김여정 부부장으로 권력행사를 대신하는, '권력의 수평 이동'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그렇다고 해도 오래갈 가능성을 낮게 봤다. 북한 체제가 '권력의 수직이동'에 익숙해 있기에 이러한 '수평이동'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자신이 김 위원장 삼촌인 김평일 전 체코대사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한 것은 김평일이 권력을 잡는다는 뜻이 아니라 김평일도 북한 권력변동의 변수로 집어 넣어야 한다는 말이었다고 앞선 발언을 부연 설명했다.

태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정은 신변이상설 관련해 추측이 난무하지만 누구도 확정 할 수 없는 상황이다"는 점을 우선 들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해 10월 16일 보도했다. 뒤쪽으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보이고 있다.
◇지금 김정은 신변이상설 관련 추측 난무, 누구도 확정 할 수 없는 상황

그는 "북한에서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한 까닭에 김정은 신변이상설에 대해 북한체제의 ‘관성적 측면’에서 고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지금 북한 상황은‘특이 동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단히 ‘이례적인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태 당선인은 ① 북한 최대 명절인 4.15 태양절에 손자가 할아버지 시신 있는‘금수산 태양궁전’에서 참배하지 않은 것 ② 해외언론이 시술, 식물인간상태라고 보도해 해외에 있는 수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흔들리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는 점 ③ 북한 공관에 질문이 쇄도하지만 북한 외교관들이 예전처럼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지 않고 무대응인 점 ④ 4월 15일 이후 김재룡 내각 총리만 한번 언론에 등장, 최룡해, 박봉주 등 주요 인물들 동향 없는 점이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 38노스에서 보고한 김정은 전용열차는‘기만전술’일 가능성 큼

태 당선인은 "38노스에서 보고한 김정은 전용열차는 '기만전술'일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보는 까닭을 다음과 같이 나열했다.

북한은 △ 항상 미국정찰위상에 감시당하고 있다고 의식. 대비하고 있다 △ 따라서 김정은 동선을 은폐하기 위해 다양한‘기만전술’을 항상 쓰고 있다 △ 전용 열차가 원산 김정은 '초대소'옆에 있으니 김정은이 원산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김정은이 원산 '초대소'에 있을 경우 오히려 전용열차를 옆에 두지 않을 것이다는 것

◇ 김여정으로의 권력 이양은‘후계 수평이동’

태 당선인은 "지금까지 북한 권력 이동은 선대의 교통정리에 의한 '하향식 수직이동'이었다"며 "만약 김여정으로 권력이 이양된다면 북한 역사상의 첫 '수평이동'이다"고 평가했다.

다만 태 당선인은 "북한 당 정책이나 체제는‘수평이동’에 이론적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인데다 "김여정은 30대이고 북한 지도부는 60·70대로 30년 차이가 나 김여정이 오래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내다봤다.

태 당선인은 "김평일의 경우 현 북한 지도부 중심의 많은 인사들과 남산중학교, 김일성종합대학 동문으로 어릴 때부터 형 동생 하면서 자란 ‘북한판 태자당’ 일원이다"며 "김정은의 후계가 '김여정이냐, 김평일이냐'가 아니라 김평일도 변수로 나타날 수 있는 인물 중 하나이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김여정 부부장
김여정·최룡해 등 북한 고위 인사들도 일제히 자취 감춰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 인사들의 행방도 묘연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일보는 28일 경제 관료인 김재룡 내각 총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간부들이 김 위원장과 비슷한 시점에 자취를 감췄다. 이들은 김 위원장과 함께 동해안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확실치는 않다. 북한 당국 차원에서 대남, 대미 비난 발언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은 이상 징후라는 주장도 나왔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북한 매체에서 김 제1부부장의 이름이 거론된 것은 그가 정치국 후보위원에 진출했다는 내용을 담은 지난 12일자 보도가 마지막이다.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지난 11일 공군기지를 방문했을 당시 조선중앙TV 화면에 포착된 이후 자취를 감췄다. 북한에서 공식 서열로는 2, 3위에 해당하는 최룡해와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지난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이후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 체제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내각은 비교적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각 수장인 김재룡 총리는 최근 황해남도에 경제 시찰을 다녀온 사실이 지난 24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로 확인됐다. 임천일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은 지난 23일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1주년을 기념해 담화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내각을 넘어 북한 체제를 총지휘하는 최고위 간부들이 일제히 자취를 감춘 것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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